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4년 05월 14일 11:2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2022년 파산으로 글로벌 가상자산 시장에 악영향을 끼쳤던 FTX가 회생 조짐을 보이고 있다. 미국 파산법원에 회생계획안과 승인 신청서를 제출하며 재기에 나섰다. 기존 보유 자산 매각을 통해 피해 보상 자금을 확보해뒀다. 계획안대로면 회생 실현 시 상당수 채권자들에게 빠른 시일 내 투자금을 돌려줄 수 있다.

특히 FTX 파산은 국내 가상자산 예치서비스 기업 하루인베스트먼트·델리오의 출금 중단 사태에도 영향을 미친 사안이어서 그 회생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FTX 채권자이자 하루인베스트먼트 자산을 맡았던 B&S 홀딩스가 자금을 돌려받을 길이 열린다. 이 경우 피해 보상이 이뤄질 수 있다. 방준호 대표 등 B&S 홀딩스 측도 상환 의지가 크다.

◇챕터11 이행 FTX, 회생계획안 제출…파산법원 승인 대기 중

가상자산 업계에 따르면 FTX는 7일(현지시각) 미국 델라웨어 파산법원에 회생계획 관련 승인 신청을 제출했다. 2022년 11월 ‘기업회생절차’와 유사한 챕터11을 신청한지 약 1년 반만이다. 이번 회생계획안은 FTX 최대 채권자인 블록파이도 일찌감치 합의한 사안으로 전해졌다.

제출된 회생계획안은 발효시 60일 안에 전체 98%에 달하는 채권자들에게 투자금을 돌려 준다. '편의(Convenience)' 등급을 받은 이들 채권자들은 채권 허용 금액의 118%를 수령하게 된다. 이외 다른 채권자들은 채권 허용 금액 100%에 투자 기간에 비례한 이율 더한 보상을 받는다. 이율은 최대 9%로 설정됐다.


당초 FTX 회생 가능성을 높게 보는 시선은 많지 않았다. 챕터 기업 회생 성공 확률은 10% 미만에 불과하다. 여기에 FTX 신고 당시 보고된 예상 최대 부채 규모만 66조원에 달했다. 사용자 포함 채권자수가 100만명을 넘겨 사태 해결이 쉽지 않으리란 우려가 팽배했다.

하지만 존 레이 CEO·구조조정담당임원(CRO)은 자산 매각을 통한 현금화에 성공했다. 채무자 자산을 포함해 총 20조원 내외에 이르는 금액을 마련했다. FTX는 파산 당시 비트코인·이더리움 보유량이 많지 않았기 때문에 가상자산 가치 폭등 수혜를 입진 못했다. 다만 과거 투자했던 기업 주식이 높은 밸류에이션을 최근 형성한 것이 피해 보상 자금 마련에 주효했다.

AI기업 앤트로픽이 대표적인 사례다. FTX는 2021년 앤트로픽에 6500억원을 투자해 현재 약 7.8% 수준 지분을 보유 중이다. 앤트로픽은 최근 AI 트렌드 부상으로 24조원 밸류 평가를 받는 유망기업으로 성장했다. FTX가 보유한 엔트로픽 지분가치는 현재 1조8000억원 가량으로 평가받고 있다.

FTX는 이외에도 현재 보유 중인 가상자산의 매각도 지속 추진 중이다. 매각이 일정시점까지 제한된 '락업' 물량을 할인해 경매에 부치는 방식으로 자금을 확보하고 있다. FTX의 보유 솔라나(SOL) 코인의 경우 올해에만 세 차례 경매를 진행했다. 최대 4년까지 락업된 물량을 60% 이상 할인해 내놨다.

◇방준호 B&S홀딩스 대표 측, “KYC 등 위해 법원 협조 필요”

FTX 회생계획 제출은 국내 투자자 사이에서도 관심이 높다. 하루인베스트먼트·델리오 사태의 핵심이자 시발점인 가상자산 운용사 B&S홀딩스 측에서 FTX 채권 2200억원 상당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B&S홀딩스는 수학 모델 등을 활용해 투자하는 퀀트 트레이딩 기업이다. 하루인베스트먼트 등의 자산을 맡아 운용해왔다. 하루인베스트먼트, 델리오는 가장자산 예치 서비스 운용사다. 이용자로부터 비트코인 등 가상자산을 위탁받고 이를 예치운용해 연이율 등으로 일정 수익을 돌려주는 사업을 운영했다.

하루인베스트먼트·델리오 사태는 B&S홀딩스가 FTX 파산으로 자금이 묶이면서 발생했다. 하루인베스트먼트 등에 자금을 돌려주지 못하자 델리오로도 피해가 확산됐다. 하루인베스트먼트·델리오는 지난해 6월 출금을 중단한 바 있다.

B&S 홀딩스 측이 FTX의 회생에 따라 자산을 돌려받는다면 하루인베스트먼트·델리오 피해자들 역시 묶였던 자금을 회수할 수 있는 가능성이 높아진다. 현재 방준호 B&S 홀딩스 대표가 구속된 상황인 만큼 변제를 위한 협상이 쉽지는 않을 전망이지만 방 대표 측의 상환 의지는 높은 상태로 전해진다.

방 대표 측 관계자는 “보유한 FTX 채권 활용에 대한 의사결정이나 계획은 방 대표 본인이 전적으로 하게 될 것 같다”며 “다만 방 대표 스스로는 우선 (자금이) 들어오는 대로 다 상환할 수 있도록 노력은 할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다만 고객확인(KYC) 등 때문에 법원 협조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며 “현재 방 대표가 구속 중이라 관련 서류 제출이 원활할지 알 수 없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