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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감독원 인사 풍향계]산적한 과제…금감원 역사상 첫 연임 원장 탄생하나9월 수시인사 배경으로 연임 가능성 지목…금감원 내부선 피로도도 감지

김보겸 기자공개 2024-10-04 10:07:27

이 기사는 2024년 09월 30일 09:0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삼복현, 사복현을 지나 이제 '오복현'이 될 것 같다는 얘기가 금융감독원에선 몇 달 전부터 파다합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의 거취를 두고선 다양한 관측이 제기돼 왔다. 올 3분기까지 금감원에 남아 있는다는 의미의 '삼복현', 4분기에는 금감원을 뜨는 것 아니겠냐는 뜻의 '사복현'은 옛말이다. 이제는 윤석열 정부와 함께 임기를 마무리할 '오복현'이 될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2년 전 취임과 동시에 이 원장의 임기를 둘러싼 소문은 무성했다. 윤석열 정부의 '적통자'인 만큼 총선 출마설, 대통령실 법률수석설 등 다양한 시나리오가 오갔다. 이제는 금감원 역사상 첫 연임 원장이 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까지 나오고 있다.

◇내년에 임기 마치는데…수시인사는 연임 포석?

특히 지난 20일 진행한 임원 인사는 이 같은 전망에 힘을 싣고 있다. 금감원은 추석 연휴 직후인 지난 20일 임원 인사를 단행했다. 이미 지난 6월27일 하반기 수시인사를 진행했지만 3개월 만에 공석인 임원 원포인트 인사에 나섰다.

이 원장이 연임을 염두에 둔 조치가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내년 6월이면 이 원장은 금감원장 3년 임기를 마친다. 보통 임기를 앞두면 후임 원장을 위해 인사를 보류하는 것이 관행이다. 어차피 본인이 임명한 임원들인 만큼 후임자가 오면 자연스레 인사 교체가 이뤄지도록 하는 식이다.

심지어 연말 전후로 하반기 정기인사가 예정돼 있지만 수시 인사에 나선 배경 역시 연임의 포석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한 금융당국 임원은 "정기인사와 상관 없이 새 인사를 투입한 건 앞으로도 현 정부와 함께 금융과제를 준비해 나가겠다는 뜻 아니겠냐"며 "이 정부가 5년짜리이니 5년간 임기를 같이 할 거란 의미"라고 해석했다.

◇금감원의 '오복현' 시대 가능성, 명분과 가능성 충분

금감원 안팎에서 '오복현' 가능성은 수개월 전부터 제기돼 왔다. 통상 임원 인사를 하기 위해서는 검증 기간을 둬야 하기 때문에 최소 3개월 정도 미리 작업에 착수해야 한다. 추석 연휴를 전후로 수시인사에 나서겠다는 이 원장의 의지에 따라 연임 이슈가 나오기 시작했다.

명분은 충분하다는 평가다. 현 정부에서 금융 분야에서만큼은 현안과 이슈에 가장 빠르게 대응하고 금감원 역량을 집중해 국민 눈높이에 맞는 설명을 내놓는 일에 있어 가장 가시적인 성과를 내고 있다.

무엇보다 정부의 정책 방향과 윤 대통령의 의중을 가장 정확히 파악하고 중점 과제에 강하게 드라이브를 걸 수 있는 건 이 원장 뿐이라는 진단이다. 한 금융당국 고위 관계자는 "차기 금감원장으로 대안이 없는데다 굳이 용산과 손발을 맞춰 속도감 있게 일을 추진하는 사람을 바꿀 이유도 없다"며 "감독원장 사상 최초로 연임하지 않을까"라고 했다.

가능성도 열려 있다. 실제 금융감독원 원장 임기는 3년이지만 연임 금지 조항은 없기 때문이다. 금융위원회의 설치 등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금감원장은 한 차례 연임할 수는 있지만 금감원이 출범한 이후 한 차례도 없었다. 이 원장이 연임할 경우 금감원 역사상 최초의 연임 원장이 탄생하는 셈이다.

◇'칼바람 인사'에 내부선 피로감도

금감원 내부에서는 피로감도 동시에 감지되고 있다. 이 원장의 칼 같은 인사 원칙 때문이다. 원체 금감원이 지도부의 지시사항에 의한 특명 과제가 최우선이 되는 조직이지만 이 원장이 취임한 이후 한층 그 특성이 강해지고 있다는 평가다.

단적으로 나타내는 건 대규모 물갈이 인사다. 금감원 관계자는 "이복현 체제 이전의 금감원은 어떤 부서의 업무에 미흡함이 있어 교체가 필요하더라도 즉시 부서장을 교체하는 건 자제하는 편이었다"며 "30년 가량 조직에서 자리를 지키며 잔뼈가 굵은 이들에게 1년 정도는 기회를 준다는 취지인데, 이복현 원장이 그 룰을 깨 버린 것"이라고 했다.

실제 이 원장은 지난 1년 간 수시인사를 포함해서 세 차례 인사이동을 단행했다. 지난해 11월 부서장 인사에서는 국장 84%를 교체한데다, 자산운용감독국은 신임 국장이 오른 지 4개월 만에 팀장(2S)을 국장으로 승진시키면서까지 부서장을 변경하기도 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이복현 원장의 속도감 있는 검사 스타일에 국장들이 맞추지 못한다면 바로 인사조치를 해 버리는 만큼 조직에 미치는 시그널이 상당하다"며 "조금만 보고가 늦어도 교체될 수 있다는 불안감이 큰 상황"이라고 귀띔했다.

총대를 메려 하지 않는 조직에 대해 거부감이 있는 이 원장이 금감원 업무 로드를 늘게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 원장이 금융현안에 대해 강하게 목소리를 내는 탓에 처리해야 하는 이슈는 많은데 보고해야 할 시간은 촉박한 악순환이 반복된다는 것이다.

일례로 티몬·위메프 사태의 경우 금감원이 주무부처가 아닌데도 재발 방지에 나서기도 했다. 간편결제사와 지급결제대행업체(PG사) 등은 비금융사로 금융감독 대상이 아니지만 이들 업체에 대해 간접적으로라도 관리를 강화하겠다면서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아무리 능력있는 임원들이라 할지라도 조사에 들어가는 절대시간이 모자라면 대응은 부실해질 수밖에 없다"며 "금융이슈에 적극 나서는 곳이 금감원 뿐이라 업무 피로도가 높아지고 있다"고 했다.

이 원장의 연임 가능성은 어느 때보다 높아 보인다. 금융 분야의 현안에 대한 대응력과 윤석열 정부와의 호흡, 조직 내 인사 혁신까지 이복현 리더십이 앞으로도 금감원의 방향을 좌우할 중요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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