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신탁사 책준사업 리포트]코리아신탁, PF 자금줄 새마을금고…공기 연장 '숨통'②1분기 말 미준공 사업장 44곳, 공정률 부진·시공사 부도징후 사업장 '집중관리'
이재빈 기자공개 2024-06-14 08:17:12
[편집자주]
부동산신탁사들이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장에 제공한 책임준공 약정에 발목을 잡히고 있다. 공사비 인상 여파로 책임준공을 이행하지 못하는 시공사가 늘면서 대신 의무를 떠안고 있기 때문이다. 끝내 준공 기한을 지키지 못해 대주단과 손해배상을 두고 법적다툼을 벌이는 사례도 나온다. 더벨은 국내 시행법인들의 감사보고서 속에서 부동산신탁사가 책임준공 약정을 명시한 사업장을 조사해봤다. 2023년말 책임준공 약정 사업장들의 전체 대출잔액 1조원 이상인 부동산신탁사가 대상이다. 이를 통해 각사별 책준형 사업 현황을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4년 06월 13일 07:2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코리아신탁이 책임준공 약정을 제공한 사업장 대부분은 아직 준공되지 않은 상태다. 1분기 말 기준 58개 사업장 중 44곳에서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건설부동산 경기가 침체돼 있는 만큼 일부 준공 지연을 피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시공사 법정관리로 인해 준공 일정이 연기된 사업장도 다수 확인됐다.1분기 말 기준으로 시공사 책준 기한이 도과한 사업장은 17곳으로 확인됐다. 다만 준공 지연이 코리아신탁의 손해배상금 지급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낮다. 대부분의 사업장이 새마을금고 단일대주로 구성된 만큼 이해관계가 복잡하지 않아 공사기한 연장 합의가 어렵지 않기 때문이다. 코리아신탁은 공정률 관리 태스크포스(TF)를 통해 미준공 리스크를 관리하고 있다.
◇책준 사업장 75.86% 공사중, 시공사 교체 사업장 다수
코리아신탁 책임준공확약형 관리형 토지신탁 사업장 중 공사가 완료되지 않은 현장은 총 44곳이다. 전체 책준 사업장의 75.86%가 아직 준공 리스크에 노출돼 있는 셈이다.
다만 누적 기준으로는 기수주 165개 사업장 중 77.56%에 해당하는 121개 사업장이 공사를 마쳤다. 코리아신탁은 준공 이후 책준 계약을 신속하게 해제하면서 잔여 사업장 중 미준공 현장 비중이 높게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모든 사업장의 기한 내 준공을 기대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2022년을 기점으로 원자재 가격이 크게 상승하면서 당초 계획보다 필수 공사비가 확대됐다. 건설부동산 경기침체도 겹치면서 분양을 통한 공사대금 유입을 기대하기 어려운 사업지도 있다.
준공에 필요한 공사비가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약정액을 상회하게 된 가운데 분양대금을 통해 공사비가 유입되지 않을 경우 신탁사의 신탁계정대 투입이 필요하다. 코리아신탁은 1분기 말 기준으로 14개 책준 사업장에 561억원의 신탁계정대를 투입한 상태다.
시공사 법정관리 신청도 공사기간을 늘리는 요인이다. 신탁사 책준 확약은 통상 중소형 건설사가 참여하는 현장에 제공된다. 최근 법정관리를 신청하는 시공사 대부분은 이들 중소형사다.
코리아신탁 책준 사업장 중 시공사에 이상이 발생한 가장 최근 사례는 부산 오피스텔 개발사업이다. 시공을 맡은 남흥건설에서 23억원 규모 약속어음 부도가 발생하면서 지난 5월 2일 당좌거래가 정지됐다. 해당 사업장은 오는 9월 준공이 예정돼 있었다. 코리아신탁은 우선 남아있는 PF대출과 시행사 자금을 바탕으로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남흥건설 외에도 5개 사업장에서 건설사 법정관리 등으로 인한 시공사 교체가 확인됐다. 먼저 한국건설이 시공을 맡았던 광주광역시 주상복합과 공동주택 개발사업은 각각 성암토건과 대유산업이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2023년 시공능력평가 99위 한국건설은 지난 4월 회생절차 개시를 신청했다.
