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4년 06월 20일 07:4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하자' 없는 아파트는 없다. 공법이 발달해도 결국 건설 근로자들의 손을 거쳐야 한다. 많게는 수천가구에 달하는 아파트를 하자 없이 준공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 입주 45일 전까지 사전점검을 실시하고 하자 발견 시 건설사에 통보하는 절차가 마련된 배경에는 어쩔 수 없는 현 구조가 자리한다.문제는 하자가 늘어난 정도가 심상치 않다는 점이다. 국토교통부가 지난 3월 발표한 '하자판정건수 상위 20개 건설사 명단 2차 공개' 자료에 따르면 하자심사분쟁조정위원회에는 올 2월까지 1054건의 하자심사가 접수됐다. 지난해 등록된 하자심사 건수인 3313건의 31.8%가 2개월만에 채워졌다.
무리한 사업 확대가 한 몫 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최근 몇 년은 건설사들이 공격적으로 도시정비사업을 수주하던 시기다. 매출원천을 확보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했다. 이 과정에서 수많은 건설사들이 1조 클럽에 가입했다. 한때 1조 클럽이 리딩 건설사를 가려내는 바로미터였으나 지금은 그 의미가 희석됐다.
현재는 도시정비사업으로만 5조원 이상 수주한 건설사들이 곳곳에서 등장하고 있다. 5조원을 넘어 10조 클럽을 목전에 뒀던 건설사도 존재한다. 업황이 한풀 꺾인 지금에는 볼 수 없는 광경이지만 주요 수주전이 이뤄질 때마다 건설사들은 보다 좋은 조건을 제시하기 위해 손해를 감내하는 모습을 보였다.
반면 공격적으로 수주 물량을 확보했던 것과 달리 공사를 담당한 인력은 크게 늘어나지 않았다. 5조 클럽 멤버인 3개 건설사를 합쳐봐도 정규직 직원은 전년 말 기준 1만1894명정도다. 수주전이 치열했던 2년 전보다 고작 48명 늘었다. 인력 공백은 PJT로 분류되는 비정규직 직원들로 채워야 했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숙련된 외국인 근로자들도 코로나19 이후 급격히 줄었다. 기수주한 사업장 가운데 책임준공기한이 있는 곳이 상당수다 보니 부족한 인력으로만 공사를 수행해야 하는 환경에 직면했다. 인건비와 원자재비가 함께 반등한 상황 속에 건설사들은 인건비를 줄이는 선택도 해야 했다.
결과론적으로 준비 없이 늘려온 사업은 역대급 하자라는 오명으로 돌아왔다. 사태가 심각해지자 올해 준공을 앞둔 아파트가 산적한 건설사들을 중심으로 하자 전담조직을 마련하기 시작했다. 품질 관리와 입주민 대응에 특화된 조직이다. 20년 이상 경력을 쌓은 하자 전문가들이 주로 전담조직에 참여했다.
다만 이들의 활동에도 하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추가 비용이 발생하는 일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단적인 사례지만 전면 재시공을 결정해 분기 한정으로 영업손실을 기록한 곳도 존재한다. 늦은 감이 없지 않다. 그럼에도 건설업계 스스로 현 사태를 반면교사 삼아 슬기롭게 대처하길 응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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