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풍-고려아연 경영권 분쟁]한화와 현대차는 과연 고려아연의 우호 지분일까영풍 측 기습에 당황한 기색 역력…최윤범 회장, 다른 우군 확보 가능성
정명섭 기자공개 2024-09-19 08:15:03
이 기사는 2024년 09월 13일 14:2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MBK파트너스가 영풍 측이 보유한 고려아연 지분 절반+1주를 인수하고 공개매수를 통한 고려아연 지분 추가 확보에 나서면서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이 경영권을 내줄 위기에 처했다. 기습을 받은 고려아연은 대응책 마련에 골몰하고 있다.고려아연이 자금력으로 승부하긴 어려운 상황이라 백기사를 추가로 확보하는 방안이 가장 현실적인 선택지로 거론된다. 그러나 현대차와 한화, LG화학 등 우군으로 분류된 기업들이 끝까지 고려아연 편에 설지는 알 수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고려아연은 12일 오후 MBK파트너스와 영풍 측의 경영권 탈취 움직임이 시작된 직후부터 대응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밤늦게까지 이어진 논의는 13일에도 결론이 나지 않은 상황이다. 고려아연 내부는 영풍 측의 기습 발표로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고려아연 관계자는 "어제 오후 늦게 갑자기 알게 돼 대책 마련 등에 전혀 준비가 안 된 상황"이라고 말했다.
고려아연의 지분구조를 보면 영풍 측이 33.13%, 고려아연 측이 33.99%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자사주 2.39%, 국민연금 지분 7.57%를 제외하면 발행주식 수의 22.92%가 실질적인 유통 물량이다.
양측이 고려아연의 지분 과반을 확보하려면 각각 16% 이상은 추가로 매입해야 한다. 12일 종가 기준으로 약 1조8000억~1조9000억원의 현금이 필요한 셈이다. 투자업계에선 고려아연 측이 우선 유통 물량 22.92% 중 6%를 확보해 영풍 측이 과반 이상의 지분을 확보하는 걸 저지하는 전략을 펼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자금력 싸움에서 고려아연이 영풍-MBK파트너스를 넘어서긴 어렵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고려아연은 백기사를 추가로 확보하거나 기존 우호 세력에 추가 지분 매입을 요청하는 방안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고려아연 우호 지분으로 분류되는 곳은 한화그룹(7.75%), 현대차그룹(지분 5.05%), LG화학(1.89%)이다. 한국타이어와 조선내화도 각각 0.75%, 0.19%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최 회장은 2022년 11월 자사주를 LG화학, 한화그룹 등과 맞교환했다. 최 회장과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은 미국 사립 명문고인 세인트폴 고등학교 동문으로 알려졌다. LG화학과의 지분 스왑의 경우 오너 간의 친분 관계를 바탕으로 사업적 이해관계가 일치하면서 거래가 이뤄진 것으로 전해진다.
최 회장은 작년 9월 현대차그룹의 미국 투자법인 'HMG글로벌'을 제3자 배정 유상증자에 끌어들였다. 표면적으로는 현대차가 고려아연을 통해 니켈을 공급하는 협력이 핵심이었으나 실질적으로는 최 회장이 경영권 분쟁에 대비해 우군을 확보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영풍 측은 지난 3월 신주 발행을 무효로 해달라는 소를 제기한 상태다.
그러나 이들이 고려아연의 우호 지분으로 끝까지 남을지, 고려아연을 위해 추가로 지분 매입에 나서줄지는 미지수다. LG화학은 업황 저하 상황에서 신사업 투자까지 병행해야 해 현금을 추가로 투입할 여력이 없다. 작년 배당 지급액이 2022년 대비 65%나 줄어든 이유다.
한화그룹과 현대차그룹, LG그룹 모두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에 적극적으로 개입해야 할 명분이 있는 입장은 아니다. 지분 매입을 위해선 각사의 이사회를 설득해야 하지만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는게 재계의 시각이다. 재계 관계자는 "최윤범 회장은 재계 오너들과 친분이 있어 다른 우군을 포섭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MBK파트너스 측은 한화와 현대차 등을 우호세력으로 파악하지 않고 있다. MBK측은 이와 관련 "최윤범 회장과 공동행위를 하는 우호세력이라고 한다면 5% 공시룰 위반"이라며 "고려아연과 비즈니스 파트너십을 맺은 것이지 특정 개인이나 특정 개인의 경영권에 같이 행동하는 그런 의미는 아닌 것으로 파악한다"고 밝혔다.
고려아연 측은 동시에 소액주주들의 표심을 얻기 위한 움직임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그간 경영 성과와 주주환원책 강화 등을 강조하면서 MBK파트너스를 단기 사익을 추구하는 '기업 사냥꾼'의 이미지를 씌우는 식이다.
고려아연은 이날 공식 입장을 통해 "이번 지분 공개매수는 영풍이 MBK파트너스와 결탁해 일방적으로 진행하는 적대적·약탈적 M&A라고 판단돼 반대 의사를 공식 표명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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