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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뛰는 엠벤처투자]'경영권 분쟁·거래정지' 고된 행군…재기 노린다①6개월만에 감사보고서 승인…거래소 '상장적격성 심사' 넘어야 정상화

이기정 기자공개 2024-10-04 10:10:18

[편집자주]

코스닥시장에서 거래 정지에 놓인 엠벤처투자가 감사보고서 승인을 받으며 재도약을 위한 여정을 시작했다. 거래 재개까지 한국거래소의 상장적격성 실질심사가 남아 있지만 사전 준비에 총력을 다하고 있다. 엠벤처투자는 초기부터 후기에 이르는 투자 밸류체인을 구축해 글로벌 금융투자그룹으로의 도약을 꿈꾸고 있다. 이를 위해 적극적인 인수합병(M&A)을 예고한 상황이다. 더벨이 엠벤처투자의 현재 주소를 짚어보고 향후 성장 전략을 들여다본다.

이 기사는 2024년 10월 02일 13:5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엠벤처투자가 외부감사인인 삼덕회계법인으로부터 6개월 만에 감사의견 승인을 받으며 활로를 찾는데 성공했다. 회사는 지난해 말 경영권 분쟁 끝에 수앤파트너스에 품에 안기며 재기를 꿈꿨지만 예상치 못했던 암초를 만나 최근까지 상당한 시간을 허비했다.

감사의견 승인을 위한 최대 관문으로 꼽혔던 투자 포트폴리오 GCT세미컨덕터의 공정가치평가는 삼정KPMG로부터 외부 평가를 받으며 일단락됐다. 이 과정에서 보유 지분 가치가 크게 하락해 영업 지표가 감소했지만 이미 GCT세미컨덕터가 미국 뉴욕증권거래소에 상장에 성공해 부담은 없는 편이다.

엠벤처투자에게 남은 최대 과제는 한국거래소로부터 상장정격성 실질심사 승인을 받는 것이다. 회사는 거래 재개 후 공격적으로 벤처투자 활동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서는 거래소가 얼마나 빠르게 심사를 진행하는지가 관건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컴투스·웹젠' 발굴한 명가…수앤파트너스 최대주주 등극 후 감사의견 거절 '복병'

엠벤처투자는 1999년 엠벤처기술투자라는 이름으로 설립됐다. 이듬해 총 6개 펀드를 결성하면서 운용자산(AUM) 492억원까지 빠르게 몸집을 불려 주목을 받았다. 이후 2001년 현재의 사명으로 이름을 바꾸고 활발한 벤처투자 활동을 이어왔다.

그간 엠벤처투자가 쌓아 올린 트랙레코드는 주목할만 하다. 먼저 컴투스(수익률 891%), 웹젠(400%), TPK홀딩스(359%) 등에 투자해 우수한 회수 성과를 기록했다. 또 2012년에는 국내 최초로 이스라엘과의 공동운용 펀드인 'MaC 펀드'를 결성하며 주목을 받았다.


엠벤처투자에 변화가 생기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부터다. 사모펀드(PE) 수앤파트너스가 제3자배정 유상증자를 통해 주요 주주로 올라섰고 이내 경영권 분쟁을 시작했다. 약 9개월 동안 분쟁을 이어갔고 지난해 말 홍석현 전 엠벤처투자 대표가 보유 지분을 수앤파트너스에 넘기기로 하면서 갈등이 일단락됐다.

최대 주주로 올라선 수앤파트너스는 빠르게 경영 정상화에 나선다는 목표였지만 또 다른 암초를 만나게 된다. 핵심 포트폴리오인 GCT세미컨덕터의 평가 이익 산정 이슈로 회계법인에서 감사 의견 거절 의견을 냈다. 이에 따라 주식은 거래 정지가 됐고 상장 폐지 위기에 몰렸다.

구체적으로 엠벤처투자의 외부감사인인 삼덕회계법인은 GCT세미컨덕터의 공정가치평가와 관련해 적합한 감사 증거를 입수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또 비유동자산의 실재성 및 공정가치 평가, 종속기업 및 관계기업투자의 손상평가 등을 확인하기 위한 감사 증거를 확보하지 못했다고 했다.

