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빙그레 지주사 전환]높아진 해외법인 위상, 외형 성장 '드라이브'①미국법인 매출 고공 행진, 현지기업 M&A 가능성 '주목'
변세영 기자공개 2024-11-28 07:32:31
[편집자주]
빙그레가 지주사 전환에 나섰다. 해태아이스크림 인수에 따라 규모가 확대돼 효율적인 경영을 이어나가기 위한 결정이다. 지주사는 그룹 전반의 투자 및 사업 포트폴리오를 담당하고 빙그레 사업부는 유가공 제품의 생산·판매를 담당한다. 지주사 전환으로 나타날 사업적 변화부터 승계 지형도까지 다각도로 들여다 본다.
이 기사는 2024년 11월 25일 15:4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빙그레가 지주회사와 사업회사로 인적분할을 단행한다. 본업과 투자 및 계열사 관리 업무를 분리해 전문성을 높이고자 한 취지다. 특히 이번 인적분할로 빙그레의 해외법인을 지주사 산하로 배치해 사업회사와 병렬구조로 위상을 높였다는 점이 눈에 띈다. 해외법인들이 지주사의 핀셋관리를 받게 된 만큼 외형 성장이 가속화될 전망이다.25일 빙그레에 따르면 이들은 내년 5월 지주사 체제로 전환한다. 분할 후 존속회사는 빙그레홀딩스(가칭), 분할 신설회사는 빙그레(가칭)다. 분할 비율은 45.92%대 54.08%다. 빙그레홀딩스 발행주식은 변경 상장하고 신설 회사 빙그레는 심사를 거쳐 코스피로 재상장한다.
이번 지주사 전환은 빙그레그룹의 경쟁력을 극대화하고 장기적인 성장을 도모하기 위한 결정이다. 사업에 집중하는 법인과 투자 등에 집중하는 법인을 각각 다르게 운영해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서다. 지주사는 그룹 내 계열사를 관리하는 동시에 미래 먹거리를 발굴하는 투자와 신사업 추진을 담당한다. 사업회사는 아이스크림 등 본업인 유가공 제품 등 음·식료품의 생산 및 판매업을 독립적으로 수행하며 유연하게 시장 환경에 대응할 계획이다.
지배구조 개편 과정에서 눈여겨 볼 점은 연결대상 해외법인 자회사를 모두 지주사 산하에 배치한다는 점이다. 빙그레가 제출한 회사분할 보고서를 보면 분할신설회사(사업회사)의 최근 사업연도 매출액은 9960억원이다. 3분기(누적) 빙그레의 연결기준 매출액은 1조1721억원, 별도기준 매출액은 9960억원이다. 즉 해태아이스크림을 비롯해 해외법인 등 연결 자회사를 모두 홀딩스로 넘긴다는 뜻이다.
글로벌 사업을 키우고자 해외법인을 사업회사 빙그레와 병렬구조로 배치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만약 해외법인을 빙그레 산하로 두면 지주사와 해외법인의 관계는 ‘손자회사’가 된다. 그렇게 되면 지배구조가 수직구조로 투자활동 등에 제한이 생길 수밖에 없다. 반면 병렬구조가 되면 사업회사 빙그레와 기존 자회사 관계에서 탈피해 '수평적' 구조가 된다. 지주사가 다이렉트로 자회사 관리가 가능해지는 만큼 사업에 힘이 실리는 것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
2024년 3분기 말 기준 빙그레의 연결대상 종속기업으로는 해태아이스크림, 상하이법인(BC F&B Shanghai), 미국법인(BC F&B USA), 베트남법인(BC F&B Vietnam) 등이 있다. 각각 빙그레가 지분 100%씩을 보유해 완전자회사 형태다.
가장 규모가 큰 곳은 중국과 미국이다. 상하이 법인 매출액은 2022년 230억원, 2023년 380억원, 올해 3분기(누적) 338억원을 기록했다. 특히 미주지역에서 성장세가 매섭다. 미국법인 매출액은 2020년 327억원, 2021년 402억원, 2022년 578억원, 2023년 597억원에서 올해 3분기 기준 670억원을 기록했다. 이미 지난해 연간 매출액을 훌쩍 뛰어넘는 수치다. 올해 미국법인 매출액만 900억원에 육박할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에서는 빙그레가 미국 사업에 드라이브를 걸고자 현지 식음료 기업 인수 등을 폭넓게 고려할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그간 빙그레는 2020년 해태아이스크림을 1325억원에 인수한 것을 제외하면 M&A 시장에서 지극히 소극적인 움직임을 보여 왔다. 지주사 전환과 함께 해외 현지 식품제조사나 관련 기업을 인수해 몸집을 키울 가능성이 상당해 보인다.
실탄도 준비되어 있다. 빙그레가 제시한 분할 전·후 재무제표를 보면 지주사(분할존속회사)가 자산과 자본금을 상당량 넘겨받으며 곳간이 두둑해졌다. 5000억원이 넘는 유보금 성격의 적립금과 이익잉여금 상당량이 지주사로 이전된 모습이기 때문이다.
빙그레 관계자는 “해태아이스크림과 해외법인이 지주사 산하로 배치되는 게 맞다”라면서 “분할존속회사(지주사)는 자회사 관리, 신규사업투자 등 투자사업부문에 분할신설회사는 사업부문에 집중해 경쟁력 강화를 도모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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