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P 고객 잡기 나선 빗썸, 가상자산 대여 서비스 확대 고액 투자자에 1년간 '10억 한도' 빌려줘…이용자보호법 준수 여부 '불투명'
노윤주 기자공개 2024-03-26 13:05:20
이 기사는 2024년 03월 21일 09시51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가상자산거래소 빗썸이 점유율 유지를 위해 VIP 고객 잡기에 나섰다. 멤버십 최고 등급인 '블랙' 고객에게만 가상자산 대여 기간을 1년으로 파격 확대했다. 시장의 가상자산 가격 변동성이 커지면서 상당수 블랙 고객들이 빗썸의 이번 대여 서비스 개편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보유 중인 코인의 매도 없이 레버리지를 일으켜 추가로 코인을 매수할 수 있기 때문이다.문제는 대출 실행사인 '블록투리얼'의 규제 준수 여부다. 현재는 대부업체로만 등록돼 있고 특정금융거래정보법(특금법) 상 가상자산사업자 인가는 받지 않았다. 올해 7월 '가상자산 이용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가상자산 이용자보호법)' 시행된 이후에는 이곳도 가상자산사업자 인가를 취득해야 할 수 있다. 빗썸은 법을 준수하며 서비스를 운영하겠다고 강조했다.
◇보유자산 100% 상당 코인, 1년간 빌려준다
21일 가상자산 업계에 따르면 빗썸은 최근 블랙 등급 고객을 대상으로 '전용 가상자산 렌딩(대여) 서비스' 안내 메일을 전송했다. 빗썸서 블랙 등급을 받기 위해서는 한 달 거래금액 1000억원을 넘겨야 한다. 거래소 입장에서는 꼭 잡아야 할 VIP 고객인 셈이다.
빗썸은 기존에도 모든 등급의 고객을 대상으로 '렌딩'이라는 이름의 가상자산 대여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었다. 새롭게 만든 블랙 등급 전용 서비스에서는 이용 한도, 상환 기간 등에서 차별을 줬다.
블랙 등급 고객은 빗썸에 보유하고 있는 가상자산의 최대 100%까지 원하는 수량만큼 1년간 코인을 빌릴 수 있다. 대여 한도는 1인당 10억원이다. 그 외 고객은 3억원 한도 내에서 3일 또는 7일간만 코인을 빌릴 수 있다.
수수료는 일 0.01%다. 혜택이 커지면서 그만큼 수수료는 올라갔다. 기존에는 1%의 기본 수수료에 일 0.0001%의 수수료를 적용했었다. 그럼에도 시중은행 대출금리와 비교했을 땐 저렴한 수준이다. 블랙 고객이 1년 내내 가상자산을 대여한다는 가정하에 연 이율은 3.65%다.
빗썸 관계자는 "해당 서비스는 고객의소리(VoC)를 반영해 시행했다"며 "시범적으로 블랙 등급 회원을 대상으로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VIP 락인 전략 일환…'규제 준수하며 서비스 제공' 강조
빗썸은 이전부터 고액 거래 고객에게 각종 혜택을 주며 자사 플랫폼에 락인해두는 전략을 구사해왔다. 업비트(두나무)와의 경쟁에서 틈새를 파고들기 위함이다. 작년까지 업계 최저 수수료율은 업비트가 제공하는 0.05%였다. 당시 빗썸은 기본 0.25%의 수수료를 수취했다.
업비트 제휴사인 케이뱅크에 비해 보수적으로 계좌를 발급해주는 빗썸 제휴사 NH농협은행의 영향도 있었다. 이에 소액으로 다건의 거래를 체결하는 개미투자자 상당수가 업비트로 이동했고 빗썸의 시장 점유율도 하락했다.
빗썸은 전략을 틀어 가상자산 시장 초기에 진입해 오랫동안 빗썸을 사용하던 일명 '고래투자자'를 잡는데 힘썼다. 매 분기별로 VIP 고객에게 선물을 배송했었다. 또 고액자산가 전용 서비스인 '클럽B'를 통해 저렴한 수수료, 전용 거래 인터페이스 등을 제공했었다.
현재는 빗썸이 모든 고객에게 0.04%의 수수료율을 받고 있고 클럽B도 운영을 종료했다. 이에 VIP 고객을 붙잡아 둘 새로운 전략이 필요했다. 그렇게 고안한 게 신규 멤버십과 블랙 등급 고객 전용 혜택이다. 이번에 전용 가상자산 대여 서비스를 출시한 것도 그 일환이다.
일각에서는 오는 7월 가상자산 이용자보호법 시행 이후에도 해당 서비스를 유지할 수 있을지 우려하고 있다. 빗썸 가상자산 대여 서비스를 실제 운영하는 곳은 블록투리얼이다. 서비스 제공 의무와 책임은 모두 블록투리얼에 있다. 빗썸은 서비스 제공 업무를 위탁받아 플랫폼을 빌려주는 형태다. 블록투리얼은 대부업 등록이 돼 있지만 특금법상 가상자산사업자는 아니다.
아직 법에서는 정해진 규정이 없다. 이용자보호법에서는 고객자산 동종 동량 보관 원칙을 만들어 고객 자산을 운용해 이에 따른 이자를 주는 '예치이자' 서비스만 금지하기로 했다. 일각서 우려하는 부분은 이용자보호법 시행 이후 가상자산 관련업을 하는 다수의 기업이 일체 가상자산사업자로 등록해야 하는 게 아니냐는 것이다.
우선 이 대여 서비스는 고객 자산을 가상자산사업자인 빗썸이 보관하기에 법 위반 내용이 없다. 또 고객 자산은 그대로 보관하면서 제3 기업이 대여만 해주는 것이기 때문에 이용자보호법상 동종동량 보관 원칙을 어기지도 않는다.
금융당국은 당장 관련 건에 대해 유권해석을 내리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이용자보호법에서 동종동량 보관 원칙이 생겼는데, 이 경우 해당 규제를 어기는 것은 아니다"라며 "다만 미등록 가상자산사업자의 관련업 영위에 해당할 수 있어 이는 사업자 신고 주관부서인 금융정보분석원(FIU)에서 따져봐야하는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빗썸은 규제를 준수하며 사업을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회사 관계자는 "블록투리얼이 7월 이후 서비스 제공이 불가능한지에 대해 아직 명확치 않다"며 "정해진 바 없으나 법적으로 위반 사항이 있다면 고객에게 충분한 사전 안내 후 서비스를 종료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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