엠벤처투자가 GCT세미컨덕터의 공정가치평가를 지적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18년에도 외부감사인인 한영회계법인이 같은 이유로 감사 의견 거절 의견을 냈다. 이에 따라 약 2년 동안 주식 거래가 중지됐고 2020년이 돼서야 거래가 재개됐다.

◇GCT 평가가치 두고 감사인과 갈등…삼정KPMG 외부 평가로 '일단락'

삼덕회계법인이 GCT세미컨덕터의 공정가치평가 판단이 어렵다고 평가한 배경은 외부 평가기관의 신뢰도 문제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재평가 과정에서 삼정KPMG에 다시 GCT세미컨덕터의 공정가치평가를 맡겼다. 기존 외부평가를 담당했던 곳은 삼도회계법인이었다.

업계에서는 엠벤처투자가 다소 억울할 수 있다는 이야기가 나오기도 했다. 투자 포트폴리오의 지분법 가치는 변동 가능성이 높아 명확한 금액 책정이 어렵기 때문이다. 추가로 GCT세미컨덕터의 상장이 임박했던만큼 감사 시간만 충분했다면 보다 객관적인 평가액을 측정할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었다.

실제 엠벤처투자는 당시 회계법인 측에 평가 근거를 충분히 설명했다고 주장했다. 추가로 GCT세미컨덕터의 상장이 얼마 남지 않았기 때문에 공시일을 지연하자는 제안을 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삼정KPMG의 재평가 결과 GCT세미컨덕터의 평가이익은 기존 대비 반토막났다. 당초 주당 약 3.5달러로 GCT세미컨덕터의 가치를 매겼는데 약 1.6달러까지 감소했다. 엠벤처투자 관계자는 "최대한 보수적인 관점에서 공정가치평가를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지난해 엠벤처투자의 실적 지표도 크게 감소했다. 당초 영업수익과 영업이익은 연결기준 각각 254억원, 177억원이었는데 정정 보고서에서는 영업수익과 영업손실로 각각 35억원, 107억원을 기록했다. 이외에도 회사는 앞서 지적받았던 비유동자산의 실재성과 종속기업 및 관계기업투자의 손상평가 등도 삼정KPMG를 통해 재평가를 받았다.

◇신뢰 확보 위해 빠른 거래 재개 필수적…리스크 해소 후 '광폭' 행보 예고

감사 문턱을 넘은 엠벤처투자는 거래 재개를 위해 한국거래소의 상장적격성 실질심사를 받아야 한다. 거래소는 오는 21일(15영업일)까지 실질심사 대상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다만 추가적인 심사가 필요할 경우 기한을 연장할 수 있다.

부활을 꿈꾸고 있는 엠벤처투자 입장에서 거래 재개는 가장 우선적으로 해결해야 하는 사안이다. 거래가 중지돼 있다면 펀드레이징부터 투자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이 제약된다.

나아가 엠벤처투자는 인수합병(M&A)을 통해 외형 확장을 준비하고 있다. 국내 VC를 인수해 내부 조직을 강화하고 미국 헤지펀드를 인수해 투자 비히클을 늘린다는 전략이다. 다만 이를 위해서는 이들에게 먼저 신뢰를 줄 수 있는 상황을 갖추는게 필요하다.

향후 거래소에서 얼마나 빠르게 엠벤처투자의 상장적격성 심사를 진행하느냐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서는 이르면 11월, 늦으면 12월 중순에 거래 정지가 풀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주주 역시 거래 재개 후 엠벤처투자의 행보에 기대를 키우고 있다. 올해 주주총회에서 심성보 엠벤처투자 대표는 거래 재개 후 GCT세미컨덕터에 집중됐던 포트폴리오의 분산, 배당, 적극적인 펀드레이징 등을 약속했다.

VC업계 관계자는 "현재 엠벤처투자가 피투자기업이나 피인수 예정 VC와 활발한 논의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다만 아직 거래 정지가 풀리지 않아 상대방 측에서 다소 불편해 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거래 정지가 풀리면 회사도 보다 공격적으로 활동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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