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조선업 슈퍼사이클]경쟁 없이 고마진 집중하는 삼성중공업④'글로벌 발주 7할' 해양플랜트 압도적 우위…빠르게 회복되는 체력 지표들
허인혜 기자공개 2024-09-04 08:03:40
[편집자주]
조선업계 슈퍼사이클은 늘 반복돼 왔지만 이번에는 다르다. 초호황기 뒤 예고된 불황기를 똑똑하게 대응할 수 있는 첫 시즌으로 점쳐진다. 수주 확대에만 기댄 호황이 아니라서다. 2007년도, 2024년도 호황기지만 그 사이 우리 조선업계의 태도도 포트폴리오도 변했다. 고부가가치·친환경 선박 기술을 묵묵히 쌓아온 조선업계는 선별수주로 불황기 터널의 등을 미리 밝혀두고 있다. 기업이 어려운 시황을 헤쳐나가는 하나의 길은 쌓아둔 곳간일 터, 조선업계는 어떤 자산들을 비축해 미래를 대비하고 있을까. 더벨이 초호황기에 들어선 조선사와 유관기업의 현황과 포트폴리오, 재무 상황 등을 살펴보고 앞으로를 조망해 본다.
이 기사는 2024년 09월 02일 16:2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삼성중공업은 조선업계 빅3로 묶이지만 행보와 위치, 포트폴리오를 따져보면 HD한국조선해양과 한화오션과는 결이 다른 곳이다. HD한국조선해양과 한화오션이 유관 계열사와의 시너지를 기대할 수 있다면 삼성중공업은 이 부분이 약한 편이고 조선사 불황기에 더해 드릴십 리스크까지 떠안으며 오랜기간 더 힘든 시간을 보냈다.때문에 삼성중공업만의 독자시장 구축이 절실했다. 삼성중공업은 해양플랜트와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분야의 절대적인 점유율을 기반으로 지난해부터 본격적인 기업 재건을 이뤘다. HD한국조선해양과 한화오션이 뛰어든 특수선 분야에는 한 발짝 물러나있지만 덕분에 잘하는 분야를 집중적으로 육성하고 있다.
어려움이 컸던 만큼 수주 확대에 따른 회복도 눈에 띄게 감지된다. 고부가가치 선박과 해양플랜트 수주가 뒷받침되면서 매출과 영업이익, EBITDA 마진까지 기업의 재무 체력을 잴 수 있는 모든 부문의 지표가 빠르게 되살아나고 있다.
◇10년 만에 분기 영업이익 1000억원…실적 회복 '속도'
삼성중공업은 2010년 이후 직전 조선업 불황에 더해 드릴십 리스크를 함께 지면서 어려운 시간을 보냈다. 삼성그룹 내 유일한 적자 회사이자 2015년 이후 한 번도 영업이익 흑자를 내 본적이 없었다.
영업이익을 따지기 이전에 유상증자만 2016년, 2018년, 2021년 세 차례 진행했고 재무구조가 회복되지 않자 무상감자도 진행했다. 그런데 2022년에도 영업이익이 받쳐주지 못하면서 유상증자와 무상감자로 획득한 효과가 상당부문 무색해졌다. 2021년 영업이익률은 마이너스(-)19.81%까지 하락했다. 이듬해에도 -14.37%를 기록했다.
실적은 지난해를 기점으로 반전된다. 영업이익이 2.91%로 흑자전환했다. 지난해에는 연간 기준 당기순이익은 적자였지만 올해 상반기에는 당기순이익과 영업이익, 영업이익률, 순이익률 모두 플러스다.
가장 최근의 레코드인 2분기를 보면 매출액 2조5320억원, 영업이익 1307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30.1%, 영업이익은 121.9% 증가했다. 순이익은 740억원으로 219% 늘었다. 삼성중공업이 분기 기준 1000억원이 넘는 영업이익을 낸 것은 지난 2014년 4분기 이후 약 10년 만이다.
특히 EBITDA(상각전 영업이익) 마진이 회복되는 속도가 빠르다. 상반기를 기준으로 EBITDA 마진은 7.2%를 기록했다. 직전 호황기의 초입인 2007년 8%에 근접한 수치다.
눈여겨볼 만한 구간은 2022년과 2023년 사이 순이익률, 영업이익률과 EBITDA 마진의 간극이다. 2022년은 여전히 저가수주 건과 자본 리스크를 털어내는 중이었고 2023년은 신규 수주와 수주 소화가 동시에 이뤄지는 해였다. 그만큼 순이익률과 영업이익률은 올랐어도 절대 수치가 크지는 않았는데, EBITDA 마진은 즉각적으로 이전 호황기를 회복했다.
삼성중공업의 총영업활동현금흐름(OCF)은 2022년 -7316억원에서 이듬해 1998억원으로 변화했다. 지난해 상반기를 기준으로는 1005억원, 올해 상반기는 1674억원으로 나타났다.
◇경쟁 대신 해양플랜트·LNG 운반선…넥스트 스텝 AM도 꿈꾼다
삼성중공업은 어디서 돈을 벌고 있을까. 고수익을 얻는 포트폴리오가 명확한 편이다. 방산 부문 특수선 경쟁에는 참여하지 않았다. 대신 부유식 액화천연가스 생산저장하역설비(FLNG)와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등이 삼성중공업의 힘이다.
삼성중공업은 글로벌 시장에서 현재까지 발주된 8대의 FLNG 중 5대를 수주했다. 한 대의 가격이 약 2조~3조원에 이른다. 한 해 한 척만 수주해도 매출액의 뚜렷한 증가를 노릴 수 있는 만큼 삼성중공업도 한 해 1~2척을 매년 수주하는 것이 목표다.
목표로의 항해는 순조롭고 남은 프로젝트도 여럿이다. 지난해 1월 말레이시아 페트로나스(Petronas) ZLNG를, 12월에는 북미지역 시더(Cedar) 프로젝트를 따냈다. 올해 4분기에는 모잠비크의 '코랄 술' 2호기를, 추가적으로 미국 LNG 생산 기업 델핀이 추진하는 FLNG 1기 사업 등의 수주를 전망 중이다.
LNG 운반선도 삼성중공업의 힘이다. 전체 수주잔고를 보면 6할 이상이 LNG운반선이다. LNG운반선의 수익성은 컨테이너선의 5~10% 대비 약 5% 더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올해 7월까지 22척, 49억달러를 수주해 연간 수주 목표의 51%를 채웠다.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19척, 초대형 암모니아 운반선(VLAC) 2척, 셔틀탱커 1척 등이다. 하반기에는 FLNG에서 25억달러, 선박으로 23억달러를 수주한다는 계획이다.
성과가 본궤도에 올라오면서 넥스트 스텝도 꿈꾸게 됐다. 다음 매출처는 애프터마켓(AM)이다. 최근 태스크포스팀(TFT)을 신설하고 애프터마켓의 가능성을 들여다보는 중이다. 기존에 인도한 선박 1300척 중 100척을 수리했다고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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