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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익률 너머의 연금시장 [thebell note]

이돈섭 기자공개 2024-07-24 07:45:34

이 기사는 2024년 07월 19일 07:1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퇴직연금 시장의 화두는 단연 '수익률'이다. 업권을 불문하고 각 사업자는 자기들 성과를 홍보하는 데 여념이 없다. 각 지점 연금 담당 직원들 대상으로 운용 경쟁 이벤트를 개최하는가 하면 투자 독려를 위해 시황 자료와 상품 추천 등 다양한 자료를 제공키도 한다.

퇴직연금을 국민연금에 통합해 운용해야 한다는 주장 역시 수익률을 높이기 위한 방안으로 자주 거론된다. 확정급여형(DB)과 확정기여형(DC), 개인형 퇴직연금(IRP) 등 제도별 원리금보장형 선호가 여전해 은행 예·적금 수준 이상 성과를 거두기 어렵기 때문에 국민연금에 합쳐 한꺼번에 굴리는 게 낫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DB형 운용을 수익률 제고 차원에서 접근하는 것이 정답일지는 곰곰이 따져볼 일이다. DB형 운용주체는 기업이다. 기업은 근로자 평균 근속연수와 임금 상승률 등 다양한 요소를 감안해 미래에 지급할 재원을 부채로 관리한다. 근로자에 지급할 연금재원은 '지금' 이미 정해져 있다. 퇴직자가 생기면 임금수준과 근속연수 등을 감안해 기계적으로 지급한다. 적립금을 아무리 잘 운용해도 근로자 입장에선 득 될 게 없다는 뜻이다.

그렇다고 DB형 적립금 운용이 중요하지 않다는 말은 아니다. DB형 적립금 운용성과가 좋으면 좋을수록 부채가 작아져 재무 상태가 개선된다. 적립금을 충분히 쌓지 못한 기업의 경우 당장의 적립 부담이 운용 성과만큼 줄어들 수 있다. 실제 국내 모 기업은 DB형 적립금을 채권에 투입해 소기의 성과를 달성, 배당 재원을 더 확보할 수 있었다.

다양한 비재무 요소도 운용 행태를 좌우한다. 강력한 기수 문화를 고수하는 모 기업의 경우 근로자 형평성을 고려해 DB형만을 채택하고 있다. DC형을 도입해 개인 운용 성과가 제각각일 경우 기수 내 분란이 일어날 가능성을 우려했기 때문이다. 이 기업의 목표는 적립금 부채 규모를 꾸준히 유지하는 것. 수익률을 강조한들 큰 의미가 없다.

결국 기업 입장에선 운용 수익률 만큼이나 그 이면에 존재하는 리스크를 철저히 관리해야 하는 셈이다. 그러나 대다수 기업은 투자 리스크를 관리할 만한 전문 인력을 사내에 보유하지 못하고 있고 자의반 타의반 원리금보장형 위주의 적립금 운용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 정확한 진단이라는 게 퇴직연금 시장 관계자들 공통된 설명이다.

다행히 시장에선 변화의 움직임이 조금씩 일고 있다. 기업이 필요로 하는 성과를 시장 변화에 상관없이 꾸준히 선보이기 위해 자산배분 역량을 활용한 운용 서비스가 퍼지고 있고 컨설턴트를 현장 곳곳에 배치해 개별 기업 수요에 적극 대응하고 있다. 수익률 개선 움직임 뿐 아니라 이런 시도들이 많아지면 시장도 한층 업그레이드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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