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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B 풍향계]주가 오르자 바이오사 조달 러시…유증 가뭄 속 '단비'2013년 이후 유증 딜 최소, 증권사 IB 안도…펩트론·이오플로우 등 연일 유증 공시

양정우 기자공개 2024-08-28 07:35:07

[편집자주]

증권사 IB(investment banker)는 기업의 자금조달 파트너로 부채자본시장(DCM)과 주식자본시장(ECM)을 이끌어가고 있다. 더불어 인수합병(M&A)에 이르기까지 기업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의 해결사 역할을 자처하고 있다. 워낙 비밀리에 딜들이 진행되기에 그들만의 리그로 치부되기도 한다. 더벨은 전문가 집단인 IB들의 주 관심사와 현안, 그리고 고민 등 그들의 생생한 이야기를 전달해 보고자 한다.

이 기사는 2024년 08월 27일 08:0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올해 하반기 증시를 이끌고 있는 바이오 섹터에 연일 유상증자 딜이 등장하고 있다. 주식 투자자 입장에서는 급등 호재 후 곧바로 악재가 뒤따른 양상이지만 IB업계에서는 가뭄 속 단비로 여기고 있다.

올들어 증권사가 주관하는 유증 딜이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2013년 이후 가장 적은 규모의 발행이 이뤄진 것으로 나타났다. IB 사업의 한 축인 유증 주관 업무가 크게 위축됐던 터라 바이오 섹터에서 추가 조달이 이어지기를 고대하고 있다.

◇글로벌 시장서 인정받은 'K-바이오'…'렉라자' 새 이정표, 바이오 섹터에 뭉칫돈

최근 'K-바이오'가 글로벌 시장에서 인정을 받으면서 국내 증시의 바이오 섹터로 뭉칫돈이 몰리고 있다. 대장주는 단연 알테오젠이다. 세계 매출 1위 항암제 키트루다를 보유한 머크사와 독점 계약 소식이 알려지면서 코스닥 시가총액 2위로 부상했다.

여기에 유한양행이 독자 개발한 폐암 신약 '렉라자(Leclaza)'가 미국 식품의약국(FDA)에서 최종 승인을 받기도 했다. 토종 기업의 항암제 신약이 FDA의 심사를 통과한 건 한국 역사상 최초의 일이다. 새 이정표가 줄을 잇자 바이오주에 대한 투심도 뜨거워지고 있다. 섹터 전반에 대한 재평가가 주축 기업을 시작으로 순차적으로 이어지는 형국이다.

하지만 바이오 섹터의 상승 랠리에 맞춰 주요 바이오사의 유증 카드도 잇따르고 있다. 펩트론은 지난 16일 장마감 후 1200억원 규모의 주주배정 유상증자 공시를 내놨다. 유증으로 발행되는 주식수가 기존발행주식수의 12.78%에 달한다. 주가가 갭하락할 수밖에 없는 공시였다.

이 바이오사는 글로벌 비만치료제 기업들과 MTA(물질이전계약)를 체결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시장에서 제2의 알테오젠으로 불렸다. 하지만 유증 소식에 8만원선에서 거래되던 주가는 현재 5만원선까지 떨어졌다. 이번 예정발행가는 4만5450원이다.

이어 22일엔 장마감 후 이오플로우가 823억원 규모의 주주배정 유증을 공식화했다. 신주발행 주식수는 910만주로 기존발행주식의 29.9%에 달한다. 그간 미국 메사추세츠 지방법원에서 진행된 특허소송에서 승소한 덕에 상한가까지 기록했으나 유증 발표 후 급락 추세를 막지 못했다.
펩트론 주가 흐름. 출처:네이버

◇"바이오사 잡아라" 조달니즈 최고조…주가 반등에 메자닌 발행까지 무게

물론 이들 기업의 주식을 매수한 투자자 입장에서는 예상하지 못한 유증 공시에 난감할 수 있다. 바이오사의 유증 규모가 회사 볼륨과 비교해 유독 큰 터라 주가의 급락 추세가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바이오 비즈니스는 사업 모델상 임상 1~3상과 신약 개발 성공, 판매 채널 확보 등을 거쳐 현금 창출에 이르기까지 긴 호흡이 필요하다. 이 오랜 기간 동안 운영 자금과 연구개발 비용을 모두 시장에서 조달해야 하는 숙명을 안고 있다. 그간 섹터 전체가 소외를 받는 국면에서 자금 조달을 최대한 미뤄왔으니 주가 반등 시점엔 재원 확충에 나서는 게 자연스러운 흐름이다.

증권사 IB 파트도 그간 국내 유증 시장을 지탱해온 바이오 기업의 본격적 조달 행보를 반기고 있다. 펩트론의 유증 주관사는 미래에셋증권과 한국투자증권이고 이오플로우의 유증 주관은 KB증권이 맡는다. 기업공개(IPO)와 달리 유증은 때마다 실권주 인수 딜이 나오는 리스크가 잠재돼있다. 그만큼 조달 파트너로서 국내 바이오사의 성장에 기여도가 작지 않은 셈이다.

올들어(1~8월) 클로징한 유증 딜은 총 13조298억원으로 집계된다. 지난해 동기와 비교했을 때 절반 이상이 감소한 규모다. 2010년대 전체로 시야를 넓힌다면 2013년 이후 가장 적은 규모의 발행이 이뤄진 것으로 나타났다. 1000억원을 상회하는 딜은 LG디스플레이, 대한전선, KDB생명보험, 신라젠, 에코앤드림 등 5곳뿐이었다.

하지만 바이오사가 주가 반등에 힘입어 본격적으로 조달 러시가 나설 채비를 하자 IB 파트 일선도 분주하다. 그간 코스닥 바이오사를 밀착 마크했던 실무진을 중심으로 영업력을 강화하고 있다. 오랜 기간 대다수 업체가 시장성 조달에 나서지 못했던 만큼 웬만한 기업마다 자금 니즈는 최고조에 이른 상태인 것으로 파악된다.

IB업계 관계자는 "바이오사의 조달을 책임지는 두 축은 유증과 메자닌 발행"이라며 "두 조달 창구는 모두 주가가 뒷받침돼야 한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하반기 금리 인하의 신호가 더욱 뚜렷해진 터라 바이오 섹터의 상승 랠리에 힘이 더 실릴 것"이라며 "유증뿐 아니라 메자닌 발행도 쏟아질 것으로 기대된다"고 덧붙였다.

이오플로우 주가 흐름. 출처:네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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