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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B 풍향계]한화증권, 스팩합병 무산에도 '갈 길 간다'씨엔티테크, 외형 지적에 철회 결정…'플러스' 브랜드 스팩 첫 청산 사례

이정완 기자공개 2024-05-14 08:08:10

[편집자주]

증권사 IB(investment banker)는 기업의 자금조달 파트너로 부채자본시장(DCM)과 주식자본시장(ECM)을 이끌어가고 있다. 더불어 인수합병(M&A)에 이르기까지 기업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의 해결사 역할을 자처하고 있다. 워낙 비밀리에 딜들이 진행되기에 그들만의 리그로 치부되기도 한다. 더벨은 전문가 집단인 IB들의 주 관심사와 현안, 그리고 고민 등 그들의 생생한 이야기를 전달해 보고자 한다.

이 기사는 2024년 05월 09일 15:0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한화투자증권이 의욕적으로 키우고 있는 '플러스' 브랜드 스팩이 처음으로 쓴맛을 봤다. 푸드테크 비즈니스를 기반으로 한 액셀러레이터(AC) 씨엔티테크와 합병을 노렸는데 상장 철회로 인해 청산을 앞두고 있다.

한화투자증권은 2020년대 들어 스팩을 본격적으로 육성하며 핵심 영업수단으로 삼아왔다. 처음으로 합병이 무산되며 힘이 빠질 만도 하지만 여전히 직상장과 스팩을 투트랙으로 활용하는 IPO 주관 전략에는 변화가 없다는 입장이다.

◇푸드테크 비즈니스 성장 필요성 언급

9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한화플러스제2호스팩과 합병을 노리던 씨엔티테크는 지난달 말 심사를 철회했다. 지난해 12월 한국거래소에 스팩 소멸 합병 예비심사를 청구한 지 다섯 달 만에 내린 결정이다.

씨엔티테크는 예심 청구 단계부터 주목 받은 기업이었다. 지난해 블루포인트파트너스 상장이 금융감독원의 깐깐한 심사로 제동이 걸린 뒤 다시 등장한 액셀러레이터였기 때문이다. 이번에는 다른 결과를 받을지 눈길이 집중됐다.

주관사인 한화투자증권은 씨엔티테크가 푸드테크 기업이라는 데 중점을 뒀다. 푸드테크라는 본업에서 이익이 나고 있기에 스타트업에 초기 투자하는 액셀러레이터 비즈니스에서 발생할 수 있는 리스크를 충분히 상쇄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한화투자증권은 상장 절차를 간소화하기 위해 스팩 합병을 고안해내기도 했다. 벤처투자촉진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벤처캐피탈(VC)는 또 다른 VC 지분을 보유할 수 없다. 스팩 주주에는 다수의 VC가 참여하고 있어 스팩 합병을 통한 상장이 어려워 보이지만 액셀러레이터는 VC가 아니기 때문에 스팩 합병이 가능하다는 판단을 내렸다.

만반의 준비를 했지만 심사에서 지적을 받은 내용은 액셀러레이터 사업 위험성이 아니었다. 오히려 안정적으로 평가 받던 푸드테크 사업 외형 성장에 대한 이야기가 많았다. 지난해 씨엔티테크의 매출은 233억원을 기록했는데 이 중 푸드테크(소프트웨어플랫폼) 매출은 85억원 수준이었다. 액셀러레이터 분야도 마찬가지로 더욱 성장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왔다.

IB업계 관계자는 "꾸준히 이익이 발생하고 있지만 푸드테크와 액셀러레이터 사업 모두 외형 성장이 필요하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며 "액셀러레이터 AUM(총운용자산) 증가도 필요한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직상장·스팩, '투트랙'으로 IPO 키운다

씨엔티테크의 상장 무산으로 회사와 소멸 합병시키려 한 한화플러스제2호스팩도 청산하게 됐다. 한화플러스제2호스팩은 2021년 7월 공모액 75억원 규모로 상장해 오는 7월 청산을 앞두고 있다. 스팩은 상장 후 3년 동안 유효하며 존속 기한 6개월 전까지 합병 대상을 찾지 못하면 관리종목으로 지정된다. 청산까지 두 달밖에 남지 않아 새로운 합병 후보를 찾기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

한화투자증권 입장에서도 상장 철회로 아쉬움이 크게 남는다. 2018년 김진욱 본부장이 당시 IPO센터장으로 복귀한 뒤 스팩 육성을 주문했다. 김 본부장은 1999년 한화투자증권에 입사한 뒤 줄곧 IB 업무를 맡았다. 2014년 회사를 잠시 떠났다가 2018년 복귀했다.

합병보다 청산이 많았던 과거 이미지에서 벗어나기 위해 네이밍부터 새롭게 했다. 한화그룹 금융계열사가 공동으로 만든 '라이프플러스(LIFEPLUS)' 브랜드를 활용해 2019년 말 한화플러스제1호스팩을 상장시켰다. 회사 내부적으론 '플러스' 스팩은 청산시키지 말자고 강한 의지를 다지기도 했다. 한화플러스제1호스팩은 2021년 말 친환경 패키징 기업인 세림비앤지와 합병에 성공했다.


이번에 심사 철회란 예상치 못한 변수가 생겼지만 스팩 비즈니스는 계획대로 키워나간다. 직상장과 함께 스팩 합병을 통한 주관 영업을 투트랙으로 지속할 전략이다. 수요예측과 청약을 거치지 않아도 되는 스팩에 여전히 매력을 느끼는 중소 규모 예비 상장사가 많기 때문이다.

한화투자증권은 올해도 1~2건의 스팩 상장을 계획 중이다. 2021년부터 지난해까지 3년 동안 매년 신규 스팩을 선보였다. 올해도 이 같은 전략을 이어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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