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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이 '알(리)'고 싶다]아직은 '찻잔 속의 태풍', 하이엔드 넘볼 땐 '위협'①지난해 법인 설립 후 1.5조 투자 계획 발표에 업계 긴장, 파급력은 '미미'

정유현 기자공개 2024-04-11 07:16:36

[편집자주]

알리익스프레스를 필두로 테무, 쉬인 등 중국의 E커머스 업체들이 한국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중국 내수 시장의 침체를 해소하고자 해외로 눈을 돌리는 과정에서 지리적 접근성이 뛰어나고 시장 성장세가 빠른 한국을 '테스트 베드로' 삼았다. 노하우를 쌓아 유럽 등 글로벌 지역으로 나아갈 밑그림을 그리는 것으로 풀이된다. 더벨은 국내 E커머스 업계에 긴장감을 주고 있는 C커머스 업체 중 대표격인 알리의 사업 현황과, 주요 이슈, 업계에 미칠 영향 등을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4년 04월 08일 16:0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알리익스프레스(이하 알리)를 필두로 중국 E커머스 업체(이하 C커머스)가 빠르게 한국 시장을 침투하며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C커머스 업체들은 중간 마진을 없애고 생산자와 소비자를 직접 연결하는 'C2M(Customer To Manufacture)' 사업 모델을 통해 '초저가'를 구현하며 빠른 속도로 국내 시장에서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국내 업체들은 C커머스의 행보를 예의 주시하고 있지만 태생적 한계에 따라 아직은 위협받을 수준은 아니라고 평가를 하고 있다. 문제는 자본력을 등에 업고 고급 인력 흡수, 쌓이는 데이터 활용을 통해 '하이엔드(High-end) 시장을 파고들 경우다. E커머스 발 '차이나 쇼크'의 현실화를 막기 위해 국내 업계도 대응책을 고민하고 있다.

◇2018년 한국 진출 후 지난해 법인 설립, 알리바바 1.5조 투자 발표 '긴장' 고조

알리바바그룹의 크로스보더 쇼핑 플랫폼인 '알리익스프레스'는 2018년 한국 시장에 진입했다. 티몰 인터내셔널, 티몰 인터내셔널, 알리바바닷컴 등의 플랫폼을 통해 국내에서 사업을 추진하고 있었지만 힘을 주지는 않았다. 변화가 감지된 것은 지난해 부터다. 8월 29일 '알리익스프레스코리아 유한회사'를 설립한 후 등기를 마치며 한국 공략을 위한 시동을 걸었다.

알리의 등기를 살펴보면 대표이사는 중국인 홍콩에 거주하는 휴이 왓신 신디(Hui Yat Sin Cindy)다. 싱가포르 국적의 팡츄안형(Pang Chuan Hung)과 중국인 지항루이(Zhang Rui)가 사내이사로 이름을 올리고 있다. 지난해 12월 사업 목적에 △화물자동차 운송주선사업을 추가했다.
알리익스프레스 유한회사 법인 등기 요약 (출처 :대법원 등기)
테무, 쉬인 등 타 C커머스 업체들과 비슷한 방식으로 한국에 법인을 세우고 영업에 나섰다. 이 중 가장 보폭이 큰 곳은 알리다. 타 C커머스의 경우 알리의 성장 방식을 답습하는 형태가 될 것으로 예상이 되기 때문에 국내 업체들도 알리의 적극적인 행보에 더 주목하고 있는 모습이다.

알리는 올해 들어 지난 2월 15일 자본금을 40억원으로 변경한 것을 시작으로 3월에 한국에서 첫 기자간담회를 개최했다. 고액 연봉을 내세우며 이커머스 분야의 인재 채용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뿐만 아니라 마케팅 비용을 대규모로 집행하고 있다. 배우 마동석을 모델로 기용하며 서울 시내의 지하철 광고판 뿐 아니라 간접광고(PPL) 등을 통해 소비자들을 끌어모으고 있다. 2월 기준 알리앱의 월간 활성 이용자수(MAU)는 800만명을 넘어섰다. 지난해 10월부터 한국 상품 채널인 '케이베뉴'(K-venue)를 만들어 입점·판매수수료를 면제해 판매자까지 늘었다.

