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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밸런싱 셈법 마친 SK팜테코, 축소 아닌 ‘확장’ 광폭행보 3400억 규모 펩타이드 공장 신축, CDMO 모달리티 확장 전략 눈길

김성아 기자공개 2024-10-04 09:07:38

이 기사는 2024년 10월 02일 15:5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SK그룹이 강도 높은 리밸런싱을 지속하고 있는 가운데 생존법을 고민하던 SK팜테코가 광폭행보에 나섰다. 축소에 무게를 싣는 그룹 리밸런싱 기조에 생산 사이트 매각은 물론 통매각 시나리오까지 거론됐던게 무색하게 ‘확장’에 방점을 찍는 분위기다.

SK팜테코는 최근 비만치료제 등으로 각광받고 있는 ‘펩타이드’ 생산 공장을 건설하기로 했다. 이번 결정은 세포유전자치료제(CGT) 위탁개발생산(CDMO)이라는 그룹 내 중복 사업 영위에 대한 우려를 일축하는 것과 동시에 모달리티 확장 시도라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비만약 핵심 원료 생산 공장 건설…2년 만의 합성의약품 투자 재개

SK팜테코는 오는 2026년까지 약 3400억원을 투입해 세종시에 저분자·펩타이드 생산 공장을 신축한다. 펩타이드는 단백질의 구성성분인 아미노산을 2개 이상 연결한 화학합성 원료다. 노보노디스크의 위고비 등 비만치료제의 핵심 성분인 GLP-1이 대표적이다.

SK팜테코의 국내 5번째 생산 기지인 해당 시설은 1만2600m² 규모로 8개의 생산 트레인과 수십톤의 생산량을 갖출 계획이다. 시설 내에는 생산 공장 뿐 아니라 최첨단 펩타이드 연구개발(R&D) 시설도 포함된다. 6공장 셸(공장 외부 구조) 건설도 함께 진행해 향후 신속한 용량 확장도 꾀한다.

이번 펩타이드 공장 신설은 2년만의 합성의약품 분야 투자라는 데 의미가 크다. 합성의약품은 SK팜테코 매출 중 90%를 차지할 정도로 비중이 크다. 하지만 최근 SK팜테코는 신성장 동력 확보를 위한 CGT CDMO 역량 제고라는 목표 아래 이포스케시(2022), CBM(2023) 인수 등 CGT 분야 투자에 집중했다.

SK팜테코 2022-2023 실적 비교 장표
공격적인 투자가 즉각적인 실적 상승으로 이어지진 못했다. 바이오텍 중심의 시장 성장이 이뤄지고 있는 CGT 업계의 성장 속도가 예상보다 더딘 탓이다. 여기에 그룹 리밸런싱 바람까지 겹치면서 SK팜테코는 자산 매각, 더 나아가 통매각이라는 구설수에 휘말리기도 했다. 특히 지난해 프리 IPO까지 단행하며 성장 자금을 끌어모은 SK팜테코 입장에선 단기적 성장을 보여줄 수 있는 한 방이 필요했다.

2032년까지 연평균 7.5%의 성장률로 39억3000만 달러 규모의 시장을 형성할 것으로 전망되는 펩타이드는 매력적인 해결책이다. 이미 합성의약품 CDMO로 양질의 포트폴리오를 갖추고 있다는 것 역시 결정에 영향을 준 것으로 풀이된다.

수주 역시 어렵지 않을 것으로 전망한다. 최근 노보노디스크는 위고비 공급 확대를 위해 캐털랜트를 인수하는 등 생산 역량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운영을 맡게 될 SK바이오텍의 시설 투자 공시에도 ‘신규제품 수주대응을 위한 시설 투자’라고 기재돼 있어 내부적으로는 이미 수주를 ‘대응’해야 할 만큼 논의가 진행 중인 것으로 예측된다.

◇합성의약품 모달리티 확장, SK바사와의 충돌 우려 해소
알그림 SK팜테코 대표

합성의약품 CDMO 분야 모달리티 확장은 최근 대두된 SK바이오사이언스와의 중복 사업 문제에 대한 해답이 되기도 한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지난 6월 독일의 CGT CDMO 기업 ‘IDT 바이오로지카’를 인수하기로 결정했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IDT 바이오로지카를 통해 백신 생산은 물론 추가 투자를 통한 아데노 연관 바이러스(AAV), 렌티 바이러스(LV) 생산 등 CGT로의 사업 확장을 예고했다. AAV와 LV 생산은 SK팜테코의 자회사 이포스케시가 주력하고 있는 영역이다.

안재용 SK바이오사이언스 사장은 당시 기자간담회에서 사업 중복 우려에 대한 질문에 “핵심은 선택과 집중, 필요한 기회는 놓치면 안된다”고 답했다. 이 답변은 SK 리밸런싱 기조와 맞물려 SK팜테코의 매각 등 구조조정설에 불을 지폈다.

불거진 우려에 대한 SK팜테코의 답변은 정면승부다. 이미 잘 하고 있는 본업인 합성의약품 영역에서 새로운 돌파구를 찾아 SK바이오사이언스 CDMO와는 차별성을 두면서 CGT 영역에 대한 논의 시간을 벌었다. SK그룹 내 바이오 계열사 수장들이 사업에 대한 정기적인 논의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만큼 향후 사업 영역에 대한 재편 방안은 세워질 것으로 전망된다.

요그 알그림 SK팜테코 대표는 이번 결정에 대해 “이 확장은 생명 과학 산업의 변화하는 요구에 부응하려는 우리의 변함없는 헌신을 증명하는 것”이라며 “새로운 시설에 투자함으로써 신뢰할 수 있는 파트너로의 입지를 공고히 하고 빠르게 변화하는 산업에서 우리의 적응력과 신뢰성을 입증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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