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4년 08월 21일 08:1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성장산업에는 필연적으로 버블이 있다. 경험해보지 않은 미래에 대한 기대감이 탐욕과 오판으로 이어질 수 있다. 버블이 꺼지면서 옥석이 가려진다. 그렇게 산업은 실패하면서 성장하고 또 성숙한다.이 같은 관점에서 K-바이오의 버블을 보면 이상할 것도 없다. 실적 기반이 없어도 수조원의 몸값으로 평가받는다. 2조원의 매출을 벌어들이는 국내 톱티어 제약사인 유한양행의 시가총액이 단 7조원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바이오'라는 명분이 주는 프리미엄은 상당하다.
신약까진 아니더라도 양질의 기술수출 딜이 이뤄질 수 있다는 기대감이 투자자들을 자극한다. 실제로 과거와 다르게 빅파마 파트너십부터 기술매각까지 다양한 거래가 이뤄지면서 실체가 있는 기대감이라는 점을 입증하고 있기도 하다.
그런데 그렇다고 K-바이오의 버블을 마냥 편하게 볼 수 없는 이유도 있다. 바로 바이오 산업이 갖는 특유의 정보 비대칭 때문이다. 신약물질이라는 눈에 보이지 않는 자산으로 적게는 수년, 많게는 수십년을 연명하는 바이오텍. 주가에 따라 조달 금액이 달라지다보니 버블은 그들에게 부담만은 아니다. 때론 유혹이기도 하다.
투자자들은 회사가 알려주는 정보 외엔 속사정을 알 길이 없다. 회사가 알려주는 정보가 또 어떤 결과로 이어질 지 분석할 역량도 없다. 그러다보니 어떤 회사들은 알고도 모르는척 하기도, 또 모르면서 아는척을 하기도 한다. 그러는 사이 주가는 롤러코스터를 탄다.
빅파마의 블록버스터 약물과 병용임상을 한다는 정보로 주가가 상한가를 기록하기도 하고 제형 변경을 위한 계약 체결만으로 10여조원의 몸값으로 급등하기도 한다. 병용임상이 정말 의미있는 파트너십인지, 제형변경이 실제 현장에서 쓰일만한 근거가 있는지에 대한 의문점엔 그 누구도 답을 하지 않는다.
회사는 투자자들에게 자극이 될만한 키워드를 던지고 투자자들은 베팅으로 화답한다. 쉽게 버블을 만들고 또 꺼지고 그러는 사이 실패는 고스란히 투자자들 몫이 된다.
주식시장은 합리성의 집약이여야 하지만 바이오라는 산업의 특성이 투자자 시야를 가린다. 효용이 극대화 될 선택을 해야 하는데 공개된 정보는 근거도 데이터도 빈약하다. 적확한 정보를 제공해야 하는 기업도 절반만 알려준다. 그 절반도 옳은지 그른지 알 수가 없다.
자발적으로 만드는 버블은 건전한 성장을 만들 수 없다. K-바이오 테두리 안에 있는 이들끼리도 서로를 믿지 못할 정도라면 산업이 함께 고민하고 자성할 필요가 있다. 혹한기 살아남을 길은 사실을 호도해서 투자자를 유인하는게 아닌 신뢰를 되찾는 데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K-바이오 스스로부터 냉정하게 민낯을 바로 보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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