이에 따라 일단 큰 틀에서는 알리가 '이용자 증가→판매자 확보→데이터 활용 비즈니스 전개'의 커머스 업계의 선순환 구조를 구축하고 있는 모습이다. 이용자들은 알리의 가품과 신뢰도 낮은 제품 판매에 대한 거부감보다 초저가 제품 소비의 재미를 추구하고 있는 초기 단계로 현재의 순환 구조가 자리 잡은 것은 아니다.

법인 설립 후 인재 흡수, 마케팅 집행 등에 나서는 것은 기존 한국에 진출한 타 산업의 중국 기업들과 비슷한 흐름이다. 한국 시장 초기에 자본 투자를 통해 노하우를 확보한 후 사업을 철수하고 중국으로 돌아가는 결말이다. 알리의 초기 움직임에 국내 커머스 업계도 크게 긴장하지 않았던 이유다.

하지만 지난 3월 산업통상자원부에 '알리바바의 향후 한국경제 기여 및 소비자 보호 방안' 이라는 제목으로 사업보고서까지 제출한 상태다. 이 보고서에는 약 1조5000억원 규모의 투자 계획이 포함되자 '알리의 또 다른 진심'이 무엇인지에 대한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기존과는 다른 양상으로 흘러가는 중국발 공습에 대비하기 위해 머리를 맞대고 있다.

◇이커머스 핵심 물류 투자 규모 경쟁력 확보 '물음표', 질적 성장은 '리스크'

국내 E커머스 업체들도 알리의 공습을 대하는 것에 대한 온도차가 분명하다. 특히 투자 계획을 발표하긴 했지만 구체적으로 실행되고 있는지 체감이 안되는 상황이다. 1조5000억원 규모의 투자 중 커머스 기업의 핵심인 물류 센터에 대한 투자는 2500억원 정도다. 약 18만㎡ 면적의 통합물류센터(풀필먼트·FC)를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물류센터의 규모를 쉽게 대·중·소로 구분한다면 중규모 센터 투자에 약 3000억원이 필요하다고 알려졌다. 금액으로 미뤄 봤을 때 알리가 중규모의 물류센터를 구축할 것으로 보이는데, 현재 수도권과 접근성이 좋은 부지에 매물이 없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알리가 연내 구축을 목표로 했기 때문에 금액을 분산해 소규모 형태의 물류센터를 여러개 세우는 방안이 거론된다. 이 경우 물류 분야에서 경쟁력을 크게 끌어올릴 수 없다고 보고 있다. E커머스 분야에서 적극적인 인재 채용이나 물류 투자 등은 사실상 쿠팡이 선두라는 평가다.

결론적으로 업계의 분위기를 종합하면, 알리 등 C커머스의 공습에 대한 팽팽한 긴장감은 유지되고 있지만 아직은 '찻잔 속의 태풍'에 불과하다는 평가다. 문제는 추가적인 자금 투자를 통해 고급 인력을 흡수하고 한국 커머스 업계의 노하우를 빠르게 배워 고부가가치를 창출하는 방향으로 성장했을 경우다.

전기차, 스마트폰 등 싼 맛에 찾던 '메이드 인 차이나' 제품이 기술력으로 무장해 '하이엔드' 시장까지 파고 드는 상황이 E커머스 업계에도 펼쳐질 수 있다는 위기감도 감돌고 있다.

E커머스 업계 관계자는 "최근국내 이커머스 업체들이 경영난을 겪으며 희망퇴직 등의 이슈가 있는데 이 인력들이 C커머스에 합류하고, 조직 안정화에 기여할 경우 리스크가 될 수 있다"며 "알리가 넘지 못하는 분야로 꼽히는 신선 식품 분야까지 공략에 성공할 경우 국내 E커머스 업계의 판을 뒤집는 위협이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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