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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뛰는 통신소부장 기업들]'SKT 벤처 태생' 에치에프알, 국내 유일 '유·무선 엔진' 장착①2000년 설립부터 해외 공략 '다른 길'…6년 전 상장 성공 '쾌속질주'

최현서 기자공개 2024-07-17 07:29:28

[편집자주]

통신사와 소부장기업은 실과 바늘 같은 존재다. 매년 조단위 CAPEX 투자를 집행하는 통신 업계에서 소재, 부품, 장비를 제공하는 협력사들의 역할도 막중하다. 상용화 5년이 지난 5G는 이제 성숙기에 접어들었다. 통신사들은 다가올 6G 시대 구축을 준비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소부장 기업들이 얻을 낙수효과도 분명 존재할 것으로 관측된다. 여기에 더해 통신사들이 IT 분야로 미래 먹거리를 찾아 나서면서 소부장기업들도 발맞춰 신사업을 발굴하고 있다. 주요 통신 소부장 기업들의 사업 현황과 재도약을 위해 밑그림을 그리고 있는 신사업 면면을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4년 07월 11일 16:2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에치에프알(HFR)는 정종민 대표가 SKT의 벤처 창업 프로그램을 통해 2000년 1월 설립한 회사다. 당시 많은 통신 소부장 기업의 창업 계기가 그렇듯 정 대표도 통신 장비 국산화에 대한 필요성을 느끼고 사업을 시작했다.

HFR 설립 계기는 평범했지만 사업 목표는 특별했다. 사업 초부터 해외 시장 진출을 노렸다. 국내 통신 장비 시장에서의 생존을 목표로 했던 여타 기업과는 달랐다. HFR은 일찌감치 매출의 일정 부분을 해외 매출로 채웠다.

처음 코스닥 문을 두드린 건 2008년이었는데 상장에 실패했다. '무선 통신 장비사'였던 HFR의 사업 확장 한계성에 대한 우려 때문이다. 절치부심한 끝에 유선 통신 장비사 인수·합병(M&A)으로 국내 유일의 유·무선통신장비사로 거듭났다. 덕분에 2018년 11월 코스닥 문턱을 넘으며 한을 풀었다.

◇설립 처음부터 세계 시장으로 향한 눈

정 대표는 한국과학기술원(KAIST) 전기전자공학 박사 학위를 받고 SKT에서 선임연구원으로 재직했다. SKT에서 광 마이크로셀 시스템을 연구하고 이를 상용화하는 일을 했다.

1990년대 말 무렵 통신 소부장 기업의 창업자 대부분이 그렇듯 정 대표 역시 통신업계 현장에서 장비의 국산화 필요성을 느끼고 회사를 세우기로 했다. 정 대표와 뜻이 맞았던 손용숙 전 HFR 부사장이 2000년 1월 SKT의 사내 벤처 창업 프로그램을 통해 회사를 세웠다. 손 전 부사장 역시 정 대표와 함께 1995년부터 SKT에서 연구원 생활을 했던 인물이다.

미래가 밝았던 당시 통신업계를 보고 세워진 소부장 기업들은 초창기에 변변치 않은 실적을 올리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HFR은 달랐다. 사업 초부터 흑자를 기록했다. 창업 첫 해인 2000년부터 2009년까지 연 평균 성장률은 50% 이상이었다. 해당 기간 동안 적자를 기록하지도 않았다.

HFR이 초창기부터 잘 나갔던 이유는 정 대표의 '큰 그림' 덕분이다. 정 대표의 사업 목표는 통신 장비 국산화에 그치지 않았다. HFR은 국내에서의 기반을 다지기도 전에 사업 첫 해인 2000년부터 해외 시장 문을 두드렸다. 내수 시장에서의 생존을 목표로 삼았던 다른 통신 소부장 기업들과 명확한 차이점이었다.

코드분할 다중접속(CDMA) 시대가 태동하던 흐름을 잘 탔다. HFR의 주무기는 이동통신에 필요한 광 중계전송 시스템이었다. 2001년 HFR은 우즈베키스탄에 GSM 중계기를 수출했다. 이듬해에는 차이나유니콤에 변파중계기, CDMA 광 중계기 등을 공급했다.

2000년대 초반 HFR의 해외 매출 비중은 꾸준히 10~20%대를 유지했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했던 2008년 이후로 해외 매출 비율을 늘리기 시작한 많은 통신 소부장 기업들보다 앞섰다.

특히 2022년 한 해에만 후지쯔와의 계약을 4건 성공시켰다. 그 해 해외 매출은 국내 매출의 2배 이상을 기록할 정도였다. 지난해에는 5G의 성숙기로 인한 통신사들의 투자 감소 영향을 받았지만 수출 비중 30%대는 지켰다.

◇2008년 상장 무산…유선 사업 강화 계기

해외뿐만 아니라 국내에서의 영향력도 키웠다. SKT의 품에서 시작한 HFR은 설립 약 2년만인 2001년 12월 SKT의 IMT-2000 컨소시엄에 전략적 파트너로 참여했다. IMT-2000은 국가별로 달랐던 이동전화 시스템의 규격을 통일하는 서비스다. 단말기 뿐만 아니라 통신 기지국의 주파수도 통일해야 하기 때문에 통신 소부장 기업도 참여해야 했다.

이후 HFR은 KT의 와이브로 컨소시엄에 참여하고 세계 최초로 광선로 공유 모듈을 만드는 등 '무선 통신 장비사'로서의 위상을 높여가고 있었다. 꾸준한 흑자 흐름을 탔던 HFR은 2008년 코스닥 시장 상장을 노렸다.

하지만 그 해 코스닥 상장에 실패하며 쓴 맛을 봤다. 무선에만 사업을 집중하다보니 사업 확장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 때문이었다. 2008년 하반기부터 벌어진 서브프라임 모기지론 사태로 촉발된 고객사의 보릿고개도 통신 장비사 실적에 악영향을 끼쳤다.

HFR은 2010년 M&A를 통해 유선 통신 사업에 진출했다. HFR은 그 해 5월 스위칭 장비를 생산했던 지피시스(ZPSYS)를 인수했다. 스위칭 장비는 LAN 내에 쓰이는 통신 장비로, 데이터 패킷을 망 내에서 알맞는 목적지로 전달하는 네트워크 스위치 등으로 이뤄져 있다. 이를 계기로 HFR은 SK브로드밴드의 기가비트-수동형 광네트워크(G-PON) 공급 업체로 선정됐다.

지피시스 인수 당시 정 대표는 "급변하는 통신 환경 속에서 단일 사업 분야로는 기업의 건전성을 유지하기 힘들어졌다"며 "기존 사업을 보완하거나 시너지를 만들어갈 수 있는 사업 분야로 영역을 확장하기 위해 M&A를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M&A를 통해 HFR은 국내 유일 유무선통신사업자라는 타이틀도 같이 얻었다. 유선 통신업은 HFR의 새 동력이 됐다. 유선망의 대용량·초고속 데이터 전송을 담당하는 OLT·ONU·ONT 장비로 매출을 다변화했다. 2013년 대만(청화텔레콤), 말레이시아(텔레콤 말레이시아) 등의 새 시장도 확보했다. 그렇게 HFR은 2018년 스팩 합병 방식으로 코스닥 시장 상장 재수에 성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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