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4년 05월 16일 07:1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조직 문화 개선으로 부진을 탈출한 대표적 케이스로 거론되는 기업이 마이크로소프트(MS)다. 애플과 구글 등에 밀리며 주가 하락뿐 아니라 올드한 IT기업 이미지를 가진 후 부임한 사티아 나델라는 CEO는 사업 전략뿐 아니라 조직 문화 개선 프로젝트에 착수했다.MS의 진짜 문제는 내부 조직 문화에 있다고 판단하고 경쟁 중심의 분위기를 바꾼 것이 포인트다. 기존에는 피드백 방식을 추구했다면 '성장 문화' 확산을 위해 임팩트(IMPACT) 개념을 도입했다. 함께 일하고 독려하며 성장하는 가치에 무게를 뒀다. 조직 문화 혁신을 밑거름 삼아 부침을 겪었던 MS는 시총 1위를 탈환했다.
국내 기업들도 변화하는 트렌드에 맞춰 조직 문화 개선에 힘을 쓰고 있다. 하지만 구성원 전체의 변화가 수반되지 않아 '보여주기식 활동'으로 비치는 경우가 대다수다. 조직의 공통의 목표가 불분명한 것도 원인이 될 수 있다. 그래서인지 오랜 기간 지속된 역성장의 고리를 끊어내는 것이 목표였던 홈플러스의 조직 문화 개선 작업은 MS를 떠올리게 한다.
2021년 홈플러스의 구원투수로 투입된 이제훈 부회장은 CEO 시절 고객 중심의 쇼핑 환경을 구축하는 것도 추진했지만 조직의 변화를 통한 내실 다지기에 공을 들였다. MZ 구성원을 주축으로 '신선한 문화' 만들기에 나선 것이 혁신의 시작이었다.
'신선한 생각'으로 조직을 바꾸기 위한 움직임은 구성원들의 참여를 통해 활성화됐고 시즌2로 이어졌다. 조주연 사장이 바통을 받아 조직 문화 안착에 힘을 쓰고 있다.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칭찬 문화다. 직원들이 사용하는 앱을 통해 동료에게 메시지를 보내고 칭찬 버튼을 누른다. 히트 상품이나 우수한 성과를 낸 사례를 사내 방송을 통해 소개하고 서로 칭찬하는 자리도 주기적으로 갖는다.
이커머스의 등장으로 경쟁이 더 치열해지지며 자신의 성과가 더 돋보여야 하는 유통 업계의 조직 문화라는 게 흥미로웠다. 특히 부진을 겪으며 내부 분위기가 침울할 것이라 예상했던 성급한 판단이 부끄러울 정도였다. 변화는 외부 사람이 체감할 수 있을 정도로 안착된 느낌이었다. 최근 인터뷰차 방문한 본사에서 관찰한 직원들의 대화에서 서로를 진정으로 존중하는 태도가 엿보였다.
어떤 조직에서는 골칫덩어리로 여겨 배제할 수 있는 MZ를 대하는 자세도 남달랐다. 저 연차 직원들을 제품 기획 단계부터 투입시키고 조직 문화 개선에도 MZ를 내세웠다. 대표이사 주재의 품평회에 팀장이 아닌 MZ 직원들이 직접 발표도 나선다. 그들도 떨지 않고 편안하게 자신의 역량을 뽐낸다고 한다. 최근 히트 상품인 당당치킨과 캔 하이볼 등이 MZ 참여의 대표적인 성과다.
직원들 사이에서도 '이제 좋아지고 있으니 더 열심히 하자'는 긍정적인 분위기가 조성됐다고 한다. 아직 2023년 회계연도 성과가 나온 것은 아니지만 적자폭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는 등 고무적인 상황이다. MS처럼 홈플러스의 반등을 견인한 것은 결국 사람이 일하는 방식의 변화로 읽힌다. 홈플러스의 조직 문화 개선 승부수가 재무적 성과로 이어져 과거의 영광을 되찾을 수 있기를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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