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조선업 슈퍼사이클]어려움 속 영점 회복, 무기 찾는 중견 4사⑤대한·케이·대선조선·HJ중공업, 이익률 회복했지만 이중고…수요 상승에 해법 찾기
허인혜 기자공개 2024-09-05 08:16:43
[편집자주]
조선업계 슈퍼사이클은 늘 반복돼 왔지만 이번에는 다르다. 초호황기 뒤 예고된 불황기를 똑똑하게 대응할 수 있는 첫 시즌으로 점쳐진다. 수주 확대에만 기댄 호황이 아니라서다. 2007년도, 2024년도 호황기지만 그 사이 우리 조선업계의 태도도 포트폴리오도 변했다. 고부가가치·친환경 선박 기술을 묵묵히 쌓아온 조선업계는 선별수주로 불황기 터널의 등을 미리 밝혀두고 있다. 기업이 어려운 시황을 헤쳐나가는 하나의 길은 쌓아둔 곳간일 터, 조선업계는 어떤 자산들을 비축해 미래를 대비하고 있을까. 더벨이 초호황기에 들어선 조선사와 유관기업의 현황과 포트폴리오, 재무 상황 등을 살펴보고 앞으로를 조망해 본다.
이 기사는 2024년 09월 03일 13:4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조선업 초호황기는 빅3만의 잔치는 아니다. 중견 4사인 대한조선과 HJ중공업, 케이조선, 대선조선도 슈퍼사이클의 영향을 받았다. 중견 4사는 실적 잭팟보다는 급격히 하락했던 체력을 영점으로 회복하는 수준의 수혜를 누렸다.중견 조선사 사이에서도 성과는 갈렸다. 극적인 실적 반전을 이룬 곳도 있는가 하면 여전히 적자의 늪에 빠져있는 곳도 있다. 조선사별로 주력 선종이 다르고 포트폴리오와 재무 체력이 대형사 대비 제한적이다 보니 유동적 대응이 쉽지 않은 탓이다.
또 불황기를 이기지 못하고 워크아웃이나 기업매각 등의 풍랑을 겪은 기업들은 시장 상황보다는 외부 요인에 따른 재무적 변화가 읽힌다. 다만 호황기 선종별 수요 회복도 명확한 만큼 중견 조선사들도 각자의 무기로 수익성 개선에 집중하는 중이다.
◇어려움 속 영점 다시 맞춘 중견 4사
공시된 실적을 기준으로 흑자전환에 성공한 중견 조선사는 대한조선과 케이조선 두 곳이다. 대한조선은 2021년 마이너스(-)16.43%의 영업이익률을 기록했지만 2022년부터 흑자전환에 성공했고 지난해에는 4.40%의 영업이익률을 기록했다.
이같은 영업이익률은 HD한국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 등 빅3 조선사의 2분기 영업이익률에 비견한다. 2023년에는 평년대비 매출 규모도 순증했다. 대한조선은 지난해를 기준으로 중형 4사 중 유일하게 흑자를 기록하기도 했다.
케이조선은 2021년 영업이익률이 -94% 수준까지 하락하는 등 기업의 존폐가 우려됐지만 당해 KHI인베스트먼트 컨소시엄에 인수되면서 경영정상화의 물꼬를 텄다. 올해 상반기 영업이익률은 2.35%로 나타났다.
HJ중공업과 대선조선은 적자에 머물렀지만 희비가 갈렸다. HJ중공업은 2022년 0.36%의 영업이익률을 기록했지만 2023년에는 -5.01%로 하락했다. HJ중공업은 건설 부문 실적이 섞여있다. 상반기 기준 조선부문의 매출(41.23%)대비 건설 부문의 매출(57.29%)이 더 높다. 각각의 매출 비중 추이를 보면 호황기 수혜를 보면서 건설 부문의 부진을 상쇄했다. 20% 수준이었던 조선사업 부문의 매출 비중이 호황기에 따라 두배로 올랐다.
