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3년 07월 03일 07시27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2019년, 가상자산 업계는 하락장을 간신히 버티고 있었다. 이때 코인을 맡기면 원금 손실 없이 연 10% 넘는 이자를 돌려준다는 '코인 예치 서비스'가 등장했다. 지쳐 있던 투자자들의 구미를 당겼고 단기간에 성장했다.당시 관련 서비스를 제공하는 곳을 여럿 만나 이야기를 들었다. 이 중 유독 한 곳의 반응이 매우 예민했다. 바로 하루인베스트다. 모회사인 블록크래프터스가 하루인베스트 사업을 진두지휘하던 시기다.
지금은 하루인베스트 대표인 이형수 당시 블록크래프터스 '크립토 파이낸스 헤드'를 만났다. 그와 하루인베 관계자들은 "우리는 타사 서비스와 다르게 안전하다. 불안하게 영업하는 타사와 엮이고 싶지 않다"고 강하게 어필했다.
이후 하루인베의 운영은 꽤나 순탄했고 성공적으로 보였다. 고객 예치금도 많이 쌓였다. 지난해 6월 루나 사태로 가상자산 운용사들이 큰 손실을 봤을 때도 하루인베 측은 "우리는 그런 고위험 투자는 하지 않는다"며 안전함을 강조했었다.
그러나 올해 6월 하루인베는 공지 한통과 함께 서비스를 돌연 중단했다. 몇 시간 만에 사무실을 정리하고 전사 재택근무를 시작했고 일주일 뒤 모든 직원을 해고했다.
이 대표를 비롯한 하루인베스트, 모회사 블록크래프터스 경영진은 연락이 두절된 채 두문분출이다. 투자자들의 돈은 출금이 막힌채로 아직 하루인베에 묶여 있다.
하루인베는 왜 잠적했을까. 트레이딩 파트너사의 막대한 손실 때문이다. 하루인베는 가상자산 퀀트 트레이딩 업체에 수천억원 상당의 예치금 재운용을 맡겼다. 이 업체는 지난해 말 FTX 파산 때 자금줄이 묶였고 돌려줄 돈이 없다는 것을 이제서야 공개했다.
"아비트라지와 같은 안전한 방식으로 원금손실을 최소화해 투자한다"던 주장과 실상은 달랐다. 하루인베 서비스 중단은 가상자산 업계 전역으로 퍼지고 있다. 하루인베에 재운용을 맡긴 동종 기업도 여럿이다.
예치 서비스는 가상자산이라는 도구를 활용해 겉으로는 혁신 서비스인 것처럼 홍보했지만 정작 그 속에는 혁신이 없었다. 중앙주체에 돈을 맡기고 운용을 통한 이자를 지급받는, 은행과 다를 바 없는 구조다. 과정에서 블록체인이 사용되는 일도 거의 없다.
이번 일로 가상자산 업계 신뢰도는 큰 타격을 입었다. 2017년 비트코인 붐 이후 발전을 거듭해 온 블록체인과 가상자산 산업이지만 '결국 사기고 신기루였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중앙관리 시스템의 단점을 보완하기 위한 '탈중앙금융(Defi)', 참여자에게 플랫폼 수익을 공유하는 '웹3' 등 가상자산과 블록체인을 활용한 여러 서비스는 개선을 거듭하고 있다. 혁신 없는 혁신 서비스의 실패라는 단면에 가려져 진짜 혁신이 빛을 보지 못하는 상황으로 이어지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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