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K 스타트업 견문록/thebell interview]에이엔폴리 "대기업서 소재 역량 인정, 상용화 확신"③노상철 대표 "나노셀룰로오스 기술력 자신, 스케일업 앞두고 고객사 설득 주력"
이기정 기자공개 2024-07-31 08:00:09
[편집자주]
국내 스타트업 생태계 수도권 쏠림 현상이 심화하고 있다. 스타트업얼라이언스에 따르면 지난해 투자를 유치한 스타트업 가운데 67%가량이 수도권에 거점을 두고 있다. 이를 타개하기 위해 정부와 지자체가 다양한 노력을 펼치고 있지만 불균형 문제는 쉽게 해결되지 않고 않다. 과거 섬유 등 제조 산업이 크게 발달했던 대구·경북(TK) 지역은 전통 산업이 힘을 잃으면서 위기 의식이 커지고 있다. 지자체는 수년 전부터 지역을 대표하는 스타트업 육성에 공을 들였다. 최근 인공지능, 소재부품장비, 바이오 등 다양한 분야에서 주목 받는 기업이 등장했다. 더벨이 지역 벤처 생태계 발전에 힘쓰고 있는 투자사와 함께 유망 스타트업을 찾아가본다.
이 기사는 2024년 07월 26일 14:0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국내에서 하기 어려운 소재 사업을 양산 바로 앞 단계까지 성장시켰다. 이미 효성과 포스코, 롯데 등 대기업으로부터 기술력 검증도 마쳤다. 신공장을 건설해 생산성을 확보한다면 에이엔폴리는 가격 경쟁력까지 갖출 수 있게 된다."지난 23일 서울역에서 더벨과 만난 노상철 에이엔폴리 대표(사진)는 회사가 개발하고 있는 소재인 '나노셀룰로오스'에 대한 각별한 자부심을 드러냈다. 특히 그는 국내에서 소재 산업을 영위하는 대기업들로부터 기술 경쟁력을 인정받았다는 점을 강조했다.
2017년 설립된 에이엔폴리는 교수 출신의 노 대표가 설립한 신소재 스타트업이다. 나노셀룰로오스는 기존 고분자와 플라스틱을 대체할 수 있는 친환경 소재로 주목을 받고 있다. 이제는 신공장 건설 등 스케일업을 통해 본격적인 비상을 준비하고 있다.
◇연구 결과 제품화 목적으로 창업 결정, 지역 기관 도움으로 성장
1973년생인 노 대표는 명지대 화학공학 학사와 석사를 마치고 같은 학교에서 환경생명공학 박사를 취득했다. 이후 포항공대(포스텍) 시스템생명공학부와 화학공학과 연구교수를 지내다가 에이엔폴리를 설립했다. 현재도 그는 포스텍에서 시스템생명공학부 겸직교수로 활동하고 있다.
그는 "어린 시절부터 깊이 탐구하는 것을 좋아했다"며 "자연스럽게 대학을 졸업하고 박사까지 마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교수 생활을 하다가 우리가 하고 있는 연구가 실제 제품으로 거듭나야 의미가 있다는 생각에 창업을 결심했다"며 "스스로 조직을 만들어 보고 싶다는 생각도 큰 영향을 줬다"고 덧붙였다.
노 대표는 회사 설립 후 다양한 지역 기관들로부터 지원을 받았다. 그는 "현재도 그렇지만 당시에는 국내에서 소재로 창업하기가 더 어려웠다"며 "다만 포스코와 경북창조경제혁신세터 등이 도움을 주면서 연구개발(R&D)을 시작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결정적으로 포스텍 창업경진대회에서 시상하면서 주목을 받았고 이를 바탕으로 중소벤처기업부의 팁스(TIPS)와 후속 투자를 유치했다"며 "현재 소재 개발이 마무리 국면에 진입하면서 스케일업을 준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소재 경쟁력 없으면 국가 '근간' 흔들릴 수 있어"
노 대표는 나노셀룰로오스가 약점이 없다는 부분을 강조했다. 그는 "나노셀룰로오스는 바이오매스를 활용해 친환경적인데 기능적으로도 경쟁 소재 대비 우수하다"며 "소재 생산에도 많은 비용이 들어가지 않아 제품 출시 단계에서 가격 경쟁력도 갖출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자동차, 전자기기, 바이오 등 다양한 분야에 소재를 활용할 수 있어 기대가 크다"고 덧붙였다.
그는 에이엔폴리가 소재 기업이라는 점에서 경쟁력이 있다고 설명했다. 노 대표는 "소재 산업은 국가의 틀이 되는 핵심 산업이라고 생각한다"며 "앞서 요소수 사태 등에서 알 수 있듯이 소재 경쟁력이 없다면 국가의 근간이 쉽게 무너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다만 소재 산업은 다른 섹터와 달리 상용화까지 오랜 시간이 필요해 거시적인 관점에서의 접근이 필요하다"며 "기다림 끝에 제품 적용이 시작되면 폭발적으로 성장할 수 있다는 점을 시장에서 알아주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내부 연구개발 인력의 역량은 노 대표가 생각하는 에이엔폴리만의 차별화된 장점이다. 그는 "회사에는 7명의 박사와 4명의 석사 인력이 합류하고 있다"며 "이들이 보유한 전문성을 기반으로 글로벌 시장에서도 밀리지 않는 소재를 만들 수 있었다"고 말했다.
실제 에이엔폴리에는 노 대표를 비롯해 황동수, 정태중, 조민국, 최형훈, 최미리, 정준호, 정희정 등의 박사 출신 인력이 근무하고 있다. 이들은 소재 개발부터 영업, 글로벌 진출 등 분야에서 회사 성장에 기여하고 있다.
◇내년 3000평 신공장 가동 예정, 글로벌 소재기업으로 성장 목표
에이엔폴리는 올해 착공을 시작으로 내년 3000평 규모 신공장 가동을 목표로 하고 있다. 노 대표는 소재 양산 능력을 갖춘 후 시리즈B 투자를 받아 고객사를 확보한다는 목표다. 그는 현재 회사의 소재가 충분히 상용화될 수 있다고 고객사들을 설득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노 대표는 "투자사들의 관심이 회사가 신공장을 만든 후 실제 시장에 진출할 수 있을지 여부라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며 "이미 효성 등 소재 대기업과 협력하고 있어 성공적으로 제품화를 이룰 자신이 있다"고 말했다.
그가 기대하는 포인트는 나노셀룰로오스가 기업들의 '탄소 저감'에 기여할 수 있다는 것이다. 노 대표는 "에이엔폴리의 소재를 사용하면 기업들은 자연스럽게 탄소 저감 효과를 얻을 수 있어 시장 파급력이 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다만 아무리 친환경적인 소재라도 기능성 등 기본적인 요소를 충족하지 못하면 외면받을 수 있다는 각오로 소재를 만들겠다"며 "내년 소재 양산 및 글로벌 확장을 통해 전세계적인 소재 전문기업으로 성장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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