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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이노-E&S 합병 '승부수']SK온에 붙는 계열사 '트레이딩인터내셔널·엔텀'인 이유지분율·수익기반·차입규모 다각도로 고려

김위수 기자공개 2024-07-18 08:15:18

이 기사는 2024년 07월 17일 18:0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시장에서는 SK이노베이션의 사업재편을 'SK온 살리기'로 해석한다. 3년간 자본적지출(CAPEX)로만 20조원을 쏟아 부은 배터리 자회사를 정상화하기 위한 마지막 자구책이다. SK E&S와의 합병은 SK온에 대한 지원 여력을 확충하는 간접적인 방식에 가깝다.

보다 직접적인 지원도 있다. SK이노베이션의 우량 자회사를 SK온에 붙이는 일이다. 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SK온의 수익구조를 개선하고 재무구조 및 투자여력을 제고하는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SK온에 합병시킬 자회사를 고심해서 골랐다. SK트레이딩인터내셔널과 SK엔텀이 그 주인공이다. SK온의 사업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①지분율 ②사업의 안정성 ③차입금 규모 등의 조건을 고려한 결과로 보인다.

①지분율: SK이노베이션 100% 자회사

당초 SK이노베이션이 고려했던 선택지는 SK엔무브를 SK온에 합병시키는 방안이었다. 윤활유를 생산하는 자회사인 SK엔무브는 부채비율 214%, 차입금의존도 31.9%로 재무부담이 적지는 않다. 하지만 2021~2022년 2년 연속으로 1조원이 넘는 상각전영업이익(EBITDA)을 냈을 정도로 현금창출력이 뛰어난 계열사다.

최종적으로 SK엔무브가 SK온의 합병 대상이 되지 않은 이유는 지분구조 때문이다. SK엔무브는 SK이노베이션이 60%, IMM크레딧앤솔루션(ISC)이 특수목적회사(SPC) 에코솔루션홀딩스를 통해 40%의 지분을 보유 중이다. SK이노베이션이 SK엔무브와 SK온의 합병을 추진했지만 ISC 측에서 강하게 반발한 것으로 전해진다.

SK엔무브는 지난해에만 해도 당기순이익의 97.8%를 배당에 투입했다. 양사가 합쳐질 경우 SK엔무브의 수익이 SK온 배터리 사업 지원에 활용되며 배당금이 축소될 가능성이 크다. ISC 입장에서는 SK엔무브와 SK온의 합병을 찬성할 유인이 없다.

이처럼 다른 주주가 있을 경우 SK이노베이션이 원하는 결론을 이끌어내기는 어렵다. 지금처럼 SK온이 어려운 상황일 때는 더 그렇다. SK이노베이션이 원하는 그림을 완성하기 위해서는 지분 100%를 보유한 자회사를 활용하는 수밖에는 없다. SK온과 합병하기로 결정된 SK트레이딩인터내셔널·SK엔텀은 모두 SK이노베이션의 100% 자회사다.

②사업의 안정성: 정유업 기반 사업구조

수년간 늦춰지고 있는 SK온의 흑자달성 시기를 앞당기기 위해서는 당장 수익을 내는 계열사를 붙일 필요가 있다. 또 전기차 시장의 불확실성을 고려하면 SK온의 실적이 언제쯤 상승세로 접어들지 장담하기 어렵다. SK온은 아주 늦어도 2028년까지는 기업공개(IPO)에 나서야 하는 입장인데, 시장에서 원하는 가치로 평가받기 위해서는 실적이 받쳐줘야 한다. 안정적으로 수익을 낼 수 있는 계열사가 SK온의 합병 대상으로 지목된 이유다.


때문에 SK트레이딩인터내셔널은 사업적 시너지에 대한 의문에도 불구하고 최적의 대안이 될 수밖에 없다. SK트레이딩인터내셔널은 SK이노베이션의 정유 자회사인 SK에너지, SK인천석유화학의 석유제품 수출 및 원유 수입을 담당하는 계열사다. SK지오센트릭에 석유화학 사업의 원료인 나프타도 공급한다. 지난해 EBITDA는 5746억원이었다.

SK그룹이 정유 및 석유화학 사업을 지속하는 한 이익이 날 것으로 관측된다. 실제 특수관계자들로부터 발생하는 매출이 지난해 기준 22조6020억원으로 전체 매출인 48조9630억원의 46%에 달했다.

SK엔텀 역시 비슷하다. 올초 SK에너지로부터 인적분할돼 출범한 SK엔텀은 탱크터미널 사업을 하는 계열사다. SK그룹의 정유 설비가 및집된 울산컴플렉스(CLX)에서 원유와 석유·화학제품을 저장하는 탱크터미널 사업 맡고 있다. SK에너지 등과의 거래관계를 바탕으로 안정적인 현금흐름을 창출할 것으로 예상된다. 설립된 지 얼마 되지 않아 구체적인 실적은 알려진 바 없다.

SK이노베이션은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트레이딩 사업과 탱크 터미널 사업에서 나오는 5000억원 규모의 추가 EBITDA를 기반으로 수익 구조를 개선할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③차입금 규모: 사실상 '0'

SK트레이딩인터내셔널과 SK엔텀은 사실상 차입금이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업종 특성상 부채비율이 427.7%로 높은 편이나 차입금의존도는 0.9%에 불과하다. 지난해 말 기준 총차입금이 548억원으로 나타났다. 그나마도 현금보유량이 많아 순차입금은 마이너스(-) 8296억원이다.

EBITDA 대비 총차입금이 0.1배에 불과했으며 EBITDA 이자보상배율(총금융비용/EBITDA)은 264배에 달했다. 이자보상배율은 높을수록 기업의 이자부담능력이 양호하다고 해석된다.

SK엔텀 역시 견조한 재무구조를 갖추고 독립했다. 지난해 2분기 말 재무제표 기준 SK에너지에 배정된 자산 9488억원은 SK에너지의 자산총계(17조999억원) 중 5.5%로 나타났다. 단 부채의 경우 1%도 가져가지 않았다. SK에너지의 부채총계 12조 중 0.7%인 881억원만이 SK엔텀의 몫이였다. 특히 SK에너지의 차입금 및 사채는 SK엔텀에 전혀 승계되지 않았다.

차입부담이 큰 기업의 경우 합병시 오히려 SK온에 부담이 될 수 있다. SK온 자체로도 이미 차입금 압박이 크다. SK온의 총차입금은 올 1분기 기준 19조원에 달했다. 올 1분기에만 벌써 1805억원의 금융비용이 발생했다. 지난해의 경우 금융비용으로 지출한 금액이 4982억원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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