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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슬라 특례 점검]이익 미실현 '고착화'…고평가 논란 점화②절반 이상 적자, 추정실적 달성 기업 '제로'

권순철 기자공개 2025-03-07 08:07:41

[편집자주]

테슬라 신화를 향한 기대가 일장춘몽의 위기에 놓였다. 적자였음에도 나스닥에 입성한 테슬라는 당장 이익을 내지 못해도 유니콘 기업으로 발돋움할 수 있다는 희망으로 태동했다. 2016년 국내에도 이익 미실현 특례상장 제도가 도입됐지만 유니콘은 고사하고 흑자 전환도 요원하자 거래소는 대대적인 손질을 예고했다. 더벨은 테슬라 상장을 향한 거래소의 달라진 입장과 그 파급 효과를 심도 있게 조명해본다.

이 기사는 2025년 03월 05일 14시40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테슬라 요건은 상장 이후에도 적자에 허덕이는 기업들이 다수라는 치명적인 문제를 갖는다. 흑자 기업이라도 수익성이 쪼그라든 경우가 허다하다. 상장 이후 성장성 저하를 해결하기 위한 일환으로 도입됐지만 정작 정반대의 광경이 연출된 것이다.

고평가 논란에서도 자유롭지 못할 전망이다. 상장 당시 향후 추정 실적을 명시한 기업들 가운데 실제로 이를 달성한 곳은 전무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테슬라 상장 기업 대부분의 주가도 공모가를 하회하고 있어 합리적인 밸류였는지 여부가 도마 위에 올랐다.

◇성장도 흑자도 '요원'…수익성 감소 추세 '뚜렷'

2016년 첫 모습을 드러낸 이익 미실현 특례 상장 제도의 캐치프레이즈는 '성장'이었다. 당시 금융위는 상장 이후 기업의 성장성 저하를 지적하면서 재무적 요건이 부족해도 폭발적인 성장세가 기대된다면 증시 입성이 가능하도록 제도를 정비했다. 성장성 특례상장 제도가 도입되고 성장성 위주의 질적 심사가 신설된 것도 이때부터였다.

그러나 9년차를 맞은 테슬라 요건의 현실은 '성장성의 실종'으로 요약됐다. 지난해까지 17곳의 회사가 코스닥에 입성했지만 적자 기업만 8곳에 달했다. 2024년 잠정 실적을 발표한 곳들 가운데 켄코아에어로스페이스, 바이오다인, 제주맥주, 케이옥션, 오픈엣지테크놀로지, 더블유씨피, 알멕, 블루엠텍 등이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물론 시황 둔화로 인한 일시적 적자는 지탄받기에 어려운 측면이 있다. 그러나 장기간 흑자 전환에 성공하지 못했다면 외부 환경보다 개별 기업의 수익성에 의문을 던지는 게 자연스런 수순으로 읽힌다. 앞선 8곳의 회사 가운데 비교적 최근에 상장한 알멕, 블루엠텍을 제외하면 7곳이 상장 이후 최소 2번의 적자를 겪었다.


지난해 흑자를 냈다고 해서 안심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흑자 회사 9곳 가운데 상장 당시보다 영업손익이 개선된 기업은 카페24, 제테마, 티에스아이, 윤성에프앤씨 등 4곳뿐이다. 이중에서도 카페24, 티에스아이는 2023년까지만 해도 수익성이 감소하다가 지난해 깜짝 반등한 케이스다.

고착화된 적자는 존립 기반까지 위협할 수 있다. 이익 미실현 기업의 매출액 및 계속사업손실 관련 관리종목 지정 요건은 5년 간 유예된다. 다만 최근 4년 연속 영업손실을 기록한다면 적격성 실질심사 대상이 될 수 있다. 제주맥주와 오픈엣지테크놀로지는 상장 후 단 한 번도 흑자를 낸 적이 없어 촉각을 기울일 만한 기업군으로 꼽힌다.


◇고평가 의문 제기…추정실적 하회·주가 급락

성장의 정체는 밸류에이션 과정에도 물음표를 던질 수 있는 대목이다. 당초 재무 펀더멘탈이 일반 기업 대비 부족했음에도 상장할 수 있었던 건 성장 잠재력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역성장이 우세한 광경이 펼쳐지면서 상장할 때부터 과도한 밸류가 매겨진 게 아니냐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상장 당시 제시했던 추정 실적을 달성한 경우가 전무하다는 게 대표적인 사례다. 지난해까지 추정 실적을 제시한 기업은 11곳이나 실제로는 예상치를 모두 밑돈 것으로 나타났다. 카페24가 지난해 319억원의 영업이익으로 '어닝 서프라이즈'를 냈지만 2018년 공모를 준비하면서 밝혔던 2019년 추정 영업이익(453억원)은 요원한 상황이다.

특정 연도에 일시적으로 추정 실적을 상회하는 영업이익을 낸 기업들이 없진 않았다. 리메드, 더블유씨피 등이 이에 해당하지만 이듬해 곧바로 수익성이 급감했다. 특히 더블유씨피는 상장 이후 2023년까지 추정 영업이익을 뛰어넘는 기염을 토했지만 지난해 5년 만에 적자를 기록했다. 회사는 "전방산업 수요 감소"를 이유로 들었다.


테슬라 요건으로 상장한 기업들의 주가가 공모가를 지속적으로 밑돌고 있다는 사실도 고평가 우려에 힘을 싣는 대목이다. 17곳 가운데 지난 4일 종가가 공모가를 웃도는 기업은 카페24, 켄코아에오르스페이스, 오픈엣지테크놀로지 등 3곳에 그쳤다. 나머지 14곳의 평균 낙폭은 50%를 훌쩍 넘고 있다.

거래소에서도 테슬라 상장 기업들의 부진한 성적과 주가를 보고 제도 점검에 나서는 것으로 관측된다. IB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말부터 테슬라 요건으로 상장한 회사들의 현황을 전수 조사하려는 움직임이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며 "결과가 좋지 못했으니 대대적인 손질에 나서는 것도 이해가 가는 부분"이라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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