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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bell desk]정부는 '한국형 IB'를 잊었나

이승우 자본시장부 부장공개 2024-07-25 07:05:11

이 기사는 2024년 07월 24일 07:2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자기자본 22조1000억원이 54조8000억원으로, 총자산 141조원이 455조원으로. 10년 사이 국내 9대 증권사(종합금융투자사업자: 이하 종투사)의 드라마틱한 성장 스토리다.

2013년 정부가 내놓은 한국형IB, 즉 종투사 제도의 성적표이기도 하다. 종투사 제도는 국내 증권사를 글로벌 IB로 육성하겠다며 정부가 야심차게 내놓은 카드다.

2016년에도 잊지 않았다. 글로벌 IB들의 사업구조를 벤치마크하라며 발행어음 업무를 중심으로 지원대책을 더 내놓았다. 그러자 너도 나도 자본을 늘렸다.

1조원 이상 벌어들이는 증권사가 여럿 나올 정도가 됐으니 어느 정도 성공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반대로 덩치만 커졌지 질적 성장은 여전히 부족하다는 지적도 많다. 천수답 비즈니스라 여겨지는 위탁매매 비중이 전체 영업수익의 40% 정도로 여전히 높다. 자기매매 수익 비중도 30%대다. 글로벌 IB들의 그 비중이 줄어드는 것과 반대다.

그나마 주식자본시장(ECM)과 부채자본시장(DCM), 기업인수합병(M&A) 자문 등 정통 IB 비즈니스 그리고 자산관리 부문의 수익기여도를 높이려는 시도는 높이 살 만하다.

그 중 DCM 부문 성장은 두드러진다. 단순히 회사채 발행을 도와주는 것에 그치지 않고 기업의 자금조달 전반을 코치해주는 커버리지 비즈니스가 자리를 잡았다. 과거 글로벌 IB들이 하던 온갖 금융기법을 도입해 국내 기업들의 카운터파트로 부족함이 없어졌다.

하지만 아웃바운드 딜, 즉 국내 기업이 해외에 나가기만 하면 국내 IB들은 작아진다. 해외채권 발행과 관련된 비즈니스는 여전히 존재감이 없다. 민간기업은 물론이고 정부, 그 산하 공기업들도 국내 IB를 외면한다.

그래서 10년 전, 정부가 글로벌 IB로 만들겠다며 외평채와 공기업 해외채권 발행시 국내 증권사를 의무적으로 데리고 나갔다. 그 역할이 미미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동행했다.

이해 관계자들의 불만도 있었다. 프리라이더(free rider)라는 표현으로 글로벌 IB들은 국내 증권사를 무시했다. 신디케이트도 없고 세일즈도 없으니 실무적으로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관전자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었다.

물론 성과는 있었다. KB증권은 코리안 페이퍼 리그테이블 20위에 들 정도가 됐다. KDB산업은행은 해외 현지기업의 채권 발행을 주선했다. 과거에는 상상도 할 수 없을 정도다. 서당개 10년 정도 하다보니 몇 글자는 읊는다.

하나 더, 국내 IB들이 글로벌 IB들간 담함을 견제하는 기능도 있었다. 국내 이슈어들 특히 공기업들은 글로벌 금융시장의 빠른 흐름 그리고 금융기법을 캐치하기 힘들다. 그나마 옆에서 국내 IB들이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비용절감을 할 수 있었다.

"SSA, 스왑 스프레드, 뉴이슈어 프리미엄 등 일반 재무 전문가들조차 이해하기 힘든 글로벌 금융거래들이 많은데 국내 증권사들이 옆에서 지켜보고 있다는 것만으로 글로벌 IB들의 치팅(cheating)을 견제할 수 있습니다. 이는 결국 국가적인 비용 손실을 줄일 수 있는 일입니다." 전직 외국계 글로벌 DCM의 고백이다.

하지만 정부 담당자가 바뀌면서 정부의 배려와 방향성은 희미해졌다. '그래! 해외채권 시장은 글로벌 IB들의 판이지'라고 그냥 넘겨 버리기엔 미미하지만 그동안의 성과가 아깝다. 창피하고 씁쓸하기는 하지만 여전히 국내 증권사에 대한 정부의 배려가 필요해 보인다. 한국형 IB를 포기한 게 아니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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