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3년 11월 21일 07시53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키움증권이 지난 16일 정기 이사회를 열었다. 이에 앞서 황현순 대표이사가 영풍제지 미수금 사태와 관련해 이사회에 사의를 표명한 터라 미디어의 관심은 ‘누가 차기 대표이사가 되느냐’에 쏠렸다.이사회는 길어졌고 키움증권은 해질녘이 돼서야 입장을 내놨다. “이사회는 대표이사의 거취에 대한 결정을 보류하고 추후 재논의 하기로 했다”는 예상치 못한 결과를 밝혔다. 이사회에서 관련 안건을 논의하긴 했지만 결정하지 못했다는 설명이다.
이미 사의를 표명한 대표이사의 거취를 결정하지 못했다는 설명이 선뜻 이해가 가지 않았다. 대표이사가 사의를 표명하면 이르면 다음날 차기 대표이사 내정자를 발표하는 게 국내 사기업의 일반적인 의사결정 속도였다. 그게 아니더라도 다른 사내이사에게 대표이사 직무를 대행토록 하는 결정이 즉시 내려졌다.
유례없는 대표이사 해임 지연에 알려지지 않은 내막이 있을거라 생각하고 여기저기 전화를 걸었다. 뚜렷한 답이 나오진 않았지만 누군가가 수긍할 수 있는 한 마디를 해줬다. “여러 사람이 모여 중대사안을 논의하는데 매번 매끄럽게 답이 나온다면 그게 더 이상한 것 아니겠느냐”는 게 그의 말이었다.
생각해보면 그간 대표이사 거취 문제를 둔 국내 기업들의 빠른 의사결정 속도는 일반적인 이사회 절차로는 설명하기가 쉽지 않다. 사의 표명 이전에 이미 '사임'이란 명제가 결정돼 있지 않는다면 이튿날 차기 대표이사를 내정하는 건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지나치게 매끄러웠던 그간의 의사결정이 오히려 비정상이 아니었을까.
키움증권의 이사회가 최근 맞닥뜨린 상황을 감안하면 이사회의 ‘고심’은 더 이해할 만 하다. 2003년부터 이사회 의장을 맡아왔던 김익래 전 다우키움그룹 회장은 앞서 지난 6월 차액결제거래(CFD) 사태와 관련해 도의적 책임을 진다며 이사회 의장직을 내려놨다. 이후 사외이사인 이군희 서강대 교수가 이사회 의장직을 수행하고 있다.
황 대표는 이번 이사회에서 본인의 거취와 관련한 안건 논의에 참여하지 않았다. 이사회에서 황 대표의 거취에 대해 논의할 수 있었던 건 사내이사인 박연채 부사장과 5인의 사외이사였다. 최대주주와 대표이사가 없는 상황에서 개별 이사는 신중한 입장을 견지할 수밖에 없었다.
물론 키움증권 이사회의 '매끄럽지 않은' 결정이 이런 맥락에서 이뤄졌다고 단정할 근거는 없다. 일각에선 이번 대표이사 해임 지연 사태가 물밑에서 알력을 행사하는 최대주주의 ‘변덕’이 원인이 됐을 것이라고 여기기도 한다.
결국 유례없는 대표이사 해임 지연의 경위는 상황을 더 지켜봐야 알 수 있을 것 같다. 다만 지금 키움증권에게 필요한 게 '최대주주의 결심'이 아니라 '이사회의 고심’이란 점만큼은 확실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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