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4년 06월 19일 07시09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미분양 리스크를 시공사에 떠넘기기 위해 의도적으로 건설사 자금흐름을 막는 기관이 있다. 시공사가 책임준공 의무를 이행하지 못 하면 채권을 인수해야 한다는 점을 악용해 자신들의 투자금을 회수하는 것이다."한 금융기관 임원과 대화 도중 들은 이야기다. 이 임원은 아무리 채권 회수가 중요해도 의도적으로 다른 기업의 재무안정성에 타격을 입히는 것은 도가 지나치다는 지적도 덧붙였다.
처음에는 믿을 수 없었다. 상품성이 부족한 사업장의 대출채권을 시공사가 인수하면 분양률에 관계 없이 투자금을 회수할 수 있는 만큼 기관 입장에서 유인은 충분했다. 하지만 금융기관이라 해도 별도 법인의 자금흐름을 막는 일이 쉬워 보이지는 않았다.
이들과 직접적인 이해관계가 없는 다른 기관의 관계자들에게 의견을 구하자 충분히 있음직한 일이라는 대답을 들었다. 공사 진행 과정에 조금이라도 문제가 있으면 이를 빌미로 매출채권에 압류를 거는 등의 방식으로 자금흐름에 타격을 줄 수 있다는 설명이다. 사람의 손으로 진행되는 공사의 특성상 트집을 잡으려면 얼마든지 잡는 것이 가능하다.
사실이라면 책준이라는 건설사의 약속을 기관이 자신들의 미분양 리스크 헤지 수단으로 악용하고 있는 셈이다. 당초 책준이 미준공 리스크는 건설사가, 미분양 리스크는 기관이 나눠 가지기 위해 만들어진 약속임을 고려하면 의도적으로 상대 법인에 리스크를 모두 떠넘기고 있다고도 볼 수 있다.
책준을 악용하고 있다고 지목받은 기관은 의도적으로 건설사 재무안정성에 타격을 입힌 것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한 사업장에서 책준 의무를 이행하지 못한 건설사를 상대로 압류를 걸었더니 해당 시공사의 다른 사업장에서도 의무 미이행이 발생했다는 설명이다. 압류 조치는 채권 보전을 위한 기본적인 조치였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여러 이해관계자들의 설명을 듣다 보면 다들 나름의 입장이 있다. 시공사는 압류만 안 당했으면 책준 의무 이행으로 채무인수를 피하고 매출을 창출할 수 있었다. 반면 기관은 혹시라도 발생할 수 있는 추가손실을 피하기 위해 압류를 선택했다.
그럼에도 압류가 유일한 해결책은 아니었을 수 있다는 점은 아쉬운 대목이다. 건설부동산 경기침체로 인해 업계가 모두 어려운 상황에서 극단적인 선택은 업황 전체에 타격을 줄 수도 있다. 강원중도개발공사에 대한 채무보증 미이행이 전국의 부동산 개발사업을 힘들게 했던 레고랜드 사태가 대표적인 사례다.
건설업계, 특히 부동산 개발업계는 여전히 살얼음판을 걷는 중이다. 채무상환에 실패해 사업장이 공매로 넘어갔다는 소식은 이제 흔한 이야기다. 그럼에도 대주와 차주, 시공사가 대화와 협상을 통해 모두 함께 위기를 극복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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