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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벤토리 모니터]대우조선해양 러시아 리스크, 한화 부담요인 되나계약해지 선박 충당금 설정 가능성… 한화그룹 추가 자금지원으로 이어질 수도

강용규 기자공개 2023-01-13 10:06:17

[편집자주]

제조기업에 재고자산은 '딜레마'다. 다량의 재고는 현금을 묶기 때문에 고민스럽고, 소량의 재고는 미래 대응 능력이 떨어진다는 점에서 또 걱정스럽다. 이 딜레마는 최근 더 심해지고 있다. 공급망 불안정에 따른 원재료 확보의 필요성과 경기침체에 따른 제품 수요의 불확실성이 샌드위치 형태로 기업을 압박하고 있기 때문이다. 더벨은 기업들의 재고자산이 재무에 미치는 영향 등에 대해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3년 01월 11일 15:4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재고자산 항목 중 재공품은 제품 생산을 위한 작업을 진행 중인 미완성품을 의미한다. 조선업에서는 계약 취소로 조선사가 떠안은 작업물량을 말한다. 100% 주문 제작방식으로 진행되는 산업인 만큼 재고상품 확보를 목적으로 생산되는 제품이 있을 리 없기 때문이다.

대우조선해양의 재고자산에 재공품이 집계되기 시작했다. 러시아에서 수주한 쇄빙 LNG운반선의 계약 취소 물량이다. 이 선박은 용도가 제한적인 탓에 ‘악성 재고’로 남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만약 이 재고가 주인을 찾지 못하면 대우조선해양 인수에 나서는 한화그룹에게도 부담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시선도 나온다.

대우조선해양은 2022년 3분기 말 기준 재고자산 총계가 1조9858억원으로 집계됐다. 전년 말 대비 74.3% 증가했다.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상선부문 재고자산에 5701억원 규모의 재공품이 등장한 것이다. 대우조선해양은 그동안 재고 드릴십이 해양부문의 재공품 재고로 집계되고 있었으나 상선부문에는 2016년 이후로 재공품이 없었다. 상선부문에 새롭게 나타난 재공품은 러시아 국영에너지회사 노바텍으로부터 수주한 뒤 계약이 해지된 LNG운반선 2척이다.

대우조선해양 관계자는 “러시아 금융제재 및 수출입 통제로 발주처의 대금 납입이나 주요 기자재 공급 등이 불가능해 발주처 측에 선박의 건조계약 해지를 통보하고 재고자산으로 분류했다”며 “계획된 일정대로 선박을 건조하는 한편 재판매를 위해 구매자를 물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자료=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대우조선해양 측의 설명대로 재판매가 가능하다면 이 재공품은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러나 계약 해지 선박들의 건조를 완료한 뒤에도 재판매에 성공하지 못한다면 미청구공사 금액(발주처에 청구하지 못한 금액)을 보전하기 위해 손실충당금을 설정해야 한다. 이는 대우조선해양의 실적을 짓누르는 요인이 될 수 있다.

조선업계에서는 재판매가 수월하게 진행될 가능성이 높지 않다고 본다. 계약이 해지된 LNG운반선이 모두 러시아의 북극해 해양가스전 개발계획에 투입하기 위해 발주된 ‘특수 목적’의 선박이라는 점에서다.

이 선박들은 북극항로에서 얼음을 깨며 항해하는 것을 전제로 한 쇄빙 LNG운반선이다. 쇄빙 기능을 위해 특수한 설계가 적용된 만큼 건조가격도 비싸다. 일반 LNG운반선 대비 선가에 척당 1억달러가량의 프리미엄이 붙었다. 비싼 가격과 제한적 용도 탓에 원매자를 찾기 어려울 것이라는 게 업계 중론이다.

더 큰 문제는 대우조선해양이 러시아 프로젝트를 위해 수주한 쇄빙 LNG운반선이 총 5척이라는 점이다. 남은 선박들 역시 계약이 해지된다면 재공품 재고자산으로 남아 충당금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미 지난해 11월 1척의 계약이 추가로 해지됐다. 남은 2척도 안심할 수 없는 셈이다.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준비하는 한화그룹으로서도 러시아 계약 해지 선박을 주시할 수밖에 없다. 재고 선박의 손실충당금 설정은 대우조선해양 인수 뒤 경영정상화를 방해하는 요인이기 때문이다.

한화그룹은 대우조선해양의 제3자배정 유상증자에 6개 계열사가 총 2조원 규모로 참여해 지분 49.3%를 확보하는 방식으로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한다. 지난해 3분기 말 기준으로 대우조선해양이 부채 변동 없이 2조원의 자본을 확충하면 부채비율이 1290.8%에서 400.2%까지 낮아진다. 이후는 대우조선해양이 이익을 창출해 자력으로 부채비율을 낮추는 것이 한화그룹의 대우조선해양 경영정상화 시나리오다.

(자료=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지난해 3분기 기준으로 대우조선해양은 5415억원의 자본금에 2조3328억원 규모의 신종자본증권으로 자본을 채우고 있었다. 그러나 자본총계는 8987억원에 불과했다. 이는 손실 누적에 따른 결손금이 2조2735억원에 달했기 때문이다. 부채비율이 4자릿수를 넘어설 정도로 재무구조가 악화한 것도 결국은 결손금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대우조선해양이 러시아 계약 해지 선박으로 충당금을 설정하게 된다면 이익 창출을 통해 결손금을 지워 나간다는 시나리오에 장애물이 된다. 때문에 조선업계에서는 대우조선해양의 ‘러시아 리스크’가 한화그룹의 추가 지원으로 이어질 가능성에 시선을 모은다.

대우조선해양 관계자는 “러시아 선주사 이외에도 북극해 해양가스전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선주사들이 있다”며 “이들을 상대로 계약 해지 선박의 재판매에 성공할 수 있도록 노력하는 한편 추가 계약 해지의 가능성 역시 예의주시하며 대처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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