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의 CFO]'구관이 명관' 서건기 부사장, '통합 SK이노'서 중책②미국 자회사서 신재생에너지 사업 실무 경험 '리밸런싱 적임자' 부상
최은수 기자공개 2025-03-13 08:10:08
[편집자주]
CFO를 단순히 금고지기 역할로 규정했던 과거 대비 오늘날의 CFO는 다방면의 역량을 요구 받는다. CEO를 보좌하는 역할을 넘어 견제하기도 하며 때로는 CEO 승진의 관문이 되기도 한다. 각 그룹마다 차지하는 CFO의 위상과 영향력도 상이하다. 그러나 이들의 공통점은 영향력과 존재감 대비 그리 조명 받는 인물들이 아니라는 점이다. 조용한 자리에서 기업의 안방 살림을 책임지는 이들의 커리어를 THE CFO가 추적한다.
이 기사는 2025년 03월 10일 15시42분 THE CFO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리밸런싱(고강도 구조조정) 선언 이후 SK그룹은 수시인사를 통한 경영진 이동이 잦아졌다. 작년 말 SK E&S의 CFO 김형근 사장이 SK에코플랜트 수장으로 이동하면서 이미 E&S 재무수장을 역임한 경험이 있는 서건기 부사장(사진)을 재무총괄로 세운 게 일례다.서 부사장은 통합 법인 합류 전 미국 자회사에선 신재생에너지 사업 등 실무도 담당하기도 했다. 리밸런싱 중인 SK그룹에서 재무와 실무를 겸한 CFO 적임자로 손꼽혀왔다. 재무와 실무를 경험한 서 부사장이 통합 SK이노베이션의 재무전략을 총괄하게 된 것도 자연스러운 수순으로 보인다.
◇재무에 실무 감각 겸비 'E&S 첫 사내이사 CFO' 경험
서 부사장은 1972년생이다. 그간 SK그룹 CFO는 주로 1960년대 임원이 잡고 있던 점을 볼 때 젊은 피에 해당한다. 그는 성균관대를 졸업한 뒤 KAIST에서 경영학 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SK그룹에서 임원으로 승진한 건 2017년이다. 그 전까진 SK E&S의 재무본부장 직무대행을 맡았다.
2020년까지 SK E&S의 재무본부장을 지내다가 북미 신재생에너지 사업을 위해 설립한 투자회사인 '패스키'로 자리를 옮겼다. 패스키는 SK E&S가 매입하거나 지분 투자한 기업들을 총괄·관리하는 역할을 한다. 최재원 SK이노베이션 수석부회장이 의장으로 있고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장남인 최인근씨, 조카 최성근씨도 패스키에 소속돼 있다.

패스키에 처음 합류할 당시 서 부사장은 매니지먼트서포트장을 역임했다. 이후 2023년부터 재생에너지사업부문을 맡다가 2024년 6월 SK E&S의 재무부문장으로 복귀했다. 더불어 SK E&S 복귀와 함께 사내이사로 선임됐다. SK E&S CFO가 공식적으로 사내이사로 이름을 올린 첫 사례로 꼽힌다.
서 부사장은 재무 전문가로서 통합 SK이노베이션의 미래 사업인 수소 사업 등 친환경 에너지사업도 경험한 인사다. 재무와 사업에 대한 이해도를 함께 갖췄다 평가받는 배경이다. 서 부사장은 합병 후 SK이노베이션에선 아직 미등기 임원으로 자리해 있다. 그러나 초대 합병법인의 CFO를 맡았단 점만으로도 그의 남다른 입지를 확인할 수 있다.
◇리밸런싱 방점찍은 SK이노베이션, 재무관리 집중 가능성
SK이노베이션은 2023년 말 조직개편에서 전략부문과 재무부문을 통합해 전략·재무부문을 신설했다. 하지만 SK이노베이션은 2024년 말 단행한 인사를 통해 지주사로 이동한 강동수 전략·재무부문장의 후임을 두지 않기로 했다. 이는 다시금 전략·재무부문을 전략본부와 재무본부로 나눠 운영한다는 의미다.
통합 SK이노베이션이 출범하며 업무 중요도가 높은 전략 및 재무 부문의 역량을 각각 끌어올리겠다는 판단에 따라 이뤄진 결정으로 보인다. 초대 통합 재무총괄이 된 서 부사장에게 주어진 역할과 책임이 한층 무거워졌다는 뜻이다.
현재로선 서 부서장은 이전보다 더 촘촘한 재무관리에 나설 것으로 관측된다. 먼저 서 부사장이 공개한 올해 연간 설비투자 규모(CAPEX)가 기존 대비 줄어든 것으로도 이런 방향을 가늠할 수 있는 단초다.
서 부사장이 올해 초 IR 등을 통해 공개한 CAPEX 규모는 6조원 수준이다. 배터리에는 3조5000억원, SK이노베이션 E&S 1조원, 이외 경상 및 전략 투자금액 1조5000억원 수준을 배정할 방침이다. E&S 합병을 마친 후임에도 불구하고 총 CAPEX는 작년보다 현저히 감소했다. 다시금 재무관리에 방점을 찍겠다는 그의 의지를 느낄 수 있다.
SK이노베이션의 가잔 큰 숙제가 재무 건전성 확보와 유동성 관리인 것도 이런 방침과 관련이 있다. 배터리 자회사의 실적 부진, 정유 및 석유화학 사업 업화 악화로 인해 SK E&S와의 통합이 이뤄지기 전인 2024년 3분기 SK이노베이션의 재무추이는 비교적 하향곡선을 보인다. 총차입금은 연결 기준 33조원, 부채비율은 166.2%, 차입금의존도는 39.6%다.
일단 SK E&S와의 합병으로 SK이노베이션의 현금흐름은 일시적 개선세를 보이고 있다. 서 부사장은 이를 이어받아 지속적으로 정교한 재무 관리에 나설 경우 통합 SK이노베이션의 재무 안정화를 조기에 마무리할 수 있을 전망이다. 추후 통합법인 CFO로서 SK이노베이션 및 계열사의 재무전략을 점검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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