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는 지금]'더 이상 가전회사 아니다' 포트폴리오 전환 속도⑥'스마트 라이프 솔루션 기업' 선언, XR·전기차 등 집중
김도현 기자공개 2024-04-16 07:54:59
[편집자주]
LG전자는 다방면에서 변화의 기로에 서 있다. 경영진의 변동이 대표적이다. 지난해 말 배두용 CFO가 물러나고 조주완 사장의 단독 대표 체제로 재편됐다. CEO와 CFO가 협력 및 견제하던 구조에서 조 사장이 오롯이 회사를 이끌게 됐다. 사업적으로도 마찬가지. AI 시대를 맞이해 가전을 넘어 로봇과 모빌리티 등 포트폴리오 다변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올해, 더 나아가 내년 성과가 이목을 끌 수밖에 없는 시점이다. LG전자를 둘러싼 현 상황을 점검해본다.
이 기사는 2024년 04월 12일 15:1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LG전자가 신사업 육성에 속도를 낸다. 주력 부문 수익성 악화를 상쇄하는 동시에 성장세를 이어가기 위함이다.이를 위해 조주완 LG전자 최고경영자(CEO)와 권봉석 ㈜LG 최고운영책임자(COO)가 사업 기회 모색 및 인재 발굴 등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LG전자 대표를 역임했던 권 COO는 작년 말부터 이사회 의장을 맡고 있다.
확장현실(XR), 전기차 충전, 냉난방공조(HVAC), 로봇, 헬스케어 등 분야도 다양하다. 이들을 아우르는 키워드는 기업간거래(B2B)다. 기존 가전과 TV 등에서는 인공지능(AI), 플랫폼 등을 더한 새단장이 한창이다.
◇저커버그 대면한 경영진, 전기차 충전 해외 진출 원년
올해 2월 마크 저커버그 메타 CEO 방한 당시 조 CEO와 권 COO를 서울 여의도 LG트윈타워에서 만났다. 이번 회동에서 양사의 차세대 XR 기기 관련 심도 있는 논의가 이뤄진 것으로 전해진다.
LG전자에 따르면 조 CEO는 메타의 혼합현실(MR) 헤드셋 '퀘스트3'와 스마트글라스 '레이밴 메타'를 직접 착용해보고 대규모 언어모델(LLM) 기반 AI 기술에도 관심을 보였다. 더불어 기기 자체에서 AI를 구현하는 '온디바이스 AI' 측면에서의 시너지 창출 가능성도 엿봤다는 후문이다.
이날 LG전자는 이례적으로 해당 내용에 대해 공식 자료를 내고 조 CEO의 간단한 브리핑까지 이어졌다. 통상 VIP와의 만남은 극비리에 진행되는데 대놓고 공개한 셈이다. 이는 LG전자의 XR 사업에 대한 의지 표출로 풀이된다.
조 CEO는 지난달 정기주주총회에서도 관련 사안을 공유했다. 메타와 협업해 내년 중으로 XR 기기를 출시할 것으로 관측된다. 조 CEO는 "글로벌 정보기술(IT) 기업들이 우리를 찾고 있다. AI를 디바이스에 탑재해 사업모델을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LG전자는 최근 AI 가전을 연이어 내놓고 있다. 노트북, TV도 마찬가지다. 삼성전자와 AI 생태계를 두고 신경전을 벌이는 부분도 초기 시장 선점을 위한 움직임으로 읽힌다. 추후 XR 기기 등까지 더해지면 AI 포트폴리오는 더욱 풍부해질 것으로 보인다.
또 다른 먹거리로 전기차 충전을 낙점했다. 하이바차저(구 애플망고) 인수 이후 국내에서 전기차 충전기 양산에 돌입한 데 이어 올해는 미국 텍사스에 생산기지를 구축했다.
연내 유럽 진출도 고려 중이다. 미국과 유럽은 3대 전기차 시장으로 꼽히는 지역이다. 당장 전기차 성장세가 주춤하나 LG전자는 우상향 기조가 이어질 것으로 보고 투자를 지속하기로 했다.
LG전자는 LG에너지솔루션 등과 협동 작전을 펼쳐 전기차 충전 사업에서 조단위 매출을 내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장기적으로는 전기차 솔루션 프로바이더로 고도화할 방침이다.
◇HVAC·로봇·스마트병원 등 다변화 초점, M&A도 불사
LG전자의 영역 확장은 끝이 아니다. 조 CEO는 XR, 전기차 충전과 함께 HVAC을 강조했다. 탈탄소화 트렌드와 세계적인 규제 실행 가속화로 HVAC 시장은 가파르게 커지고 있다. 연평균 7% 성장해 300조원 규모까지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LG전자는 제품, 기술, 생산, 서비스 등 전 밸류체인에 걸친 기술력으로 경쟁력을 갖췄다고 자평한다. 인버터, 히트펌프, 컴프레셔 등 가전 사업으로 확보한 핵심 부품 노하우와 한국, 중국, 유럽 등 글로벌 생산거점을 구축한 부분이 강점이다. LG전자의 HVAC 연평균 성장률이 12%로 경쟁사 대비 빠르게 몸집을 키우고 있다.
다음 타깃은 로봇이다. 올해 3월 미국 베어로보틱스에 6000만달러(약 800억원) 투자한 것이 대표적이다. 이 회사는 AI 기반 자율주행 서비스로봇 스타트업으로 구글 출신 하정우 대표가 이끌고 있다. 빅테크 출신 엔지니어가 다수 근무 중이기도 하다.
연초 조 CEO는 "(LG전자의) 상업용 로봇 사업은 주로 배송과 물류 등 서비스 영역에 집중하고 있다. 지분투자나 인수합병(M&A) 가능성을 열어두고 발전 방향을 살피는 과정"이라고 언급했다. LG전자는 수차례 적극적인 M&A 전략을 이야기한 바 있다.
이미 LG전자는 경북 구미 LG퓨처파크에 자체 생산시설을 두고 있는 데다 다양한 상업 공간에서 로봇 경험을 쌓아왔다. 베어로보틱스 기술력까지 더해지면 신규 고객 확보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이달 11일에는 GE헬스케어코리아, 한국마이크로소프트 등과 스마트병원 구축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맺기도 했다. 이 프로젝트에는 LG전자가 공급 중인 의료용 모니터, 클로이 로봇 등이 활용된다.
일련의 과정을 거쳐 LG전자는 가전회사를 넘어 '스마트 라이프 솔루션 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의지다. B2B와 신사업 등에 드라이브를 걸고 2030년 매출 100조원 달성이라는 청사진을 그려나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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