대선조선은 -60% 가깝게 급락했던 영업이익률이 올해 상반기 기준 -3.04%로 크게 회복됐다. 다만 대선조선은 호황기에 따른 매출액 증대보다 철판 등 매출원가의 하락 등으로 매출총이익이 플러스로 전환되면서 영업손실을 줄인 것으로 보인다. 또 지난해 11월 워크아웃에 돌입한 상황이다.
이밖에 삼강S&C, 마스텍중공업도 중견 조선사에는 포함된다. 다만 이 곳은 건조 역량은 중견 4사와 비견되지만 신조선 수주활동이 활발한 곳은 아니다.
중견 조선사들의 어려움에는 여러 배경이 있다. 우선 포트폴리오다. 조선업계 빅3가 초대형 에너지 운반선이나 헤양플랜트, 특수선 등으로 매출액을 확대하는 것과 달리 중견 조선사들은 신조선 건조가 가능한 선종이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또 규모와 연혁상 중소형 컨테이너선·벌크선·유조선(탱커) 제조에 집중할 수밖에 없는데 최근 빅3의 이익률을 견인하는 고부가가치 선박과는 궤가 다른 영역이다. 대표적인 고부가가치 선종으로는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과 초대형 암모니아 운반선(VLAC), 부유식 액화천연가스 생산저장하역설비(FLNG) 등이 꼽힌다. 중견 조선사가 대형 발주를 기대할 만한 항목이 아니다.
결국 컨테이너선 등의 상선 싸움인데 이 분야에서는 수주 절벽과 중국의 저가 공세가 어려움을 가중시킨다. 글로벌 조선 시장 수주 점유율의 추이를 보면 2020년 한국이 33.4%, 중국이 40.3%에서 올해 상반기 중국이 64%, 한국이 25%가 될 만큼 중국이 점유율을 크게 늘렸다. 중국이 잘 하는 분야는 염가의 컨테이너선. 국내에서 제작한 선박 대비 단가가 10% 이상 저렴하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이야기다.
한국수출입은행이 올해 발간한 '중형조선산업 2023년도 동향'을 보면 글로벌 중형선박 발주량은 2023년 전년 대비 4.6% 늘었지만 국내 중형선박 수주량은 같은 기간 15.5% 줄었다. 대형조선사의 중형선박 수주는 없었고, 나머지도 HD현대 계열사가 75%를 가져갔다. 이중에서도 컨선과 기타 화물선 수요가 대폭 줄었다.
◇수요 회복 긍정적, '각자도생' 해법 찾는 중
긍정적인 점은 고부가가치 선박만큼은 아니지만 중형 선박도 수요가 회복됐고 그에 따라 신조선가도 상승하고 있다는 것이다. 국내 중형 조선사들의 수주량은 줄었지만 수주액은 전년 대비 11.5% 늘어난 22억4000만달러로 집계됐다. 또 중견 조선사들도 임원진을 교체하고 고객사를 확대하는 등의 각자 생존을 위한 노력을 지속하고 있다.
대한조선은 중형급 유조선과 석유화학제품 운반선의 강자로 꼽힌다. 벌크선도 최근 발주량이 소폭 늘었다.
글로벌 고객사를 늘리는 방향으로 수주량을 관리하고 있다. 올해 6월 2024 포시도니아 박람회에 참가해 아틀라스 선사(ATLAS MARITIME)로부터 수에즈막스급 원유운반선 1척과 2척을 각각 수주했다. 총 계약 규모는 약 2억7000만달러(약 3600억원) 수준이다.
케이조선 역시 5만톤급 중형 석유화학제품운반선 수요가 늘면서 매출액을 늘리고 있다. 상반기 매출액은 4779억원으로 인수 전 한해 매출액의 두배 이상이고, 전년 매출액 대비 67%를 이미 채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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