매물 나온 롯데손보, 'EV 3.5조vs시총 1조' 괴리 극복할까 몸값 산출 방식 따라 격차 커, 원매자·매도자 눈높이 조율 관건
김예린 기자공개 2024-02-26 08:02:53
이 기사는 2024년 02월 23일 08:1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JKL파트너스(이하 JKL)가 롯데손해보험(이하 롯데손보) 매각에 드라이브를 거는 가운데 주식시장에서의 가치와 실질적 가치에 대한 괴리가 커 이목이 집중된다. 매도자와 원매자간 눈높이 조율이 거래 성사의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23일 투자은행(IB)에 따르면, 롯데손보 매각 절차가 본격화된 가운데 매각가로 다양한 숫자가 제시되는 모양새다. 1조~3조원대까지 저마다 다양한 셈법으로 몸값을 책정하고 있다. 회계기준 변경으로 새로운 몸값 산정 기준이 생겨났기 때문이다.
보험사들은 그간 매각가를 평가할 때 내재가치(EV) 지표를 활용했다. EV는 이미 실현된 이익인 조정순자산가치(ANW)와 장래 실현될 이익을 나타내는 보유계약가치(VIF)를 더해 산출한다. 이 중 핵심은 재무제표에 인식되지 않는 장기계약 가치를 평가한 VIF다. 그러나 EV는 확실히 파악하기가 어려워 계리 평가를 거쳐 산출해야 했다.
그러나 새 회계기준 IFRS17이 적용되면서 계약서비스마진(CSM) 개념이 등장했다. IFRS17은 보험 부채 평가 기준을 기존 원가에서 시가로 변경하는 것이 핵심인데, CSM은 보험계약을 통해 미래에 얻게 될 예상이익의 현재가치를 의미한다. 보험사의 판매 매출은 부채로 인식되고, CSM 상각 시기가 돼야 비로소 이익으로 잡힌다.
즉 계약시점에서는 부채로 계상한 뒤 보험계약 기간에 걸쳐 CSM을 상각해 수익으로 반영하기 때문에, CSM을 부채로 반영해놓은 순자산에 다시 CSM을 더하는 방식이 보험사의 내재가치를 산정하는 방법으로 거듭나고 있다.
쉽게 설명하자면 다음과 같다. 자산총계에서 부채총계를 차감하면 순자산(자본총계, 자기자본)이 나온다. 자산총계 100억원, CSM 20억원, CSM을 제외한 부채 30억원이 있다고 하면 CSM은 부채로 계상되기에 순자산은 50억원이 된다. 그러나 CSM은 결국 상각해 수익으로 인식된다는 점에서 실질적인 순자산은 다시 20억원을 더한 70억원이 되는 셈이다.
이러한 셈법으로 산출된 롯데손보의 몸값은 3조원 중반대다. 지난해 3분기 기준 CSM과 순자산은 각각 2조2086억원, 1조3467억원이다. 매각 측 희망가격이 3조5000억원 대로 거론되는 이유다.
문제는 시가총액과의 괴리다. 롯데손보의 시가총액은 22일 기준 9791억원이다. CSM을 통해 산정한 EV에 한참 못 미치는 수준이다. 이와 관련해 JKL은 시총하고 무관하게 보험상품의 수익성과 계약의 질적인 측면 등 회사의 본질 가치를 근거로 기업가치를 산정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금융업은 성장성이 제한돼 회사 대부분 주식이 저평가돼 있고, 롯데손보는 특히 유통되는 주식 물량 자체가 적어 제대로 기업가치가 형성돼 있지 않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원매자 입장에서는 주가가 너무 저평가되는 상황에서 높은 가격을 인정해주기에는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시총과 EV간의 괴리가 클수록 원매자와 매도자간 눈높이 조율 난이도도 높아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주가순자산비율(PBR)을 적용해 매각가를 매겨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PBR은 시가총액을 순자산으로 나눈 수치로, 낮을수록 기업의 성장력, 수익성이 높다는 뜻이다. 순자산은 이미 CSM가 포함된 장부상 가치이고, PBR은 주식시장에 상장돼 있는 가치이기에 이를 곱하는 방식이 그간 단순 몸값 산정 방법으로 활용돼왔다.
롯데손보의 PBR은 0.72다. 순자산에 0.72를 곱하면 9696억원이 나온다. 여기에 경영권 프리미엄까지 얹으면 1조원대 수준이다. 보험업 1위인 삼성생명의 PBR은 0.39로, 이를 적용하면 5000억원대로 떨어진다. 경영권 프리미엄을 더 얹는다고 해도 괴리가 크다.
기업의 몸값 산정은 다양한 방법이 존재하고, 법적으로 반드시 적용해야 하는 방식도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모든 건 매도자와 원매자가 협상하기에 달렸다. 그러나 시총도 영향을 미치지 않을 수 없다는 점에서 어떤 방식의 셈법을 짤 것인지 이목이 집중된다.
IB 업계 한 관계자는 “보험사는 제조업처럼 볼륨을 크게 늘리거나 해외 진출로 단기간 턴어라운드를 시킨 뒤 2~3배 가격으로 팔기 쉽지 않은 매물”이라며 “PE가 인수해 엑시트하기에 쉽지 않고, 한다고 해도 오랜 기간 봐야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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