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4년 06월 26일 07시04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미중 무역갈등, 생성형 인공지능(AI) 등으로 글로벌 반도체 시장이 뜨겁게 달아오르면서 밸류체인 전반에 걸쳐 영향력 있는 기업들이 주목받았다. 네덜란드의 에이에스엠엘(ASML)이 대표적이다. 극자외선(EUV) 노광장비를 독점해 반도체업계의 '슈퍼 을(乙)'로 불린다.ASML은 글로벌 반도체 생태계의 중요성을 말할 때 단골로 언급된다. 삼성전자, 인텔, SK하이닉스 등과 같은 종합반도체업체(IDM·Integrated Device Manufacturer)는 아니지만 특정 분야에서 독보적인 경쟁력을 바탕으로 막강한 힘을 발휘하기 때문이다.
여기서 한 단계 더 들어가면 '슈퍼 을'조차 극진히 대접하는 '슈퍼 병(丙)'이 있다. 1차 협력사가 자신들의 제품을 만드는 데 의존할 수밖에 없는 '2차 협력사'다. ASML의 EUV 노광장비에 광학시스템을 독점 공급하는 독일 '자이스(Zeiss)'가 이에 해당한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올 4월 자이스를 방문해 사업 협력을 논의한 것도 이런 구조를 고려한 행보다. 이 회장이 글로벌 반도체 생태계의 정곡을 찔렀다는 평가가 나온 배경이다.
그만큼 소재·부품·장비(소부장)는 글로벌 칩워(Chip War)에서 핵무기는 아니어도 핵심 비대칭전력이 될 수 있다. 글로벌 강국, 최상위 기업들이 함부로 할 수 없는 힘으로 작용한다. 소부장 경쟁력을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은 이유다.
우리의 현실을 되돌아보면 기대와 우려가 교차한다. 우리나라도 이미 특정 분야에서 독점적인 지위를 확보한 곳들이 있다는 점은 다행이다. 에이치피에스피(HPSP)는 글로벌 시장에서 고압수소어닐링 장비를 사실상 독점하고 있다. HBM 생산 공정에 필수적으로 쓰이는 듀얼 TC본더를 만드는 한미반도체도 있다.
이미 독점적 지위를 가진 곳들뿐 아니라 잠재력을 지닌 곳들도 많다. 또 공급망 다변화, 국산화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기업들도 다수 있다. SK실트론이 이에 포함된다. 이 곳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원부자재 중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실리콘 웨이퍼를 생산한다. 실리콘 웨이퍼는 글로벌 시장 90% 이상을 5개 기업이 점유하는데 SK실트론은 3위다.
이런 상황 속에서 정부가 반도체 소부장에 대한 대규모 지원 의사를 밝힌 점은 다행이다. 정부는 지난달 23일 '반도체 생태계 종합지원 방안'을 발표했다. 반도체 생태계 전반에 대해 26조원 규모의 추가적인 지원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다만 업계에서는 실행 여부, 속도 등에 관해 일부 우려스러운 분위기가 있다.
현재 글로벌 칩워가 절정에 달하고 있다는 점은 명확하다. 이 골든타임을 어떻게 보내느냐에 따라 희비가 엇갈릴 가능성이 있다. 이미 잠재력이 충분한 기업들은 존재한다. 정부에서, 그다음 정부에서도 단기·장기적 관점을 아우르는 과감하고 신속한 지원을 실행해 '월드클래스' 소부장기업 탄생을 뒷받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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