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육각은 지금]"다시 출발선에 선 정육각, 생존 넘어 성장 챕터로“⑥우선 목표는 자생가능 구조 구축…김재연 대표 “다음 단계는 가격 경쟁력 확장”
유정화 기자공개 2024-05-17 07:07:14
[편집자주]
스타트업 정육각은 대상그룹 계열사 초록마을을 인수하면서 2022년 가장 주목 받은 스타트업으로 부상했다. 꽃길이 펼쳐진듯 했지만 급격한 시장 변화에 발목이 잡혔다. 금리 인상 기조 속에 투자 유치가 여의치 않았고, 인수 차입금 부담으로 유동성 위기에 놓였다. 초록마을을 다시 되팔아야 한다는 목소리까지 나왔다. 신사업을 정리하고 뼈를 깎는 구조조정을 단행한 정육각의 절치부심에 VC업계가 다시 한번 손을 내밀었다. 힘겹게 유동성 위기를 넘긴 정육각은 이제 설립 이후 첫 흑자전환을 목표로 하고 있다. 대기업을 삼킨 스타트업, 정육각은 승자의 저주를 피해갈 수 있을까. 현 상황을 진단하고 향후 전략을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4년 05월 14일 15시53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정육각이 이제 다시 출발선에 선 기분입니다. 초록마을을 인수하기 이전 7년간 정육각에 따라 붙은 핵심 키워드는 성장이었습니다. 이후에 대내외적인 어려움에 처해 생존만 바라보고 2년간 달려왔습니다. 준비를 끝내고 난 뒤엔 다시 성장 챕터로 달려가야죠.”김재연 정육각·초록마을 대표(사진)는 지난 9일 서울 강남 논현 두산빌딩 본사에서 더벨과 만나 이같이 말했다. 초록마을 인수 이후 2년간 힘든 시간을 보낸 소회를 묻는 질문에 대한 답이었다.
◇"2년 전으로 다시 돌아가도 초록마을 인수할 것"
정육각은 축산물 시장에선 전에 없던 도축 4일 이내 ‘초신선’이라는 콘셉트를 앞세워 가파르게 성장했다. 2017년 1억원이던 매출은 2019년 41억원, 2021년엔 401억원으로 커졌다. 여기에 정육각인 자기 몸집보다 큰 초록마을을 인수하니 시장의 관심이 집중됐다.
그러나 인수 직후 금리 인상발 글로벌 경기 침체의 파고가 정육각를 덮쳤다. 투자가 위축되면서 몰리던 자금도 뚝 끊겼다. 원하는 만큼의 자금 조달을 할 수 없게 됐고, 4000억원에 달했던 정육각의 기업가치도 반토막이 났다.
김재연 대표는 초록마을 인수 2년을 어떻게 기억하고 있을까. 김 대표는 “누군가가 보면 잃어버린 2년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초록마을을 인수해 얻게 된 게 더 많다”라며 “우선 장기적인 성장을 위한 펀더멘탈(기초 체력)이 강화됐고, 치열한 인수 후 작업(PMI) 끝에 이제 올라갈 준비를 마무리하고 있다”고 말했다.
◇확대 보단 내실…“매출 회복이 먼저”
2022년 4월, 2년 전으로 돌이켜 초록마을 인수를 두고 똑같은 상황이 온다 해도 김 대표는 똑같은 선택을 할 거라고 한다. 물론 아쉬움도 남아 있었다.
김 대표는 “매크로나 금리 환경에 대한 흐름을 캐치 못했다는 건 저와 경영진의 실수지만, 대외 환경이 너무 빠르게 변화했다”면서 “투자자들도 1개월만 더 빨리 인수했더라면, 성장에 있어 훨씬 더 많은 시간을 절약할 수 있었을 거라는 이야기를 하곤 한다”고 말했다.
올해 정육각과 초록마을의 목표는 생존이자 흑자 전환이다. 개별 재무제표 기준 정육각은 6월, 초록마을은 연내 흑자 달성이 목표다. 자체 브랜드(PB) 역량을 살려 타 브랜드와 경쟁이 없는 독자적인 콘셉트의 상품을 선보여 수익성을 높이고 초록마을의 온라인 매출 비중과 점포 수를 늘려 온·오프라인 통합 시너지를 살리겠다는 취지다.
김 대표는 “올해 정육각과 초록마을 매출 목표는 2021년 수준을 회복하는 것”이라며 “물류와 상품 구조를 효율화했기 때문에 충분히 흑자전환이 가능해졌다”고 설명했다. 이어 “생존 모드에서 성장 모드로 진입하는 타이밍이 되면 온라인 매출이 훨씬 더 가속화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성장에 대한 자신감도 내비쳤다. 김 대표는 “자생 가능한 구조를 만들고 나면 투자자들도 정육각의 성장에 대한 물음표는 없을 거라고 생각한다”며 “과거 계속해 증명해냈던 부분이고, 흑자전환을 하고 나면 훨씬 더 많은 기회가 있을 거라고 기대한다”고 했다.
◇산지직송 직거래 플랫폼 ‘직샵’ 다시 만지작

친환경 유기농 전문 초록마을은 건강한 먹거리를 겨냥한다. 가령 최근 유기농 콩으로 만든 상품을 선보였는데, 100% 국내산 유기농 콩으로 만들고 유기가공인증을 받은 점이 차별화된 특징이다. 국내 친환경 시장에서도 유기농 국산 콩국물은 찾아보기 어렵다는 게 김 대표의 설명이다.
맛과 건강에 집중해 프리미엄 시장을 공략하는 게 정육각의 기본 전략이다. 그러나 앞서 김 대표는 가격 경쟁력을 타깃한 브랜드를 구상했고, 구체적으로 실천에 옮겼다. 지난 2022년 말 재무 부담이 커지자 정리한 신사업 ‘직샵’이 바로 가격 경쟁력을 노린 브랜드다.
김 대표는 “재무 리스크로 구조조정을 단행할 당시 신사업은 안 한다고 회사가 망하지는 않으니 어쩔 수 없이 포함하게 됐다”며 “실제로 베타버전까지 만들었고, 입점도 받았지만 회사에 현금이 부족하던 터라 홍보도 하지 못하고 중단했다”고 말했다.
직샵은 산지직송 온라인 직거래 플랫폼이다. 판로를 찾지 못해 버려지는 농축수산물이 적지 않다는 점에 착안했다. 농어민 등 생산자와 소비자를 직접 연결하는 게 주된 사업 아이템이다. 중간 유통 단계를 없애고 유통 구조를 효율화해 가격이 저렴해지는 구조다.
김 대표는 “현재 생존에서 성장으로 모멘텀이 전환되면 시작해야 하는 아이템이라고 생각한다”며 “농어업을 하는 어르신들도 손쉽게 사용할 수 있는 모듈을 각 농가에 설치해 직거래에 도움이 되고 정육각도 맛, 건강, 가격 경쟁력을 모든 라인업을 갖출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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