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평가 시그널: PBR 0.3]만성적 저평가도 심각…5년간 PBR 0.3 20곳 달해매크로 환경 변화에 업황 부진+제도 개편 부담 가중…주주환원 여력 부족 목소리도
이돈섭 기자공개 2025-05-07 08:16:52
[편집자주]
주가는 단기적으론 인기 투표지만 길게 보면 계량기라는 말이 있다. 왜 헐값에도 투자자가 발길을 돌릴까. 시간이 지나면 진짜 무게가 드러난다. 그 괴리를 찾는 과정에 사용되는 지표가 주가순자산비율(PBR)이다. 최근 유력 대선후보는 PBR이 0.3배도 안되면 시장에서 정리해야 한다며 강하게 압박하기도 했다. 가시방석에 앉은 종목들을 더벨 SR본부가 저울에 올렸다. 저평가인지, 벗어날 수 없는 밸류트랩인지, 시장평가와 본질가치 사이에 존재하는 간극을 재고 구조적 원인을 파헤쳐 본다.
이 기사는 2025년 04월 25일 11시26분 THE CFO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만성적 저평가 상태를 벗어나지 못하는 기업이 적지 않다. 최근 5년간 줄곧 주가순자산비율(PBR)이 0.3배에 미치지 못한 기업 수만 20곳에 달하는 실정이다. 한화생명의 경우 5년간 PBR 0.2배를 넘지 못했다. 산하에 계열사를 거느리고 있는 지주사의 경우 업종을 불문하고 상당수가 저평가 리스트에 오르면서 눈길을 끌기도 했다. 시장에서는 일부 주주가 지주사 지분으로 그룹 전체를 지배하면서도 지주사 주가 부양에는 소극적인 것이 근본적 문제라는 지적이 제기되기도 한다.더벨 SR(서치앤리서치) 본부가 코스피 상장사 808개 코스닥 상장사 1675개 등 2483개 기업을 전수조사한 결과, 2020년 말부터 지난해 말까지 5년간 PBR이 0.3배에 미치지 못한 곳은 20개로 확인됐다. 구체적으로는 △한화생명 △iM금융지주 △HDC △미래에셋생명 △태광산업 △지역난방공사 △SNT홀딩스 △E1 △세아홀딩스 △KISCO홀딩스 △넥센 △강남제비스코 △대한화섬 △세이브존I&C △무림페이퍼 △성창기업지주 △유성티엔에스 △CS홀딩스 △세원물산 △화천기공 등이었다.
해당 기업들을 업종별로 살펴보면 지주사가 6곳(△iM금융지주 △HDC △SNT홀딩스 △세아홀딩스 △KISCO홀딩스 △CS홀딩스)으로 가장 많았고 화학(△태광산업 △넥센 △강남제비스코 △대한화섬)이 4곳, 유통(△E1 △세이브존I&C)과 보험(△한화생명 △미래에셋생명) 각각 2곳이었다. 이밖에 종이·목재, 전기·가스, 기계·장비, 운송장비, 일반서비스 등 업종 기업이 한 곳씩 이름을 올렸다. 시장별로는 코스피 상장사가 18곳으로 대부분을 차지했고 코스닥 상장사가 2곳인 것으로 확인됐다.
주가 대비 주당순자산(BPS) 비율을 의미하는 PBR이 0.3배 미만이라는 것은 해당 기업을 당장 시장에서 청산하면 장부상 순자산 가치의 0.3배 정도의 돈밖에 돌려받지 못한다는 뜻이다. 자그마치 5년 동안 PBR이 0.3배를 밑돌았다는 것은 사업에 대한 시장의 평가가 긍정적이지 않고 기업 자체의 주가부양 의지도 빈약하다는 비판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최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경선 후보는 “PBR 0.3배 미만 회사는 적대적 인수합병(M&A) 등으로 청산할 필요가 있다”라고도 언급했다.

눈에 띄는 기업은 최근 5년간 PBR이 줄곧 0.2 이하 수준을 기록, 장기간 저평가 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한화생명이다. 지난 24일 종가 기준 한화생명 주가는 2555원(액면가 5000원)이다. 금리 인하 기조에 따라 자기자본이 감소하는 추세인 데다 건전성 지표인지급여력비율이 하락할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IFRS17 도입에 따라 해약환급금준비금 적립부담이 커진 결과 그간 꾸준히 실시해 온 배당을 중단할 정도로 주주환원 여력이 상당폭 떨어져 있는 상황이기도 하다.
이는 한화생명의 문제만은 아니다. 생보사 대부분이 구조적 어려움을 겪으며 저평가 늪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는 실정이다. 미래에셋생명은 최근 5년간 PBR이 0.3 미만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삼성생명이 지난해 말 PBR 0.55배를 기록, 타 생보사 대비 그나마 나은 수치를 기록하고 있을 뿐이다. 지난해 한국거래소가 발표한 '코리아밸류업지수에는 생보사가 단 한 군데도 포함되지 않았다. 업계 관계자는 "제도 개선을 통해 준비금 적립 부담을 덜어 배당 재원을 확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한화섬도 만성적 저평가 지적에 시달리는 곳 중 한 곳이다. 지난해 말 대한화섬의 PBR은 0.16배 수준으로 최근 5년간 줄곧 0.2배를 밑돌았다. 폴리에스터 원사제조에 주력하는 대한화섬은 2022년을 기점으로 매년 꾸준히 매출 규모가 작아지고 있으며 지난해는 영업손실(-15억원)을 기록했다. 2017년부터 지난해까지 한 해를 제외하고 매년 배당을 실시하고 있지만 매크로 환경 개선 전망이 어두운 가운데 업황 부진이 겹치면서 현재로선 긍정적 전망을 내놓기 쉽지 않다는 지적이다.
세아홀딩스의 경우 2021년 말 PBR이 0.21배를 기록한 바 있지만 최근 5년 대체로 0.2배 미만에 머물렀다. 산하에 세아제강지주, 세아제강, 세아베스틸지주, 세아특수강 등 5개 상장사와 19개 비상장사를 거느리고 있는 세아홀딩스는 지난해 11월 2027년까지 ROE를 6% 이상 달성하고 주주환원 금액을 2026년 250억으로 확대함으로써 PBR을 0.5배 이상으로 달성한다는 내용의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선보였다. 세아홀딩스는 최근 주당 4000원씩 총 140억원을 배당(배당성향 42%)한 바 있다.
이 밖에도 △iM금융지주 △HDC △SNT홀딩스 △KISCO홀딩스 △CS홀딩스 등 여러 지주사가 PBR 0.3배 미만 수준을 못 벗어나고 있는 상황.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기업 오너를 비롯해 그 특수관계자가 지분 일부로 지주사 경영권을 확보한 뒤 그룹 전체에 영향력을 행사하곤 하는데, 향후 증여·상속세 부담 경감 등을 이유로 지주사 주가 관리에는 소극적인 경우가 많다"면서 "시장에 상장한 이상 일반주주 재산권을 고려한다는 차원에서라도 적극적으로 주주환원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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