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작법인 재무 점검]HD현대케미칼, HPC '빗나간' 장밋빛 전망①2020년 이후 '은행 빚' 폭증, 이자보상배율 0배로↓
박기수 기자공개 2024-10-11 07:07:31
[편집자주]
생존을 위해 서로 투쟁하는 기업들도 이해관계만 맞으면 손을 잡는다. 치열하게 자리 싸움을 하던 경쟁사들이 손을 잡으면 때로 '1+1=2' 이상의 시너지 효과가 나기도 한다. 지분 투자를 통해 세워진 합작법인의 이야기다. 하나의 법인이지만 주요 주주들은 둘 이상이기에 합작법인의 재무 전략은 통상의 법인과 다른 경우가 많다. THE CFO는 업종별 주요 합작법인들의 경영과 재무의 현주소를 살펴본다. 더불어 합작법인을 움직이는 이사회도 들여다본다.
이 기사는 2024년 10월 04일 13:57 THE CFO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HD현대오일뱅크와 롯데케미칼의 6대 4 합작법인인 HD현대케미칼이 2020년대 대규모 프로젝트였던 HPC(Heavy feed Petrochemical Complex) 준공 이후 오히려 재무부담이 가중됐다. 준공 시점 부근부터 석유화학 시황 악화로 현금창출력이 급감하면서 HPC 건설을 위해 조달했던 차입금이 재무구조에 '독'이 되고 있다.HPC는 중질유 기반 석유화학설비로 HD현대케미칼이 3조4217억원을 들여 충남 서산 대산공장에 건설한 설비다. 2018년 3월 착공 후 4년 3개월에 걸쳐 건설된 HPC는 나프타나 LPG 등 통상적인 원료 대신 중질유분이나 부생가스 등 저가 원료를 활용해 에틸렌·프로필렌을 생산할 수 있도록 설계한 국내 최초의 석유화학 공장이다.
HPC 프로젝트로 HD현대케미칼은 연간 폴리에틸렌 85만톤, 폴리프로필렌 50만톤을 생산할 수 있는 능력을 갖췄다. 기존 방향족 계열의 혼합자일렌(BTX)을 주력으로 생산했던 HD현대케미칼은 HPC 건설 이후 제품 다각화와 더불어 석유화학의 '쌀'인 에틸렌 계열을 생산하는 석유화학업체로 거듭났었다.
다만 준공 후 석유화학업계의 수급 상황이 악화됐다는 점이 문제였다. HD현대케미칼을 비롯해 에틸렌·프로필렌·BTX 등 기초화학제품을 생산하는 기업들의 실적이 2021년 이후 수직 하락했다. 시점상으로 HPC라는 대규모 투자가 끝난 시점 직후 불황이 찾아온 셈이다.
작년 HD현대케미칼의 영업이익은 16억원으로 겨우 적자 전환을 면했다. 2022년 영업이익 3328억원을 기록했던 것과 비교하면 상당한 차이다. 올해 상반기에도 영업이익은 180억원에 그쳤다.
시장은 우선 단기적으로 실적 개선이 일부 이뤄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한국신용평가는 지난달 말 보고서를 통해 "HPC 제품군의 원가경쟁력과 글로벌 신·증설 규모 축소로 단기적으로 영업수익성이 점진적으로 개선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다만 그러면서도 "HPC 경쟁력에도 완만한 업황 반등을 감안할 때 실적 회복이 제한적인 수준에 그칠 전망"이라고 밝혔다.
문제는 HPC 건설 과정에서 불어난 차입금이다. 건설 비용이 3조원이 넘어가는 대규모 프로젝트라 부채 조달이 불가피했다. 2019년 말 총차입금이 9026억원이었던 HD현대케미칼은 2020년 말 1조6996억원, 2021년 3조1906억원으로 순식간에 차입금이 늘었다. 올해 상반기 말 기준 HD현대케미칼의 금융권 총차입금은 3조8505억원이다.
이자비용도 덩달아 늘었다. 2019~2020년에는 연간 이자비용이 300억~400억원대였지만 차입금 총량이 늘고 금리가 상승하면서 HD현대케미칼이 부담하는 이자비용이 1000억원대로 늘었다. 2022년과 작년 연간 이자비용은 각각 1459억원, 1817억원이다. 올해 상반기 이자비용은 1106억원이다. 별도의 금융수익을 내지 않는 HD현대케미칼은 순이자비용과 이자비용의 차이가 크지 않다.
이에 HD현대케미칼의 이자보상배율은 0배 근처로 하락한 상태다. 2021~2022년만 하더라도 2배 수준을 기록했던 이자보상배율은 작년 0배, 올해 상반기 0.2배로 하락했다.
잉여현금흐름(FCF)도 2019년 이후 매년 순유출(-)이다. HPC 준공 시점까지는 대규모 자본적지출(CAPEX)로 인한 FCF 적자였다면, 이후에는 시황 악화로 영업활동현금흐름이 급감하면서 생긴 순유출이다. 올해 상반기 영업활동현금흐름은 -962억원이다. 사내 현금보유량도 상반기 말 208억원으로 유동성이 풍부한 상황이라고 보기도 힘들다.
신용평가사들도 전망을 어둡게 보고 있다. NICE신용평가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HD현대케미칼은 재무부담이 과중한 가운데 기초화학 부문의 영업위험이 다소 높아 부진한 실적이 지속될 경우 신용도 하향 압력이 확대될 수 있다"고 밝혔다. HD현대케미칼의 신용등급과 아웃룩은 나신평의 경우 A/안정적, 한신평은 A/부정적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차입금 감축과 이자비용 대응에 대한 방안이 강구된다. 모회사 자금 수혈 등 가능성에 대해 HD현대케미칼 관계자는 "영업 환경 개선 노력으로 차입금과 이자비용 등 재무 부담 요소에 대응할 예정"이라면서 "만기가 도래하는 회사채 차환 외에는 증자 등 별도의 특별한 조달 계획은 현재로서는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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