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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X세미콘은 지금] 구본준 숙원 반도체, 산적한 미완의 과제①LX인터내셔널과 핵심 계열사 부상, 작년부터 분위기 침체

김도현 기자공개 2024-07-26 10:40:33

[편집자주]

LG그룹에서 LX그룹으로 편입된 지 3년. 이 기간 LX세미콘은 여러 변화를 겪었다. 코로나19 국면 전후 경영환경, 코스닥에서 코스피로 이전 상장, 7년 만에 수장 교체 등이다. 2022년 처음으로 '2조 클럽'에 가입하는 등 성과도 냈지만 매출처 다변화를 이뤄내지 못한 탓에 위기를 맞이한 상태다. 이 과정에서 신성장동력 발굴도 여의치 않았다. 난국을 거쳐온 LX세미콘의 현실은 어떤지, 또 앞으로 나아갈 길은 어디인지 조명해본다.

이 기사는 2024년 07월 23일 09:2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LX그룹을 이끄는 구본준 회장에 반도체란 '못다 이룬 꿈'으로 여겨진다. 1990년대 말 LG반도체(현 SK하이닉스) 대표를 맡아 반도체 사업 육성에 나섰지만 당시 정부 주도 빅딜이 체결되면서 무산된 바 있다.

LX세미콘은 구 회장의 두 번째 반도체 도전이다. LG그룹으로부터 독립하면서 유일한 반도체 계열사인 LX세미콘을 콕 집었을 만큼 애착이 강하기도 하다. 그의 애정은 그룹 내 역할과 비례한다. LX인터내셔널과 핵심으로 꼽히는 LX세미콘이다.

다만 LX세미콘은 기로에 서 있다. 특정 제품 및 고객 의존도가 높다는 부분이 발목을 잡고 있다. 과거부터 지금까지 해결하지 못한 숙제다. 이를 풀어내지 못하면 구 회장에 반도체는 재차 아픔으로 남을 수밖에 없다.

◇23년 만에 실리콘웍스에서 LX세미콘으로

LX세미콘 전신은 1999년 설립된 실리콘웍스다. 실리콘웍스는 반도체 설계(팹리스) 업체로 디스플레이 구동칩(DDI)을 비롯해 타이밍컨트롤러(T-con), 전력관리칩(PMIC) 등을 다룬다.

실리콘웍스가 LG그룹과 연을 맺은 건 2005년 전후다. 당시 LG필립스LCD(현 LG디스플레이) 대리점 사업을 하던 코멧그룹이 코멧네트워크를 설립했고 실리콘웍스를 품었다.

LG전자의 경우 실리콘웍스 지분 약 12%를 보유 중이었으나 전량 매각한 바 있다. 이 과정에서 LG디스플레이도 실리콘웍스 지분을 사들이기도 팔기도 했다. 돌고 돌아 2014년 LG가 코멧네트워크의 지분을 매입하면서 실리콘웍스는 LG 계열사로 거듭났다.

구본준 LX그룹 회장(왼쪽)과 LX세미콘 대전캠퍼스 전경
이후 실리콘웍스는 LG가 대주주인 루셈 시스템반도체 부문 영업권, LG전자의 디스플레이 칩 자산 및 인력을 확보하면서 몸집을 키웠다. 2016년에는 17년간 경영을 이어온 한대근 대표가 물러나고 LG전자 출신 손보익 대표를 새 사령탑으로 맞았다.

이때부터는 LG디스플레이와 궤를 함께한다. LG디스플레이는 2010년대 초중반부터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투자에 돌입하면서 중국발 액정표시장치(LCD) 공세를 대비했다. 특히 대형 OLED에 집중했으나 기대보다 성장 속도가 더뎠고 LCD 공습 여파가 예상보다 커 LG디스플레이는 흔들렸다.

실리콘웍스 역시 LG디스플레이 의존도가 높았던 탓에 불안정한 시절을 보냈다. 그럼에도 국내 팹리스 업계(삼성전자 시스템LSI사업부 제외)에서 압도적인 매출액 1위를 기록하는 등 성장세는 이어갔다. 이 기간 많은 토종 팹리스가 적자에 시달린 것과 대비된다.

코로나19 국면 들어서는 예상치 못한 대박이 터졌다. 비대면 생활 확산으로 디스플레이 기반 전자기기 구매가 급증하면서 LG디스플레이와 동반 호조를 보인 것이다. 2020년 사상 첫 연매출 1조원을 달성한 데 이어 2022년에는 2조원을 돌파했다.

그 사이 2021년에는 또 다른 변화를 겪는다. LX세미콘으로 그룹사 및 사명이 바뀐 것이다.

LG 집안의 장자승계 원칙에 따라 2019년 구 회장은 LG 부회장직을 내려놓고 계열분리 준비에 착수했다. 2년 뒤 LX그룹을 세웠고 LG상사(현 LX인터내셔널), LG하우시스(현 LX하우시스), LG MMA(현 LX MMA), LX세미콘 등 5개 계열사를 갖고 나왔다.

구 회장은 서울 양재동의 LX세미콘 사옥에 개인 집무실을 꾸릴 정도로 반도체에 진심을 보여주기도 했다. 2022년 말에는 코스피 이전 상장하면서 기업가치 제고 및 자금조달을 위한 행보를 보였다.

2023년부터 분위기가 급반전됐다. 코로나19 특수가 끝남과 동시에 글로벌 경기침체가 불어닥치면서 전자업계 전반이 크게 흔들리면서다. 작년 매출은 1조9000억원으로 나름 선방했으나 영업이익은 1290억원으로 2021년(3696억원), 2022년(3106억원)과 비교해 큰 폭으로 감소했다. 올 1분기도 좋은 상황은 아니다.

*출처 : LX세미콘 분기보고서

◇여전한 DDI 비중, 신사업 확보 '지상과제'

LX세미콘 매출에서 DDI가 차지하는 비중은 2022년 89.54%, 2023년 91.96%에 달한다. 올 1분기도 90.29%로 집계됐다. 압도적인 수치다.

문제는 LX세미콘이 포트폴리오 다변화를 시도하는 와중에도 큰 변화가 없는 부분이다. 차량용 반도체, 방열기판, 마이크로컨트롤러유닛(MCU) 등 사업화에 돌입했지만 눈에 띄는 성과는 아직이다.

그렇다고 DDI 시장 성장세가 뚜렷한 것도 아니다. LCD에서 OLED로 전환하면서 일시적으로 파이가 커졌지만 그 이상으로 경쟁이 심화한 상태다.

과거 LG디스플레이 외 중국향 매출이 쏠쏠했다면 내재화 추세로 관련 효과가 축소하는 흐름이다. 더불어 기존 고객마저 LX세미콘 대신 다른 곳을 채택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LX세미콘은 "신규 사업의 투자와 육성, 차별화된 기술 확보를 통해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한 사업 동력을 구축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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