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bell

인베스트

[사모펀드 판매사 수난시대]"보고도 속은 사무관리사·수탁사도 책임져야"②판매사 "사무관리·수탁사에 법적책임 묻겠다", 금감원 '불구경' 도마 위

허인혜 기자공개 2020-07-29 08:05:27

[편집자주]

자산운용사의 모럴해저드는 누구 책임일까. 라임, 옵티머스펀드 환매 중단 사태는 자산관리(WM)시장에 이같은 화두를 던졌다. 사기라고 봐도 무방할만큼 일부 사모펀드의 부실한 운용실태가 민낯을 드러냈다. 문제는 부실운용의 책임이 고객과 접점에 있는 판매사에게 고스란히 전가되고 있다는 점이다. 시시비비가 가려지지도 않은 상황에서 금융당국조차도 판매사의 보상안 마련을 독려한다. 업계는 이같은 마녀사냥식 해법이 WM시장에 돌이킬 수 없는 전례를 남길 수 있다며 우려하고 있다. 더벨은 최근 사모펀드 시장에 벌어진 환매중단 사태에서 판매사를 앞세운 사태수습이 적절한지 되짚어 본다.

이 기사는 2020년 07월 24일 08:33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사모펀드 판매사들이 잇따른 펀드 사고에 대해 전적으로 배상 책임을 지면서 사무관리사와 수탁사의 '동반 책임론'도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환매 중단 자산운용사의 일탈과 판매사의 유통 과정에만 초점이 쏠린 탓에 판매사의 배상 책임만 극대화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펀드의 유통과 판매 과정에서 판매사뿐 아니라 사무관리사와 수탁사 역시 펀드의 편입자산 등 리스크를 확인할 의무가 있다. 책임 공방전이 판매사와 사무관리사, 수탁사 등 유통과정에 갇히는 동안 금융당국의 금융상품 관리감독 책임은 희석되고 있다는 볼멘소리도 크다.

◇사무관리사·수탁사, 펀드 유통 '협업'에도…판매사만 선보상 '줄잇기'

펀드 유통 과정은 크게 네 단계로 구분된다. 자산운용사가 사모펀드를 만들면 사무관리사와 수탁사가 각각 펀드 기준가격 산정과 투자신탁 관리 등을 담당한다. 판매사는 만들어진 펀드를 다시금 검수해 가판대에 내놓는다. 일부 펀드는 증권사의 프라임 브로커 서비스(PBS)를 활용한다.

각 과정에서 자산운용사와 판매사, 사무관리사, 수탁은행 모두 펀드에 대한 일정한 관리 의무가 부여되는 셈이다. 펀드 상품에 대한 전격적인 관리 의무는 부과되지 않더라도 판매상품 검수, 기준가격 산정, 펀드 편입자산 확인 등의 세부적인 의무는 모두 분산돼 있다. 라임자산운용과 옵티머스자산운용 등 최근 환매 중단을 부른 펀드 상품은 모두 유사한 과정을 거쳐 시중에 팔렸다.

하지만 펀드 사고가 터지자 그 과정에 관여했던 주체들은 책임에서 빗겨나 있다. 판매사에 국한된 '선보상 제도'가 거의 가이드라인으로 굳어지는 형국이다. 펀드 사고 규모가 가장 컸던 라임자산운용 펀드 보상안이 대표적이다.

신영증권과 신한금융투자, 신한은행과 우리은행 등 판매사들이 줄지어 선보상 결정을 내렸다. 금감원 분쟁조정위원회는 지난달 30일 라임운용 펀드 일부 사례에 대해 100% 전액을 배상하라는 결론을 내렸다. 제2의 라임운용 사태로 불리는 옵티머스운용 펀드 사고 역시 판매사인 한국투자증권이 70% 이상의 선제적 보상안을 확정했다. 또 다른 판매사인 NH투자증권은 선배상안을 고심 중이다.

다른 펀드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2019년 4월 환매가 중단된 디스커버리자산운용의 'US핀테크글로벌채권' 펀드는 판매사인 기업은행이 50% 선지급안을 확정했다. 당해 7월 만기가 연장된 독일 헤리티지 파생결합증권(DLS)도 판매사 신한금융투자가 50% 가지급금을 지급하기로 했다.

같은 해 9월 KB증권이 판매한 호주 부동산펀드 손실은 KB증권이 개인고객에게 펀드 원금 전액을 반환했다. 이듬해인 올해 4월 하나은행은 이탈리아 헬스케어 펀드 손실 판매의 책임을 지고 50% 가지급금 결정을 내렸다.

선지급 사례는 아니지만 해외금리연계형 파생결합증권(DLS)과 파생결합펀드(DLF) 판매사였던 우리은행과 하나은행은 금감원 분쟁조정위원회가 80% 손실배상을 결정하기도 했다.

판매사들의 선보상 대응은 금융당국의 '큰 그림'이다. 윤석헌 금감원장은 라임운용 사태와 이탈리아 헬스케어 펀드 등을 두고 선제적 보상안을 마련한 하나은행과 신영증권, KB증권 등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며 판매사들의 참여를 권했다. 앞서 선진국 금리연계형 DLF 판매사였던 우리은행과 하나은행이 강력한 제재를 받은 점도 압박요소로 작용했다고 금융투자업계는 전했다.

◇부실자산 보고도 속은 예탁결제원, 사무관리사·수탁은행 책임론 '수면 위'

판매사들이 '울며 겨자먹기'로 선보상안을 마련하는 사이 사무관리사와 수탁은행의 책임론은 수면 아래 잠자고 있다. 사무관리사와 수탁사도 일부 책임이 있다는 논쟁은 옵티머스운용 펀드로부터 터져나왔다.

