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4년 07월 12일 08시22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명분없는 전쟁은 힘이 약하다. 승리로 이끌어갈 동기부여나 지지를 받지 못해 금세 응집력이 와해된다. 실리없는 전쟁은 허무하다. 승자도 상처만 남는다.모친인 송영숙 회장을 상대로 전쟁을 선포했던 임종윤 한미약품그룹 사장의 명분은 무엇이었을까. 장자 승계라는 유교사상 원칙 말고 뚜렷하게 떠오르는 부분이 없다. 실리만큼은 명확했다. 더 좋은 조건을 제시하는 투자자를 데려와 주주가치를 높인다는 것. 그 제안은 주주들을 움직였다. 대주주인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이나 다른 가족들이 손을 잡은 배경엔 '주주가치 제고'가 큰 힘을 발휘했다.
석 달만에 주주들이 돌아섰다. 대주주인 신 회장도 손을 놓았다. 이유는 명백하다. 실리를 챙겨주지 못했기 때문이다. 임종윤 사장은 주주총회에서 승리한 후 주주들을 만족시킬 새 투자자를 데려오지 못했다. OCI와의 통합 발표로 얻은 상승분을 모두 반납하고도 20% 가까이 주가가 빠졌다.
명분없이 실리로만 묶인 연대는 작은 불씨에도 흔들린다. 순식간에 구도가 180도 달라졌다. 신 회장은 송 회장, 장녀 임주현 부회장과 새롭게 손을 잡았다. 모녀는 상속세 문제를 해결해 오너 리스크를 제거했다. 신 회장은 모녀로부터 매입한 지분 6.5%를 더해 18.2%를 쥔 최대주주가 됐다. 세 사람은 지분 매각과 의결권 행사를 함께 하는 공동운명체다.
모녀는 그동안 한결같은 명분을 내세웠다. OCI와의 통합 발표 때도 신 회장과 3자 계약을 맺을 때도 내세운 명분은 '한미약품그룹을 해외펀드에 넘길 수 없다'였다. 그 명분이 꽤나 공감대를 얻은 건 그만큼 한미약품이 국내 제약업계에서 지니는 상징성이 크기 때문이다. 그 대상이 OCI에서 신 회장으로 바뀌었을 뿐이다.
모녀에게 약했던 건 실리였다. 상속세를 해결했지만 경영 주도권을 뺐겼다. OCI와의 딜에서는 그래도 공동경영을 제시하는 과정에서 창업주의 레거시를 존중하고 한미 일가에 많은 자율권을 제공할 요량이었다. 장·차남에게 패한 후 신 회장과 손을 잡았을 때에는 힘에 무게추가 '피를 나누지 않은 혈맹'인 신 회장 쪽으로 크게 쏠렸다.
국민연금이 외면할만큼 장자 승계란 명분 외엔 한 방이 없었던 임종윤 사장. 대척점에서 실익을 어필하지 못한 모녀. 왕관이 결국 제 3자에게 씌워지는 이 분쟁의 끝을 그들은 전혀 예측하지 못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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