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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 수요예측 직전 장기물 제외…'기준금리 인하' 트리거 3·5년물 '조단위' 유효수요 접수…단기물 위주 스탠스 고수

권순철 기자공개 2025-03-04 07:26:20

이 기사는 2025년 02월 27일 10시19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2500억원 규모의 공모 회사채 발행에 나선 SK㈜가 기관 수요예측 직전에 7년물과 10년물 트랜치를 제외했다. 오랜만에 장기물을 만기 구조에 포함시켰지만 기준금리 인하 이벤트가 닥치자 5년물 이하로만 태핑에 나서는 승부수를 던졌다.

결과적으로 맞아 떨어진 발행 전략인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해 11월 기대 이하의 수요예측 성적을 거둔 데 반해 조단위 수요를 받았기 때문이다. SK㈜는 금리 격변 국면을 면밀히 지켜보며 대규모 자금을 장기간 묶어두는 것에 물음표를 던져왔던 이슈어 중 하나다.

◇수요예측 직전 7·10년물 제외…기준금리 인하 '결정적'

27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SK㈜는 전일(26일) 기관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2500억원 규모의 공모 회사채를 발행하기 위한 수요예측을 치렀다. 만기 구조는 3년물과 5년물로 구성해 각각 1500억, 1000억원을 배정했다. 대표 주관사는 한국투자증권이 단독으로 맡았다.

도합 1조2200억원의 주문이 들어오면서 흥행했지만 주목할 만한 부분은 달라진 만기 구조에 있었다. SK㈜는 24일까지만 해도 3·5년물과 함께 7·10년물의 발행을 추진하고 있었다. 그러나 당일 증권신고서를 제출하면서 7·10년물을 제외하고 3·5년물의 발행만 추진하겠다고 전략을 바꿨다.

급작스럽게 트랜치에 변화를 준 데에는 본래 염두에 둔 금리 조건이 큰 폭의 변동을 겪은 것과 관련이 깊다. SK㈜가 수요예측을 나서기 직전인 25일 한국은행은 기준금리를 기존 3.00%에서 0.25%p 낮춘 2.75%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SK㈜ 측에서도 금리 인하가 유력할 것이라 판단해 전략을 선회했을 것으로 관측된다.

SK㈜는 지난해 말부터 금리 격변 국면을 면밀하게 지켜보며 발행 전략을 결정해왔다. 2024년 11월 공모채를 발행할 때도 3·5·7년물로 트랜치를 구성했다가 신고서를 제출하면서 7년물을 제외했다. 당시 한 IB 업계 관계자는 "금리 인하 사이클이 뚜렷해지면서 장기물보다는 단기물로 트랜치를 구성할 유인이 컸을 것으로 관측된다"고 설명한 바 있다.

이번에 내린 결정도 궤를 함께 한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SK㈜ 관계자는 "올해 첫 발행인 만큼 전략적인 차원에서 단행한 결정"이라며 "현재 국면에선 단기물의 금리 조건이 보다 유리하다고 판단해 만기 구조 전략을 구성했다"고 밝혔다.


◇전략 선회 '성공적'… 3·5년물 조단위 수요 접수

매년 막대한 규모의 회사채를 쏟아내는 빅 이슈어지만 오랜만에 장기물을 트랜치에 포함하면서 이번 공모채 발행에 이목이 쏠렸다. 특히 2023년 9월을 기점으로 취급하지 않았던 10년물까지 등장해 장기 투자자들에게 매력적인 선택지로 부상했다. 10년물을 찍는 발행사는 S-Oil를 제외하고 거의 찾아보기 힘들다.

그러나 SK㈜는 장기물도 거뜬히 소화할 수 있다는 타이틀보다 철저한 비용적 관점에서 의사결정을 택했다. 금리 인하 사이클에서 차입을 일으킬 경우 대규모 자금을 장기간 묶어둘 유인은 낮아진다. SK㈜와 같이 1년에 3~4번 공모채를 찍는 회사에겐 특히 시작부터 장기물을 발행하는데 사력을 다할 필요가 없는 셈이다.

단기물 위주 전략을 고수한 결과는 성공적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SK㈜가 3·5년물로 모집하고자 했던 자금은 각각 1500억, 1000억원이었는데 수요예측 당일 기관들이 베팅한 돈뭉치는 6800억, 5400억원이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가산금리도 각각 -3bp, -6bp 수준에서 모집액을 채우며 유리한 조달 여건이 형성됐다.

직전 수요예측에서 기대 이하의 성적을 냈던 것과 비교해 부각되는 면모이기도 하다. SK㈜는 지난해 11월 20일에도 3·5년물로만 트랜치를 구성해 각각 1600억, 1400억원을 모집하는 계획을 추진했지만 접수된 주문은 2600억, 1400억원에 불과했다. 거의 매년 조단위 주문을 받아왔던 것을 고려하면 만족할 만한 결과라고 보긴 어려웠다.

당분간 금리 인하 국면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면서 SK㈜의 발행 전략도 큰 틀에서 벗어나지 않을 것이란 예측이 가능해졌다. 회사채 만기 도래 예정 물량도 연이어 예고된 만큼 연내 추가 발행이 유력하다. 이후에도 장기물 카드를 만지작거리는 등 다양한 옵션을 고려하겠지만 금리 조건에 따른 유연한 전략 변경이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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