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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장 하세월' HD현대로보틱스, IPO 안하나 못하나 산업로봇 위주 포트폴리오 한계…물적분할 후 상장도 '부담'

권순철 기자공개 2025-03-05 08:00:50

[편집자주]

증권사 IB(investment banker)는 기업의 자금조달 파트너로 부채자본시장(DCM)과 주식자본시장(ECM)을 이끌어가고 있다. 더불어 인수합병(M&A)에 이르기까지 기업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의 해결사 역할을 자처하고 있다. 워낙 비밀리에 딜들이 진행되기에 그들만의 리그로 치부되기도 한다. 더벨은 전문가 집단인 IB들의 주 관심사와 현안, 그리고 고민 등 그들의 생생한 이야기를 전달해 보고자 한다.

이 기사는 2025년 02월 28일 13시36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HD현대로보틱스의 상장 작업이 당분간 지연될 것으로 관측된다. 2023년 두산로보틱스가 화려하게 유가증권시장에 입성한 이후 몇 차례 기업공개(IPO)에 도전했지만 그때마다 밸류에이션 이슈에 봉착해 무산됐던 이력을 보유하고 있다.

두산로보틱스와 달리 산업로봇 비중이 커 후한 밸류를 인정받기 어려운 탓이 컸다. 핫한 섹터로 분류되는 협동로봇에서의 파이 확대가 지지부진한 가운데 인수합병(M&A) 등을 활용한 우회 상장 옵션까지 고려하고 있지만 뚜렷한 탈출구가 보이진 않는 상황이다.

◇'산업로봇' HD현대로보틱스…연이은 IPO 시도 무산

28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HD현대로보틱스와 네트워크를 쌓고 있는 증권사마다 IPO 전략의 재점검에 나섰다. 2023년 두산로보틱스에 이어 이듬해 HD현대마린솔루션이 코스피 데뷔전을 성공적으로 치르면서 상장 기대감이 높아진 그룹사 중 하나다. 그러나 기대만큼 작업에 속도가 붙지 못하면서 증권사 IPO 파트도 고심에 빠진 분위기다.

가장 큰 문제는 밸류에이션 이슈에서 비롯된 것으로 파악된다. 로봇이 핫한 섹터로 부상했지만 그중에서도 뜨거운 열기를 견인하는 건 스마트 팩토리 등에 활용되는 협동로봇이다. 두산로보틱스가 투자자들에게 호평을 받으며 코스피에 상장할 수 있었던 데에도 협동로봇 섹터에서 굳건한 입지를 다졌기 때문이다.

반면 HD현대로보틱스는 산업로봇이 핵심 포트폴리오다. 물론 산업로봇 시장 규모도 꾸준히 확장되는 추세지만 성장 잠재력 측면에서 협동로봇 대비 높은 점수를 받긴 어려운 섹터로 꼽힌다. 2024년 3분기 기준 회사는 1672억원의 매출액과 30억원의 순이익을 냈는데 산업로봇의 기여도가 압도적이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수익성만 따지면 두산로보틱스를 크게 상회함에도 산업로봇에 치중됐다는 사실이 HD현대로보틱스의 발목을 지속적으로 잡았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한 증권사 IPO 관계자는 "두산로보틱스 상장에 영향을 받아 몇 차례 IPO를 추진하려고 했었다"며 "그때마다 회사가 원하는 밸류를 받기 어려워 속도가 나지 못했다"고 말했다.

IPO가 녹록지 않자 회사 내부적으로는 M&A 등을 활용한 우회 상장까지 검토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만큼 다양한 증시 입성 옵션들을 열어뒀지만 결과적으로 포트폴리오의 한계에선 벗어나진 못했다. 과거 현대자동차 공장 생산라인에 산업로봇들을 공급했지만 그 과정이 매끄럽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이후의 성과도 미미했다는 후문이다.

출처: HD현대

◇물적분할 후 증시 입성도 부담…'쪼개기 상장' 논란 지속

설령 밸류에이션 이슈를 극복한다고 해도 상장 작업에 속도를 내기 위해선 중복상장 논란을 헤쳐나갈 필요가 있다. HD현대로보틱스는 2020년 5월 물적분할로 신설된 자회사다. 정확히는 현대중공업지주의 로봇 사업 부문이 물적분할해 현대로보틱스가 출범한 이후 2022년 HD현대로 사명이 바뀌었다.

물론 HD현대로보틱스가 지금 당장 상장을 개시해도 심사 당국의 규제망을 직접 건드리진 않는다. 거래소는 물적분할 후 5년이 경과되지 않은 기업에 한해 모회사가 충분한 주주 보호 노력을 기울였는지 심사하고 있다. HD현대로보틱스가 상장한다면 2025년 이후가 유력하기 때문에 HD현대도 주주 보호 방안을 의무적으로 마련할 이유는 없다.

문제는 대기업 계열사들의 증시 입성을 향해 따가운 눈초리가 이어지고 있다는 사실에 있다. 가장 최근에 코스피에 입성한 LG CNS도 쪼개기 상장이 아니냐는 지적을 받은 대표적인 케이스다. 뒤이어 상장할 것으로 예상되는 DN솔루션즈, 롯데글로벌로지스 등도 비슷한 경우에 해당해 만반의 준비에 나섰다.

HD현대가 최근 HD현대로보틱스의 상장과 관련해 "구체적으로 결정된 게 없다"는 입장을 밝힌 것도 이러한 맥락들에서 비롯됐을 것으로 관측된다. 양호한 수익성에도 상대적으로 박한 시장의 평가와 함께 중복상장 논란이 점화되면서 상장에 속도를 내려 해도 원하는 수준에 이르지 못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출처: HD현대로보틱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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