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한양행 '렉라자' 글로벌 신약 되다]제약사-바이오텍 오픈이노베이션 결실, 협업이 답이었다제노스코 원개발사, 유한양행 기술도입 후 빅파마에 판권 매각 '협업 선순환'
정새임 기자공개 2024-08-21 15:21:21
이 기사는 2024년 08월 21일 08시29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유한양행 렉라자의 미국 신약 허가가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서 지니는 의미는 상당하다. 국내 바이오텍과 대형 제약사가 협업해 기술수출을 이루고 글로벌 상용화까지 거둔 첫 성공사례로 기록된다.유한양행은 제노스코로부터 물질을 도입하고 검증한 후 글로벌 임상을 해줄 파트너 빅파마에 넘겼다. 허가 가능성을 높인 신의 한수였다. 렉라자 단독요법이 아닌 병용요법으로 신약의 가치를 높인 전략도 주효했다.
◇제노스코가 만들고 유한양행이 빅파마로 연결
렉라자의 탄생은 2010년대 초로 거슬러 올라간다. 한국인이 미국 보스톤에 세운 작은 연구실에서 개발한 'GNS-1480'이 시초다.
렉라자가 겨냥하는 타깃은 폐암, 그 중에서도 EGFR 유전자 변이를 지닌 비소세포폐암이다. 아스트라제네카의 '타그리소'와 함께 3세대 EGFR-TKI(티로신 키나제 억제제)로 분류된다.
1세대 약물인 '이레사'가 대규모 임상에서 EGFR 변이가 있는 환자에서 선별적으로 효과를 낸다는 결과를 얻은지 몇 년 안 된 시기였다. 1세대 약물을 쓰다보면 필연적으로 내성이 생기는데 후속으로 쓸 약제가 없다는 점도 문제였다. 렉라자는 3세대 TKI로써 미충족 수요를 해소할 잠재력을 충분히 갖추고 있었다고 볼 수 있다.

오스코텍의 미국 자회사 제노스코는 전임상 단계던 GNS-1480을 2015년 국내 제약사 유한양행에 넘겼다. 작은 바이오텍에서 임상을 진행하기란 쉽지 않다는 판단에 대형 제약사와 오픈이노베이션을 꾀했다. 유한양행은 신약 개발사로의 도약을 바랬지만 유망한 파이프라인이 없어 외부에서 기술을 도입하고자 했다.
서로의 니즈가 맞아 성사된 양사의 거래가격은 단돈 15억원. 블록버스터급 신약 물질이 불과 10억원대에 거래됐다. 대신 유한양행이 초기 임상 후 글로벌 제약사로 기술이전에 성공하면 받게 되는 수익을 6:4 비율로 분배키로 했다. 렉라자가 잘 되면 유한양행뿐 아니라 오스코텍과 제노스코도 함께 돈을 버는 구조다. 이렇게 양사의 공동전선이 구축됐다.
EGFR 변이가 서양인보다 아시아인에게 더 자주 발현한다는 점은 렉라자에 기회로 작용했다. 빅파마가 서양에 몰려있는 터라 EGFR 신약 개발이 그리 치열하지 않았다. 반면 아시아에서는 EGFR 진단과 치료에 대한 연구가 활발히 이뤄졌다. 특히 다국가 임상시험이 몰리는 한국은 EGFR 치료 신약을 개발하기 좋은 환경이었다.
◇짝꿍 '리브리반트'와 병용요법 전략
렉라자의 잠재력은 인정받았지만 처음부터 유망주는 아니었다. 유한양행이 렉라자를 사들인 2015년경 렉라자와 같은 3세대 신약인 아스트라제네카(AZ)의 타그리소가 승인을 받고 2차 치료제가 됐기 때문이다. 동일한 계열 약물이 치료제로 올라있는 상황에서 임상시험 환자를 모집하는 일이 쉽지 않았다.
기술수출(L/O) 과정에서의 부침도 있었다. 2016년 중국 제약사 뤄신에 렉라자를 기술수출 했다가 약 5개월 만에 계약이 해지됐다. 당초 뤄신은 렉라자 중화권 개발 권리를 갖는 대신 유한양행에 계약금 68억원을 포함해 총 1352억원을 단계별로 지급하기로 했다. 하지만 세부계약사항을 합의하는 과정에서 중국 기업 측의 계약불이행으로 기술이전은 없던 일이 됐다.
2018년 다국적 제약사 빅파마 얀센과의 글로벌 L/O가 성사되면서 중국 제약사와의 계약 해지는 전화위복이 됐다. 개발 권리가 전 세계로 확대됨에 따라 L/O 규모도 1조4000억원으로 확대했다.
타그리소라는 강력한 경쟁상대가 있었음에도 얀센이 렉라자를 산 건 '아미반타맙(제품명 리브리반트)'이라는 짝꿍이 있었기 때문이다.
아미반타맙은 EGFR 변이 중에서도 상대적으로 적은 비율로 존재하는 엑손20 변이를 타깃한다. 기존 EGFR-TKI로는 치료가 잘 되지 않는 환자군이다. 뿐만 아니라 EGFR 변이 폐암 발현과 연관있고 표적항암제 내성을 일으키는 빈번한 요인으로 꼽히는 MET 변이를 함께 억제한다.
최초의 EGFR·MET 이중저해제인 아미반타맙은 3세대 EGFR-TKI와 병용했을 때 범용성이 커진다. 얀센은 타그리소가 아닌 렉라자로 승부수를 걸었고 글로벌 3상을 통해 양사의 병용요법 전략이 성공적이었음을 입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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