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4년 05월 07일 07:0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물류센터는 한때 부동산 개발업계에서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통했다. 첫 삽만 뜨면 수익성이 담보돼 물류 로또라고도 불렸다. 토지계약금을 확보하면 착수가 가능해 난이도 역시 낮았다. 국내 이커머스사들의 성장에 힘입어 준공 즉시 임차인을 확보하고 통째로 물류센터를 매각했다는 성공 사례가 곳곳에서 들려왔다.불과 몇 년 전 이야기다. 지금은 공급이 단기간 급증한 여파로 공실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프로젝트파이낸싱(PF) 경색과 공사비 인상이 맞물려 기한이익상실(EOD) 요건이 발동했다는 얘기도 심심치 않게 들려온다. 물류센터 시장에 뒤늦게 뛰어든 후발주자 위주로 불확실성이 커지는 모습이다.
그런 물류센터 시장이지만 최근 들어 호재로 통하는 이름이 몇몇 거론된다. 바로 알리와 테무다. 중국 이커머스사들이 국내 영업소를 개소하자 물류센터 시장이 다시 활기를 띌 것이란 전망이 제기됐다. 이들이 직접 물류창고를 인수할 경우 시장을 흔드는 메기 역할을 하지 않겠냐는 말도 나왔다.
다만 기대와 달리 현재까지 중국 이커머스사들이 물류센터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다. 인천국제공항 인근에 단순 보관을 위한 물류센터 정도만을 계약했다. 알리의 모기업인 알리바바가 3년간 총 11억달러를 투자하겠다는 내용을 정부에 전달한 것에 비해 소극적인 행보다.
국내 택배사들과의 네트워크 덕분이라는 분석에 힘이 실린다. 알리는 현재 계열사인 차이니아오를 통해 CJ대한통운과 파트너십 계약을 체결한 상태다. 테무의 메인 배송은 한진이 맡고 있다. CJ대한통운과 한진의 유통망을 활용하는 구조인 만큼 지역 거점으로 활용할 대규모의 물류창고보다는 상대적으로 소규모인 보관시설정도만을 확보하면 된다.
향후 직접 물류센터를 지을 예정이라는 점도 한 몫 했다. 알리바바가 정부에 전달한 사업 계획서에는 약 2억달러를 들여 국내에 통합 물류센터를 신설하겠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이들도 향후 국내 시장의 전초기지로 활용할 통합 물류센터가 예정돼 있기에 중국과 인접한 인천·군산 위주로만 보관시설들을 알아보는 수준이다.
시장 참여자들도 예상보다 작았던 메기에 당혹감을 드러내고 있다. 그러면서도 여전히 중국발 수요에 대한 기대감을 감추지 않았다. 중국 이커머스사들의 물동량을 확보하는 차원에서 국내 3자물류(3PL)사들이 추가 임차할 가능성이 남아있다는 의견이다. 알리와 테무에 이어 진출 가능성이 거론되는 징동닷컴이 기회라는 목소리도 일부 존재했다.
결국 알리와 테무는 국내 물류시장의 현 상황을 방증하는 사례로 남았다. 수요 대비 과공급된 여파로 외부의 메기가 아니고서는 업황이 반등할 가능성이 낮다는 점을 스스로 드러냈기 때문이다. 알리와 테무가 소극적인 행보를 보인 이후 3년 뒤 정도면 사정이 나아지지 않겠느냐고 했던 취재원의 말이 기억에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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