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즘 속 자동차 부품사]갈림길 선 SJG세종, '사명 변경'으로 다진 의지⑪체질 개선 자체는 2016년부터…아직까지 매출 및 고객사 변화 없어
이호준 기자공개 2024-06-13 08:12:42
[편집자주]
밀려드는 주문에 활짝 웃으면서도 자동차 부품 업계는 생각한다. "방심은 금물이야." 일련의 호실적에 경각심을 불러일으키는 이러한 인식은 내연기관차보다 부품 숫자가 많게는 40% 가까이 적은 전기차 시대에 대한 걱정을 반영한다. 그만큼 서둘러 전동화 전환에 나서야 할 상황이기도 하지만 다행히 시간은 부품 업계의 편이다. 일시적 전기차 수요 둔화 등을 계기로 투자를 결정할 시간을 벌었기 때문이다. '캐즘' 속에서 부품 업계들이 처한 상황과 고민은 무엇일까. 더벨이 자동차 부품사들의 현주소를 다각도로 짚어봤다.
이 기사는 2024년 06월 11일 16:3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SJG세종은 올들어 사명과 기업이미지(CI)를 한꺼번에 교체했다. 목적은 명확했다. 이미지 변신을 꾀해 '새 출발'에 고삐를 죄겠단 의미였다. 전기차 시대에서는 더 이상 사용이 담보되지 않는 주력 제품 자동차용 배기 시스템의 현실을 두고 고민한 결과였다.◇시작은 2016년부터…'수소·전기차' 둘 다 겨냥
SJG세종이 사업 구조에 본격적으로 손을 대기 시작한 건 2016년이다. 창립 40주년을 맞은 그해 '2023 GREAT 3'라는 중장기 목표를 내놨다. 각 알파벳이 여러 가지 의미를 내포하고 있었지만 업계는 이 중에서도 특히 친환경을 뜻하는 'G'(Green)에 주목했다.
이는 생존이 걸린 문제였다. SJG세종의 주력 제품은 컨버터와 머플러 등 자동차용 배기 시스템이다. 내연기관 부품이기 때문에 전기차로의 급격한 전환은 사업에 부정적이었다. 따라서 중장기 목표는 기존 사업을 뒤집고 새 수익원을 찾겠단 의미로 읽혔다.
SJG세종이 먼저 접근한 쪽은 '수소차'였다. SJG세종은 수소차의 안전을 위한 필수 부품인 수소 센서와 압력 센서 기술을 보유하고 있었고 이를 활용해 최대 고객사인 현대차가 2018년 수소차 '넥쏘'를 선보일 당시 개발 단계부터 참여해 13개 부품을 공급했다.
2020년에는 자회사 세종이브이를 설립하고 친환경 수소차 부품 사업을 기존 사업에 추가했다. 세종이브이는 수소차의 스택(Stack)용 금속분리판을 생산하는 역할을 맡아 현대모비스로부터 연간 1만5000대 규모의 금속분리판을 수주하는 성과를 기록했다.
친환경차 시장의 무게중심이 전기차로 확실히 이동하면서부터는 전기차용 배터리 팩 제작·생산 사업에도 뛰어들었다. 2021년 SJG세종은 서연이화, 덕양산업 등 현대차그룹의 1차 협력사들과 함께 배터리시스템어셈블리(BSA) 공급 협력업체로도 선정됐다.
◇매출 변화 없어…'사명 변경'하며 체질 개선 의지 다져
그러나 SJG세종의 제품 판매 현황은 여전히 사업 다각화를 위해 갈 길이 멀다는 것을 보여준다. 올해 1분기 말 기준 SJG세종 전체 매출에서 컨버터와 머플러가 차지하는 비중은 93.72%로, 신사업 비전을 처음 공개한 지난 2016년(92.60%)보다도 높다.
고정된 매출처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분석이다. 이곳의 최대 고객사는 현대차그룹이다. 현대차와 기아, 현대위아 등이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84%에 이른다. 이는 새로운 먹거리보단 기존 제품과 고객사에 더 크게 의존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당장은 마땅한 활로가 보이지 않고 있다. 현대차는 곧 넥쏘 후속 모델을 출시할 예정이지만 일단 시장에서 수소차 수요가 살아나야 부품도 빠르게 납품이 가능하다.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둔화) 등을 놓고도 한동안 배터리팩 사업의 고민을 더할 수밖에 없다.
일단 SJG세종은 '사명 변경'이라는 칼을 뽑았다. 1976년 설립 당시부터 유지해 온 세종공업이라는 이름 대신 SJG세종으로 올해 초 상호를 바꿨고 동시에 CI도 새로 공개했다. 당시 회사는 "미래 50년을 위한 혁신과 창조의 새로운 역사를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시장 수요는 더 지켜봐야겠지만 일단 올해 10월 현대차의 미국 조지아주 전기차 전용 공장이 가동되면 배터리팩 공급이 이뤄질 수 있다"며 "수소 부품 쪽은 시장 수요가 좋지 않아 대규모 납품 자체가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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