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4년 09월 04일 07:1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요즘 상장지수펀드(ETF) 리브랜딩이 대세다. 운용사들이 잇따라 이름을 바꾸고 BI(Brand Identity)를 교체하면서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오랫동안 같은 브랜드명을 고집하던 운용사들까지 이러한 분위기에 편승해 등떠밀리듯 "우리도 가만히 있을순 없다"는 식으로 리브랜딩을 추진중이라는 소식까지 들린다.하지만 이같은 ETF '메이크업'이 얼마나 효과를 발휘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유명 연예인을 쓰면서 한껏 멋스럽게 만든 광고로 대대적인 홍보에 열을 올리고는 있지만 과연 그걸 인지하고 실제 투자를 감행할 금융 소비자들이 얼마나 될 지 궁금하다.
이러한 마케팅 전략이 펀드 시장의 트렌드 변화와 ETF 활성화 배경, 그리고 상품 본질에 대한 진지한 고민의 결과물이었는지 되묻고 싶다. 국내 자산운용업계에서 ETF가 대세로 떠오른 가장 큰 이유는 기존 뮤추얼펀드에 비해 운용보수는 낮은 반면 거래 투명성, 편의성이 월등히 높다는 장점이 서서히 부각됐고 투자자들이 이를 인지했기 때문이다.
투자 수익률과 별개로 시장 참여자들이 과거에 비해 훨씬 똑똑해졌지만 마케팅은 여전히 고루한 수준에 머물러 있다. 이름이나 디자인을 변경하면 일시적인 주의환기 효과 정도는 볼 수 있다. 그러나 장기 투자 상품으로 소비자들의 최종 선택을 받을 수는 없다. 그럴싸한 이름과 예쁘고 잘생긴 연예인이 금융상품 가입의 기준이 될 수 없다는 뜻이기도 하다.
물론 패시브 상품인 ETF의 특성상 차별화를 꾀하기가 쉽지 않다는 측면도 이해는 간다. "우리 상품은 다른 운용사와 다르다"고 내세울 만한 뚜렷한 경쟁 우위나 전략이 없다 보니 마케팅 역시 제한적이다. 기껏해야 최저 수수료나 명칭 변경에 열을 올릴 수 밖에 없는 구조이긴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백번 양보하더라도 레거시 미디어를 통한 뻔한 마케팅은 지양해야 하지 않을까.
마케팅은 상품 개발, 운용과 함께 운용사의 근간을 이루는 한 축이다. 우수한 투자 상품을 만들고 잘 굴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을 수 있도록 잘 포장하고 파는 것도 핵심 경쟁력 가운데 하나다. 하지만 현재의 ETF 마케팅은 지하철 역 앞에서 나눠주는 피트니스클럽 전단지 만큼이나 1차원적이고 소모적이다. 오래도록 기억에 남아 각인되는 옹이자국이라기 보다는 단기간에 금세 휘발돼 사라지는 알코올 솜과 다르지 않다. 비용은 비용대로 쓰면서 그 효과는 미미하니 안타까울 따름이다.
사실 ETF 이름이 STAR건 RISE건 투자자에게는 전혀 고려요소가 되지 못한다. 오히려 혼란스럽고 피로감만 가중될 뿐이다. 이미 TIGER와 KODEX로 양분된 시장에서 점유율 확보에 안간힘을 쓰고 있는 후발 주자들은 좀 더 명민하고 창의적인 마케팅 전략을 고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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