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4년 12월 19일 07:0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클로버추얼패션 같은 회사가 많이 나온다면 한국의 벤처시장이 10배는 더 커질 수 있다고 봅니다."벤처캐피탈(VC)업계의 '미다스의 손'으로 불리는 김제욱 에이티넘인베스트먼트 부사장이 올해 3월 더벨과의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대표 투자 포트폴리오를 꼽아달라는 말에 그는 주저없이 클로버추얼패션을 언급했다.
의외의 대답이었다. 벤처캐피탈리스트는 일반적으로 높은 수익률을 안겨준 투자 사례를 대표 포트폴리오로 꼽는다. 당연히 기록적인 멀티플로 회수에 성공한 두나무의 이름이 나올거라 여겼는데 생각하지 못한 이름이 언급됐다.
클로버추얼패션은 3D 의상 시뮬레이션 알고리즘 기반으로 디지털 패션 소프트웨어를 제공하는 기업이다. 글로벌 시장에서 독보적 1위를 차지하고 있지만 당시 회수 수익률의 관점에선 언급할 내용이 없는 회사였다. 에이티넘인베스트먼트가 이 회사에 투자한 지 10년이 지나도록 투자금 회수가 이뤄지지 않은 상태였다. 가시화된 기업공개(IPO) 계획도 없었다.
투자금액을 따져봐도 주목할 만한 포트폴리오는 아니었다. 에이티넘인베스트먼트는 2014년 시리즈B라운드에서 30억원을 투자했다. 펀드와 티켓사이즈 대형화를 주도해 온 에이티넘인베스트먼트의 포트폴리오 중 큰 규모의 투자건이라고 보긴 어려운 수준이다.
클로버추얼패션이 시리즈B 투자 유치 이후 모험자본의 투자를 받지 않았기 때문에 팔로우온 투자도 없었다. 클로버추얼패션은 글로벌 패션 기업에 소프트웨어를 공급하며 빠르게 이익을 만들어냈고, 이익 대부분을 회사에 재투자하는 형태로 회사를 키워왔다.
인상적인 건 김 부사장이 투자한지 10년이 다 돼가는 클로버추얼패션을 여전히 '투자의 대상'으로 바라보고 있었다는 점이다. 통상 VC가 투자한지 4~5년이 지나면 포트폴리오를 '회수'의 관점에서 바라보는 것과는 차이가 있었다. 회수 계획을 묻는 질문에 그는 "클로버추얼패션은 5년 뒤, 10년 뒤가 더 기대되는 회사"라며 "기회가 된다면 더 투자할 것"이라는 말로 답을 대신했다.
인터뷰 이후 9개월가량이 지난 최근 클로버추얼패션이 500억원에 달하는 투자유치에 성공했다는 소식이 들렸다. 클럽딜로 진행된 대규모 투자 라운드를 리드한 건 역시 에이티넘인베스트먼트였다. 에이티넘인베스트먼트는 보유한 구주를 다른 VC에게 매각하며 엑시트를 병행했지만 훨씬 큰 금액을 신주로 베팅했다.
10년간 투자를 유치하지 않았던 클로버추얼패션은 이번 투자를 통해 '퀀텀점프'를 계획하고 있다. 의류산업의 핵심이 된 소프트웨어 공급에 그치지 않고 산업의 전과정을 연결하는 생태계를 공고히 구축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광범위한 신규고객 유입을 꾀하겠다는 목표다.
다수의 VC가 포트폴리오 기업의 IPO에 실패로 회수에 어려움을 겪고있는 상황에서 에이티넘인베스트먼트가 단행한 10년만의 팔로우온 투자 사례는 주목할만하다. 결국 한국의 첫 데카콘(기업가치 10조원 이상의 스타트업) 탄생은 당장의 회수에 집착하지 않고 될성부른 기업에 장기적 안목으로 투자하는 뚝심에서 나올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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