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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상그룹과 에드워드 호퍼 [thebell note]

박규석 기자공개 2023-05-18 07:17:35

이 기사는 2023년 05월 17일 08:00 THE CFO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20세기 미국 사실주의 화가 '에드워드 호퍼'. 밤을 지새우는 사람들과 같은 대표작들은 주로 고독감과 공허함, 소외감 등이 묘사됐지만 그 이면에는 '꾸준함'으로 압축되는 그의 생애가 녹아있다.

호퍼는 중년에 접어들면서 작품성을 인정받은 화가다. 1913년 31살에 처음으로 그림 한 점을 판 후 마흔이 넘을 때까지 팔지 못했다. 그러다 1933년에 열린 첫 회고전에서 작가로서 주목을 받았다. 추상 미술이 주류였던 상황 속에서도 사실주의 작품을 이어간 꾸준함이 만든 결과였다.

꾸준함이 언제나 결실로 이어질까. 확답은 어렵다. 다만 목표 달성의 가능성을 높여 준다는 점은 명확하다. 이는 현재도 기업이나 개인에게 꾸준함이 강조되는 이유인 동시에 지금부터 풀어낼 대상그룹의 지주사 전환과 요건 충족이라는 과정에도 짙게 묻어있다.

대상그룹은 2005년 옛 대상으로부터 대상홀딩스가 인적 분할되며 지주사 체제를 갖췄다. 대상홀딩스는 그룹 비전과 전략 수립, 신사업 등을 추진했고 대상그룹은 46개 계열사를 둔 기업집단으로 성장했다. 이 과정에서 눈에 띄는 부분은 대상홀딩스가 공정거래법상 지주사의 요건을 충족시키기 위해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였다는 점이다.

2017년 7월 공정거래법 시행령 개정으로 지주사의 자산 요건은 1000억원에서 5000억원으로 상향됐다. 대상홀딩스는 법 개정 이전에 지주사로 전환된 만큼 2027년 6월까지 유예기간이 부여됐다. 공정거래법상 지주사 존속에 관한 선택권도 함께였다.

대상홀딩스는 존속을 택했다. 지주사 전환 후 꾸준히 자산을 늘려온 만큼 특별한 경영적 판단보다는 그간의 방침을 따랐다. 실제 2005년과 2006년에는 각각 900억원과 142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단행했다.

이후로는 투자자산을 늘렸고 2021년에는 지주사 전환 후 처음으로 1000억원 규모의 회사채를 발행하기도 했다. 관련 자금은 그룹의 신사업인 육가공 부문을 위해 크리스탈팜스와 혜성프로비젼 지분 인수에 사용됐다. 이를 통해 대상홀딩스는 2022년 말 기준 자산총계가 5041억원을 기록하며 모든 요건을 충족했다.

호퍼는 인생의 대부분을 외주 삽화를 그리며 보냈다. 생계 수단이었지만 자신의 화풍을 정립하는 초석이기도 했다. 대상홀딩스도 지주사 체계를 확립했다는 점에서는 유사하다. 다만 호퍼와 같은 결실을 맺었다고 보기는 이르다. 자격 요건 유지와 실질적인 지주사 역할 관리가 남아있다. 아직은 대상홀딩스에게 호퍼와 같은 꾸준함이 필요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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