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bell

피플&오피니언

[thebell desk]제약바이오 임상실패의 교훈

최은진 제약바이오부장공개 2024-05-27 08:11:05

이 기사는 2024년 05월 24일 07:2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임상시험 약물이 의약품으로 최종 허가받을 확률은 통계적으로 약 10% 수준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임상 공시를 보면 가장 먼저 나오는 문구다. 투자자가 보고 있는 해당 임상건이 상업화까지 될거라는 기대는 하지 말라는 일종의 경고문이다.

맞다. 공시대로 90%, 아니 그 이상의 임상이 실패한다. '하늘의 별따기'는 타깃하는 별이 있고 우주선이라는 방법론이라도 있지만 신약 상업화는 가는 길도, 방법도 알 수가 없다. 하늘의 별따기보다 더 어려운 그것이 바로 신약이다.

그래서 신약을 주업으로 하는 바이오업계에는 사기도 많고 반대로 억울함도 많다. 쉽게 꿈을 얘기하고 그 꿈으로 돈을 모은다. 진심으로 신약에 매진하는 이들은 꿈을 사고 파는 이들 때문에 도매급으로 넘어가기도 한다.

도대체 뭐가 진실일까, 신약의 가능성이 있기나 한걸까 회의감이 드는 것도 당연하다. 혹한기 바이오 업계 현실이 쉽사리 풀리지 않는 배경이다.

최근 잇단 임상 실패 뉴스 탓에 업계는 또 살얼음판이다. HLB의 리보세라닙 병용임상이 상업화 문턱까지 갔다가 어그러졌고 부광약품의 10년 투자 콘테라파마 임상 역시 2상에서 유효성 입증을 못했다. 큐라클은 주력 파이프라인의 기술반환을 받아들여야 했다.

하지만 우리가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 그럼에도 신약은 희망, 꿈, 가능성을 너머 당위성이 있다는 사실을. 단순히 국가 주력 산업이기 때문만은 아니다. 불로장생이라는 사치스러운 꿈은 논외로 두더라도 건강하게 사는 삶, 인간으로서 최소한의 생활은 해나갈 수 있는 권리, 더 나아가 인류의 진화 이 당연한 진리를 위해서라도 신약개발은 멈춰서는 안된다.

그래서 임상 실패가 업계에 그리고 투자자들에 주는 파급과 후유증이 크다고 할지라도 그것을 본질로 받아들이지 말아야 한다. 원래 임상은 실패할 확률이 더 크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야 하는 일이라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다행스럽게도 전남의 작은 바이오텍 박셀바이오가 NK세포치료제로 2상에서 의미있는 데이터를 증명했고 한독의 5년 투자 레졸루트가 당뇨병성 황반부종 타깃 임상 2상에서 효과와 안전성을 확인한 데이터를 공개했다. 물론 이 역시 상업화까지 논할 단계는 아니지만 목적지까지 가는 길목의 긍정적인 시그널이라는 점에서 안도할 일이다.

절대 다수가 실패하는 시장에서 정말 될만한 단 하나를 집어내는 일은 도박과도 같다. 실패하지 않을 바이오텍을 찾겠다는 건 목표이기 보다 욕망일지도 모른다. 실패가 모여 이론이 되고 이론이 모여 원칙이 되며 원칙이 모여 진실이 되는 과정을 고려하면 실패 그 자체보다는 교훈 그리고 그 다음을 응원해줄 필요가 있다. 그리고 후속 전략을 보여줄 수 있는 바이오텍으로 옥석을 가려야 한다.

HLB그룹의 임상 결과 충격이 전체 바이오 업계로 퍼져나가지 않았다는 건 그만큼 우리 시장이 성숙해졌다는 증거라고 말한 한 바이오 투자사 대표의 말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실패보다 더 중요한 건 상흔을 어떻게 극복하고 무엇으로 다시 도전에 나설 지 그 다음을 보여주는 일이다. 실패보다 더 중요한 건 '교훈'이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주)더벨 주소서울시 종로구 청계천로 41 영풍빌딩 5층, 6층대표/발행인성화용 편집인이진우 등록번호서울아00483
등록년월일2007.12.27 / 제호 : 더벨(thebell) 발행년월일2007.12.30청소년보호관리책임자김용관
문의TEL : 02-724-4100 / FAX : 02-724-4109서비스 문의 및 PC 초기화TEL : 02-724-4102기술 및 장애문의TEL : 02-724-4159

더벨의 모든 기사(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으며, 무단 전재 및 복사와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

copyright ⓒ thebell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