옵티머스운용 펀드의 편입자산이 처음부터 이상했다는 점을 충분히 알 수 있었는데도 사무수탁사인 예탁결제원이 주의에 소홀했다는 지적이다. 예탁결제원은 옵티머스운용으로부터 이메일로 국공채 매출채권 펀드 투자 계획서를 받았다. 옵티머스운용은 한국토지공사 매출 채권으로 투자자산을 표기해달라는 요구와 함께 아트리파라다이스, 씨피엔에스, 대부디케이에이엠씨 등의 채권 매입 계약서 사본을 첨부했다.

예탁결제원이 첨부파일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았거나 확인을 하고도 의심없이 그대로 수용했다는 비판이 일었다. 예탁결제원은 옵티머스운용 펀드 운용자산 확인 여부를 두고 "운용책임자로부터 '사모사채가 공공기관 매출채권을 담보로 하는 실질이 있고 복층구조'라는 설명을 듣고 난 뒤 요청대로 '공공기관 매출채권'으로 명칭을 입력했다"는 공식 입장을 내놨다.

금융투자업계에서나 법률적으로 사용하지 않는 용어인 '계산 사무대행사'라는 표현으로 예탁결제원은 계산만을 대행하는 서비스를 제공했다고 강조했다. 투자회사 사무관리사와 달리 투자신탁 사무관리사는 편입자산 대조 의무가 없다는 입장을 펴면서 예탁결제원의 업무 범위가 일반 사무수탁이었는지, 예탁결제원의 해명처럼 기준가격 산정 등만을 대행하는 계산 사무대행사였는 지를 두고 논란에 불이 붙었다.

예탁결제원이 하나은행의 관리 의무를 강조하면서 책임론 '핑퐁 게임'에 수탁사가 포함되게 됐다. 하나은행이 수탁업자로서 매월 운용자산을 점검했어야 한다는 게 예탁원의 주장이다. 자본시장법 244조에 따르면 수탁은행은 선량한 관리자의 의무를 바탕으로 펀드재산을 보관·관리하고 투자자 이익을 보호해야 한다는 조항이 있다.

당국이 2015년 사모펀드 활성화를 위해 예외조항을 뒀지만 선량한 관리자의 의무가 없어지는 것은 아니라는 의견도 상당하다. 하나은행도 운용사와 사무관리사가 작정하고 속인다면 기준가 숫자를 확인하는 수탁사로서는 속아넘어갈 수밖에 없었다며 해명했다.

일반 사무관리사와 수탁사로서 펀드 점검의무가 전혀 없었다는 두 해명을 두고 평가는 엇갈린다. 업무상 한계에 동의한다는 입장과 펀드자산 표기·편입자산 검수가 업무에 포함된다는 입장이 첨예하게 부딪혔다.

옵티머스운용 펀드 최대 판매사인 NH투자증권은 사무관리사와 수탁사의 책임을 언급했다. 정영채 NH투자증권 사장은 옵티머스운용 투자자에게 보낸 서신을 통해 "예탁원이 운용사의 지시에 따라 비상장기업 사모사채를 공공기관 매출채권으로 이름을 변경해 펀드명세서에 등록한 사실 등을 확인하게 됐다"고 했다.

◇판매사·사무관리사·수탁사 공방전에 금융당국 '불구경' 비판

일각에서는 금감원이 판매사와 사무관리사, 수탁사로 공을 넘겨 금융당국의 책임론을 희석한다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앞서 판매사의 선제적 배상안에 초점을 맞추며 금감원의 자산운용사·부실펀드 감독 의무보다 판매사 보상비율이 전면에서 논의된 것과 같은 양상이라는 이야기다. 금융당국의 사모펀드 전수조사가 마무리 된 이후에도 대형 펀드 사고가 터진 만큼 당국의 관리도 소홀했다고 업계는 입을 모은다.

특히 금융당국이 전과 달리 사무관리사와 수탁사의 업무상 과실을 면밀히 들여다보고 있는 옵티머스운용 펀드의 경우 금융당국도 옵티머스운용의 부실 여부를 파악해왔다는 점에서 당국도 책임을 피하기는 어렵다. 2018년부터 금융당국은 물론 과학기술정보통신부·한국방송통신전파진흥원·서울중앙지방검찰청까지 옵티머스운용을 주시하고 있었지만 펀드 사고를 막지 못했다.

법률 공백도 뚜렷하다. 자본시장법상 투자회사의 수탁사는 리스크관리 의무가 명확하지만 투자신탁의 수탁사에 대한 의무는 미비한 실정이다. 국내 펀드 98%가 투자신탁형으로 관리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있으나마나한 법 조항인 셈이다.

금융당국은 올해 상반기 사모펀드 개선방안을 발표하며 수탁사와 PBS 등에 펀드 리스크 관리 기능을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펀드 운용상 위법이나 부당행위가 있는지 여부를 수탁사와 PBS도 확인하라는 조항이다. 그러나 개선안이 원안대로 이행될지는 미지수다. 사무관리사와 수탁사는 리스크 관리 기능을 수행하기에 수수료가 지나치게 적다고 항변하고 있다. 국회라는 큰 문턱도 남았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더벨 서비스 문의

02-724-4127

유료 서비스 안내
주)더벨 주소서울특별시 중구 무교로 6 (을지로 1가) 금세기빌딩 5층대표/발행인성화용 편집인이진우 등록번호서울아00483
등록년월일2007.12.27 / 제호 : 더벨(thebell) 발행년월일2007.12.30청소년보호관리책임자이현중
문의TEL : 02-724-4100 / FAX : 02-724-4109서비스 문의 및 PC 초기화TEL : 02-724-4103기술 및 장애문의TEL : 02-724-4159

더벨의 모든 기사(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으며, 무단 전재 및 복사와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

copyright ⓒ thebell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