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bell

[테슬라 특례 점검]빛바랜 유니콘의 꿈…칼 빼든 거래소①고평가 만연·흑자전환 요원, 전방위 제도 손질 예고

권순철 기자공개 2025-03-06 08:03:08

[편집자주]

테슬라 신화를 향한 기대가 일장춘몽의 위기에 놓였다. 적자였음에도 나스닥에 입성한 테슬라는 당장 이익을 내지 못해도 유니콘 기업으로 발돋움할 수 있다는 희망으로 태동했다. 2016년 국내에도 이익 미실현 특례상장 제도가 도입됐지만 유니콘은 고사하고 흑자 전환도 요원하자 거래소는 대대적인 손질을 예고했다. 더벨은 테슬라 상장을 향한 거래소의 달라진 입장과 그 파급 효과를 심도 있게 조명해본다.

이 기사는 2025년 03월 04일 15시48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이익 미실현 특례상장 제도(테슬라 요건)가 절체절명의 기로에 직면했다. 당장 수익이 없어도 폭발적인 성장성을 갖춘 기업들의 상장을 지원하는 게 본래 취지였다. 이후 9년이 지났지만 적자에 허덕이는 곳들이 즐비하다는 가혹한 현실에 맞닥뜨렸을 뿐이다.

거래소도 전방위적 검토를 예고했다. 테슬라 상장의 성과가 미진하다고 판단해 도입 취지와 심사 기준을 재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후속 주자들에겐 상장 계획을 원점에서 재고할 만한 이벤트이기도 해 하나 둘씩 긴장모드에 돌입하는 분위기다.

◇'테슬라' 의미 퇴색…상장후 성장성 정체 심화

2016년 첫 모습을 드러낸 이익 미실현 특례상장 제도는 혁신 기업의 발굴이라는 사명감 속에서 탄생했다. 테슬라의 선례를 받들어 이익이 나지 않아도 성장성만 충만하다면 상장할 수 있다는 공감대가 힘을 얻은 것이다. 당시 금융위는 "성장성 있는 기업이 사업 확장을 위한 투자 자금을 모집하는 상장 본연의 기능을 강화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9년의 시간이 흐르면서 빚어진 결과는 금융위의 기대와 정반대의 양상으로 흘러갔다. 2017년부터 2024년까지 테슬라 요건으로 상장한 17곳의 기업 가운데 8곳은 지난해 기준 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성장은 차치하고 흑자 전환조차 요원한 기업이 다수였던 것이다. 시계열 상 영업손익이 감소 추세인 회사는 9곳에 달했다.

물론 테슬라 요건으로 상장한 회사들은 성장성을 뒷받침할 자기자본과 시장 주목도 등이 충분한 상황은 아니다. 궤도에 오르기까지 시간을 두고 지켜봐야 한다는 셈이다. 그럼에도 상장 당시 매겨진 몸값이 과도했기 때문에 조정받고 있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잇따르고 있다.

'비인기 트랙'이라는 오명을 입게 된 것도 기대 이하의 성적과 무관치 않다는 평가다. IB 업계 관계자는 "테슬라 요건을 우선적으로 활용하는 것보다 매출이 안정화될 때까지 기다리는 것을 제안하는 편"이라며 "기술특례 트랙으로 상장하기 버거울 때 테슬라 요건을 부수적인 차원에서 고려하는 추세가 일반적"이라고 설명했다.

환매청구권(풋백옵션)을 의무적으로 부여해야 한다는 부담도 떠안아야 한다. 공모주 시장이 활황일 때는 큰 문제가 없지만 지금과 같이 우호적이지 않은 환경에선 평가손실 리스크를 고려할 수 밖에 없다. 2022년 더블유씨피 사태는 테슬라 요건에 붙은 풋백옵션이 주관사의 실적까지 뒤흔들 수 있다는 선례로 아직도 회자되고 있다.

출처: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중소기업현황정보시스템

◇전면적 재검토 착수…테슬라 상장 한파 예고

거래소도 칼을 빼 들었다. 테슬라 요건으로 상장하는 회사는 2022년 기준 4곳에 이르렀지만 2023년부터 2곳 안팎으로 줄었다. 유독 엄격한 심사 잣대가 적용된 영향이 컸다. 2024년 LS이링크, 재영텍, 이안 등이 테슬라 요건으로 상장 예비심사를 청구했지만 모두 철회를 결정하며 낙마했다.

전반적인 심사 기조가 엄격해진 측면도 무시할 수 없다는 의견이 제기된다. 기술특례업체들도 기업의 계속성 관점에서 매출액을 지적 받는 케이스가 잇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IB 업계에선 거래소가 지난해 하반기부터 테슬라 요건으로 상장한 회사들을 전수 조사했지만 기대 이하의 성적을 체감했다는 걸 결정적인 트리거로 보고 있다.

특히 테슬라 요건의 취지와 의미 등을 전면적으로 재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매출액 허들을 높이려는 움직임이 관측됐지만 질적 요건을 상세히 평가하는 방향으로 가닥이 잡혔다는 게 업계의 전언이다. 다른 IB 업계 관계자는 "거래소에서도 테슬라 요건을 올바르게 해석할 수 있는 시각과 관점을 정립하려고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테슬라 요건을 검토하던 후속 주자들은 긴장 모드에 돌입했다. LS이링크 등과 같이 매출액이 발생하고 있고 높은 밸류를 정조준하는 기업들은 테슬라 요건에 천착하지 않겠다는 입장으로 선회했다. 심사 당국에서 제도의 의미를 살피고 있는 와중에 자칫 테슬라 요건을 고수했다가 발생할 수 있는 리스크를 줄이려는 시도로 관측된다.

일각에서는 강화된 테슬라 요건을 충족할 기업은 제조사로 좁혀질 것이란 관측을 내놓기도 했다. 실적 안정성이 중요하게 평가된다면 이 기준을 만족할 수 있는 섹터는 제조업에 한정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다만 이들은 일반 상장 트랙을 놓고 굳이 테슬라 요건을 택할 유인이 부족해 비인기 트랙으로 고착화될 것이란 우려도 부상하고 있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더벨 서비스 문의

02-724-4102

유료 서비스 안내
주)더벨 주소서울시 종로구 청계천로 41 영풍빌딩 4층, 5층, 6층대표/발행인성화용 편집인김용관 등록번호서울아00483
등록년월일2007.12.27 / 제호 : 더벨(thebell) 발행년월일2007.12.30청소년보호관리책임자황철
문의TEL : 02-724-4100 / FAX : 02-724-4109서비스 문의 및 PC 초기화TEL : 02-724-4102기술 및 장애문의TEL : 02-724-4159

더벨의 모든 기사(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으며, 무단 전재 및 복사와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

copyright ⓒ thebell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