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licy Radar]"성과없는 곳에 수수료 없다" 퇴직연금 사업자 뿔났다고용부 가이드라인 통보…"비현실적" 지적 잇따라
이돈섭 기자공개 2023-03-27 08:22:35
이 기사는 2023년 03월 22일 14시48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정부가 퇴직연금 상품 수수료를 상품 운용 성과에 연동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퇴직연금 사업자에 적립금 수익률을 끌어올리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하지만 정작 금융업계에서는 정부의 이번 운용 성과 연동 수수료 부과 안이 퇴직연금 사업자 사업 의지를 꺾는 것이라며 정부의 지나친 개입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나온다.22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최근 고용노동부는 국내 43개 퇴직연금 사업자에 '퇴직연금 수수료의 합리적 부과를 위한 가이드라인'을 전달했다. 해당 가이드라인은 지난해 개정된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 시행령에 따라 세부 요건을 마련하기 위해 작성됐다. 향후 업계 논의 등을 거쳐 가이드라인의 완성도를 점진적으로 높여가겠다는 방침이다.
고용부는 올초 보험과 은행, 증권 등 각 금융업계 주요 퇴직연금 사업자가 참여하는 수수료 논의 태스크포스(TF)를 조직해 운영하고 있다. 이번 가이드라인이 초안에 불과하고 향후 수정될 가능성도 작지 않지만, 고용부 정책 방향을 구체적으로 담아낸 첫 안이라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작지 않다는 게 금융업계 관계자들의 의견이다.
가이드라인은 7개 조항으로 구성돼 있다. 고용부가 정하고 있는 세부업무 분류 내용에 기반, 수수료 부과기준을 수립하고(제5조 제1항), 그 근거를 당국에 제출할 수 있게 했다(제5조 제2항). 중소기업과 사회적기업에는 수수료 감면 혜택을 제공해야 한다(제7조). 적립금 운용 수익률에 수수료를 연동해 산출케 한 조항(제6조)도 있다.
구체적으로 사업자가 수취하는 운용 및 관리 수수료는 그해 적립금 운용 손익에 연동해야 한다. 적립금 운용 전체 수수료 총액은 적립금 규모만을 반영해 산출한 수수료 규모와 같거나 작아야 한다. 수수료율 자체를 대폭 줄여야 한다는 취지다. 가이드라인은 수수료 수준이 급등락해서는 안 된다면서 사업자가 하한선을 정할 수 있도록 했다.

가이드라인 취지에 따르면 퇴직연금 사업자가 수수료 수익을 올리려면 적립금 운용 수익률도 높여야만 한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정책당국이 퇴직연금 적립금 운용 수익률을 끌어올리기 위한 동인을 제공한 것"이라며 "지난해 사전지정운용제도를 도입하고 포트폴리오를 완성했으니, 운용에 책임을 지라는 뜻으로 해석된다"고 말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확정기여형(DC)의 경우 상품 운용 지시 주체가 개별 가입자이고 상품 제공업체가 따로 있는데, 적립금 운용 수익률 저하에 따른 책임을 가입자와 상품 제공자가 아닌 사업자 측에만 지워서는 안된다"며 "손익의 주체와 수수료 지불 주체를 어느 정도 일치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른 관계자는 "사업자 입장에선 수익률이 높은 경우 더 많은 수수료를 받게 해줘야 운용 제고 동인이 생기기 마련"이라며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아무리 운용 수익률이 높게 나와도 기존 적립금 베이스 수수료보다 많이 받을 수 없기 때문에, 최악의 경우 퇴직연금 사업자들이 원리금보장형 상품만 제공해야 할 수도 있다"고 꼬집었다.
이에 따라 퇴직연금 사업자들은 인프라 구축을 이유로 가이드라인 적용 일정을 늦춰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또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하는 중소형 사업자의 시장 이탈가 가속화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퇴직연금은 결국 인프라 사업이라 수수료가 어느 정도 나오지 않으면 사업 영위 자체가 힘들다"고 말했다.
한편 고용부 관계자는 "지난해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 시행령이 시행되고 그에 맞춘 수수료 개편 작업이 이뤄지지 않아 엄밀하게 현재 법 위반 상태가 이어지고 있는 것"이라며 "가이드라인 발표 전후로 전 금융권 퇴직연금 사업자 대상 설명회를 개최하고 TF에서 의견을 교환하면서 적극적으로 의사소통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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