대우조선해양건설의 평택 주상복합 사업장은 파인건설로 시공사가 교체됐다. 김포 오피스텔과 양주 근린생활시설 개발사업도 각각 호림건설에서 진완종합건설로, 청원종합건설에서 그리드종합건설로 시공사가 바뀌었다.
감사보고서 등을 통해 아직 준공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된 15개 사업장 중에는 재무지표가 종합건설업 평균 대비 열위에 있는 시공사가 참여한 현장도 확인됐다. 조달청이 발표한 종합건설업 평균 유동비율(148.8%)을 하회하는 시공사와 현장은 △대유산업(115.18%) 광주광역시 공동주택 △와이지건설산업(130.06%), 남양주 오피스텔 △금광건설(130.56%) 인천 오피스텔 등이다.
이들 세 시공사의 당좌비율은 각각 79.61%와 84.55%, 54.55%로 나타났다. 재고자산을 제외한 유동자산 규모가 1년 이내에 상환해야 하는 부채를 하회하고 있다는 의미다.
감사보고서가 제출되지 않은 시공사는 5곳이다. 6개 현장에서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디케이와이종합건설은 송파구와 광진구 오피스텔 개발사업의 시공사로 참여했다. 이밖에도 우영종합건설(부산 오피스텔)과 상록건설(양천구 오피스텔)이 감사보고서를 제출하지 않았다. 양주 근린생활시설과 김포 오피스텔 개발사업 대체 시공사 두 곳도 2023년 감사보고서가 부재했다.
◇단일대주 PF대출 '전화위복', 준공 리스크 관리 TF 가동
미준공 사업장이 다수 남아있지만 코리아신탁은 책준 의무 미이행에 따른 손해배상금 지급 리스크 발생 가능성이 희박할 것으로 진단하고 있다. 책준사업장의 PF 대주가 대부분 새마을금고 단일 트렌치로 구성돼 있기 때문이다. 새마을금고 외의 기관이 대주단에 참여한 사업지는 단 2곳에 그쳤다.
대부분의 사업장이 새마을금고만 설득하면 책임준공 기한 연장이 가능한 구조다. 선순위로 PF대출에 참여한 새마을금고 입장에서도 준공만 되면 담보대출 전환을 통해 투자금을 회수할 수 있기 때문에 기한 연장에 동의하지 않을 유인이 작다. 다수의 대주단이 참여한 사업장의 경우 상환순위별 이해관계가 상이하기 때문에 기한연장 동의를 받아내기 어렵다.
실제 코리아신탁은 대주단과 합의를 통해 10개 이상의 사업장에서 책임준공 기한을 연장한 상태다. 1분기 말 기준으로 시공사 기한도과 사업장이 17개, 신탁사 책준기한 도과 사업장이 11개임을 감안하면 대부분 합의가 이뤄지고 있는 셈이다. 기한도과 사업장들은 현재 공매와 할인분양 등으로 PF대출 상환을 추진하는 한편 일반 관리형토지신탁으로 변경계약을 체결하는 방식으로 관리되고 있다.
대부분의 사업장이 단일 트렌치로 구성된 건 기관들의 금융지주계열 신탁사 선호에서 기인했다. 기관들이 대부분의 PF대출을 금융지주계열 신탁사 책준 사업장에 제공함에 따라 코리아신탁 책준 사업장의 자금 조달이 새마을금고에 집중됐다. 당시에는 PF대출 확보에 다소 불편함이 있었지만 책준 사업 준공 리스크가 확대되자 오히려 전화위복으로 작용하고 있는 셈이다.
코리아신탁은 공정률 관리를 위한 TF를 운영하고 있다. 기술지원실이 TF의 주축으로 자리한다. 시공사 부도징후 모니터링과 하도금대급 직접지급, 공정만회대책 수립 및 시행 등의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공정률이 목표치 대비 4~5개월 이상 지연된 사업장이나 시공사 부도 가능성이 있는 사업장이 TF의 관리 대상 사업지다.
코리아신탁 관계자는 "11개 신탁사 책준기한 도과 사업장 중 1개는 PF대출 상환이 완료됐고 나머지 사업장도 할인분양과 공매 등을 통해 관리하고 있다"며 "미준공 사업장 중 절반 이상이 연내 공사가 마무리될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책준 미이행에 따른 손해배상금 지급이 현실화될 가능성은 낮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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