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유제약은 지금]CEO를 보면 당면과제를 안다, 재무개선 특명 박노용 대표③8명의 전문경영인, 관리 및 영업에 쏠린 무게…지난해 '10년 CFO' 대표로 추대
김형석 기자공개 2024-08-16 10:16:08
[편집자주]
80년 전통의 중견 제약사 유유제약. 수많은 제약사의 흥망성쇠에도 위탁생산(CMO) 능력을 바탕으로 성장해왔다. 1990년대엔 국내서 생소하던 개량신약에 뛰어들며 세계 최초 골다공증 복합 치료제 '맥스마빌'을 내놓기도 했다. 부친의 레거시인 R&D 역량은 3세 승계를 한 유원상 대표 체제로 넘어오며 '바이오 신약'이라는 혁신투자 이어졌다. 그러나 결과는 실패. 유 대표는 신약 실패의 후유증을 극복하고 새로운 성장동력을 그려야 한다는 과제를 안고 있다. 더벨은 유유제약의 현재와 미래를 들여다본다.
이 기사는 2024년 08월 13일 15시42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신약개발을 화두로 내세운 유유제약의 오너 3세 체제에서 재무건전성은 반드시 확보해야 할 과제였다. 신약에 추동력을 얻기 위해 그리고 신약 실패 후 악화한 건전성을 회복시키기 위해 전문가가 필요했다.유원상 단독 대표이사 체제에서 최고재무책임자(CFO)와 함께 각자 대표이사 체제를 만든 것도 이에 대한 고민에서다. 10년간 유유제약 내부에서 CFO를 맡아온 박노용 대표가 유 대표의 파트너가 됐다. 과거 관리 및 영업 전문가를 주로 CEO로 발탁했던 것과 다른 행보다.
◇오너 3세 유원상 대표가 낙점한 첫 경영파트너는 CFO
CFO였던 박 대표가 유유제약 대표이사로 추대된 건 지난해 3월이다. 그는 폴란드 바르샤바 경제대에서 MBA를 졸업하고 대우그룹과 경영 컨설팅펌을 거친 인물이다. 2001년 유유제약에 입사해 기획, 재경, 홍보/IR, 전산, 구매, 수출 등 부서를 관할했다. 2014년부터는 약 10년간 CFO를 맡았다.
재무통인 그가 대표이사로 발탁된 건 그만큼 관련 역량을 의사결정 최정점에 올릴 필요가 있다고 판단해서다. 2019년 81억원이던 영업이익은 2020년 63억원으로 줄더니 2021년엔 12억원으로 급전직하했다. 그리고 2022년 처음으로 6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신약개발을 위해 연구개발(R&D) 비용을 빠르게 늘리면서 재무부담이 가중된 결과였다. 2019년 22억원에 불과하던 R&D 비용은 이듬해 두배 늘더니 2022년엔 98억원까지 치솟았다.

박 대표가 취임 후 가장 먼저 추진한 건 자금조달이다. 그도 그럴 것이 500억원에 달했던 현금이 200억원대로 반토막난 시점이었다. 문제는 신약 개발에 필요한 자금 조달을 위해 발행한 전환사채(CB) 등을 상환해야 하는 압박은 거세지고 있었다는 점이다.
그가 꺼내든 카드는 역시 또 CB였다. 지난해 6월 245억원의 CB를 발행했고 대부분인 178억원을 2021년 발행했던 30회 CB를 상환하는데 썼다. 제로금리(표면이자율·만기이자율 0%)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었다는 점 정도가 박 대표의 공으로 꼽힌다.
판관비 등 비용감축도 병행했다. 2022년 539억원에 달하던 판관비는 박 대표 취임 첫해인 지난해 485억원으로 10% 줄었다. 가장 큰폭으로 줄인 부분은 광고선전비다. 이 기간 관련 비용은 37.05% 급감했다. 접대비와 지급수수료 등도 각각 17.16%, 4.51% 감축됐다.
적극적인 긴축은 효과를 냈다. 순유입 현금흐름이 나타나기 시작했고 영업이익도 흑자로 돌아섰다. 올해 3월 말 기준 유유제약의 잉여현금흐름(FCF)은 4억8000만원 순유입으로 전환했다. 박 대표 취임 직전인 2022년 말 166억원 순유출을 기록했던 것과 대조된다.
유유제약 관계자는 "올해는 수익성 극대화를 통해 현금을 확보하는 것이 핵심 목표"라며 "글로벌 제약사 상품 유통 계약을 해지하는 등 수익성 개선을 위한 전략을 펼치고 있다 "고 말했다.
◇순혈 직원부터 연구원까지 시대별 상황에 맞춘 전문가 대표 등용
박 대표를 기용한 건 그만큼 유유제약에 있어 재무가 얼마나 중요했는 지를 알 수 있다. 비교적 빠르게 유유제약은 전문경영인 체제를 도입했고 80년간 다수의 CEO들을 배출했다. 당면 과제에 맞는 인물을 CEO로 올려 오너와 합을 맞춰 해결토록 했다.
유유제약의 전문경영인은 박 대표를 포함해 총 8명에 달한다. 첫 경영 승계로 조직 안착이 필요했던 시기엔 순혈 직원을 낙점했고 이후엔 R&D 연구자와 영업 전문가들이 주로 활약했다.

첫 대표직을 맡은 전창기 전 대표는 창업자 유특한 명예회장과 함께 유유제약 기틀을 만든 인물이다. 유유제약에서 영업과 인사, 재무 등 대부분의 업무를 경험했다.
그가 대표로 선임된 1982년은 유유제약이 오너 2세였던 유승필 회장으로 경영승계를 본격화하던 때였다. 타 오너 2세와 달리 해외에서 교편을 잡고 있었던 유 회장이 차기 승계자로 낙점되면서 장기간 조직 내에서 신망을 얻은 인물이 필요했고 전 전 대표가 낙점됐다.
뒤이어 대표직에 오른 인물은 강승안 전 대표다. 외부에서 영입한 연구개발(R&D) 전문가인 그는 8명의 CEO 중 유일하게 R&D 전문가다. 중앙대 약학과 출신이다. 그가 핵심임원으로 떠오른 1990년대 후반은 유유제약이 R&D에 사업 역량을 집중하던 때였다. 골다공증 치료제 개량신약을 개발한 시기다.
2006년 이후엔 영업·마케팅 전문가가 잇따라 CEO직에 올랐다. 개량신약 성공으로 자체 의약품 확보에 성공하면서 공격적인 영업 네트워크가 필요했다. 맥스마빌 등 자체 신약 개발에 성공하면서 매출 확대가 과제였던 시기다.
권성배·박중선·최인석 전 대표가 대표적이다. 이들은 국내외 대형제약사에서 다년간의 영업 경험을 갖췄다는 공통점이 있다.
박 대표 이전에도 재무 전문가가 기용되기도 했다. 최정엽 전 대표는 2010년 대표이사를 지낸 인물로 유유제약에서만 총무·무역·자재 등을 10년 이상 맡았다. 2009년에는 신사업인 유유헬스케어 대표이사도 지냈다.
최 대표 이후 뒤를 이었던 조구휘 전 대표 역시 재무 전문가다. 삼성물산과 한글델라글라스 등에서 재무부분을 맡은 뒤 2009년 유유제약에 합류했다.
업계 관계자는 "유유제약은 제약사 중에서도 비교적 빠르게 CEO 체제를 도입한 곳"이라며 "그간 발탁한 CEO들을 보면 당시 유유제약의 사업 전략을 가늠해 볼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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