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징금 취소' SPC삼립, 현금곳간 역대 최대 과징금 환입에 반기순익 급증, 영업활동 현금흐름 개선도 한 몫
윤종학 기자공개 2024-08-20 07:42:25
[편집자주]
기업의 안정성을 보는 잣대 중 가장 중요한 것 하나는 '현금'이다. 현금창출능력이 뛰어나고 현금흐름이 양호한 기업은 우량기업의 보증수표다. 더벨은 현금이란 키워드로 기업의 재무상황을 되짚어보는 코너를 마련했다.
이 기사는 2024년 08월 16일 15:3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SPC삼립의 현금성자산이 2013년 이후 역대 최대 규모인 580억원대로 불어났다. 경기 침체에 대응해 매출채권과 미수금, 재고자산 등을 줄이며 현금흐름을 개선한 데다 과징금 취소 소송 승소에 따른 일회성 현금유입도 발생했다. SPC삼립은 불확실성이 높아진 시장 상황에 대응해 차입금 축소 등에 현금을 활용할 예정이다.◇현금 및 현금성자산 역대 최대, 공정위 과징금 환입 영향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2024년 상반기 연결 기준 SPC삼립의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558억5700만원으로 집계됐다. 전년 동기(177억3300만원) 대비 231.5% 급증한 수치다.
SPC삼립이 500억원 이상의 현금 및 현금성자산을 보유한 것은 굉장히 이례적인 일이다. 최근 10년 동안의 반기보고서를 살펴봐도 2014년 18억원, 2015년 79억원, 2016년 178억원, 2018년 95억원, 2019년 73억원, 2020년 124억원, 2021년 137억원, 2022년 184억원 등 200억원을 넘긴 경우를 찾아 볼 수 없기 때문이다.
SPC삼립의 현금곳간이 갑자기 풍성해진데는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받은 과징금이 취소된 영향이 크다. 앞서 공정위는 SPC그룹이 2011년 4월~2019년 4월 그룹 내 부당 지원을 통해 삼립에 총 414억원 상당의 이익을 몰아줬다며 과징금 647억원을 부과했다. 당시 SPC그룹은 계열사별로 일부 금액을 분담해 해당 과징금을 납부했다.
이후 SPC그룹은 공정위를 상대로 과징금 취소 소송을 제기했는데 올해 6월 대법원에서 승소 판결을 받았다. 판결 확정에 따라 SPC그룹은 공정위가 부과한 과징금 647억원이 취소되며 SPC삼립에 약 290억원이 되돌아온 것으로 전해진다. 실제 2023년 상반기 26억원 규모였던 기타수익이 2024년에는 312억원으로 급증했다.
SPC삼립은 올해 상반기 매출 1조6800억원, 영업이익 443억원 등을 기록해 전년 동기(매출 1조6900억원, 영업이익 431억원)와 유사한 실적 흐름을 보였지만 기타수익이 급증하며 순이익만은 244억원에서 562억원으로 껑충 뛰었다.
◇영업활동 현금흐름 대폭 개선, 자산 및 부채 계정 현금유입 '한 몫'
SPC삼립의 반기순이익이 급증한 덕에 올해 상반기 영업활동 현금흐름도 개선됐다. 영업활동 현금흐름은 당기순이익에서 시작해 영업활동 관련 자산 및 부채의 변동 등을 반영해 도출된다. SPC삼립이 업황악화에 대응해 자산 부채를 크게 줄인 노력도 더해지며 개선폭이 더 커진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상반기 728억원이었던 영업활동 현금흐름은 올해 상반기 1480억원으로 두 배로 불었다. 단순 계산으로도 순이익 증가분을 넘어 영업활동 현금흐름이 큰 폭으로 개선된 셈이다. 이는 영업활동으로 인한 자산과 부채의 변동 내역이 한 몫했다.
영업활동으로 인한 자산 및 부채의 변동 내역을 보면 지난해 마이너스(-) 67억원에서 273억원으로 플러스 전환했다. 세부적으로 보면 올해 상반기 매출채권이 151억원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매출채권이 줄면 현금을 회수했다는 뜻으로 현금이 유입된 것으로 회계상 처리한다.
같은 맥락에서 재고자산 감소분도 전년 동기 196억원에서 320억원 크게 늘며 현금흐름 개선에 기여했다. 반대 개념인 매입채무는 올해 상반기 100억원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역시 회계상 현금유입을 의미한다.
투자활동 현금흐름은 -258억원을 기록해 전년 동기(-305억원) 대비 현금유출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전년 동기에는 유형자산 취득에 290억원을 투입한 반면 올해는 250억원만을 투입한 영향이 컸다.
재무활동 현금흐름에서는 699억원이 유출된 것으로 집계됐다. 전년 동기(-305억원) 대비 단기차입금 상환 규모가 늘어난 영향으로 풀이된다. 단기차입금 상환 규모는 2023년 상반기 6490억원에서 7100억원으로 크게 증가했다. 이자율 변동에 따른 불확실성이 높아지는 환경에서 차입 최소화, 차입구조 개선 등에 집중한 결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상반기 현금유입이 급격히 늘어난 데는 과징금 취소 영향이 컸다"며 "현금 활용처에 대해 아직 확정된 바는 없지만 불확실성이 높아진 시장 상황에 대응해 차입금 축소 등에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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