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bell interview]퇴직연금 후발 한화증권 “우공이산으로 역전”김일수 전무 “로보어드바이저로 젊은층 공략 준비”
황원지 기자공개 2024-10-18 07:03:58
이 기사는 2024년 10월 16일 06:21 theWM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국내 퇴직연금 시장에서 한화투자증권은 후발주자에 속한다. 2018년 개인형 퇴직연금제도(IRP) 시장에 처음 진출했고, 확정기여형(DC)에는 2019년 10월에서야 첫발을 내딛었다. 주요 플레이어들이 2000년대 후반 이미 시장에 진출해 토대를 닦은 이후다.한화투자증권은 지난해 말 김일수 연금본부장(사진, 전무)이 합류하면서 시장 확장 전략을 재정비하고 있다. 김 전무는 1999년도 입사 이후 지금까지 한화에 몸담은 원클럽맨이다. 한화투자증권으로 입사해 2007년 한화그룹 경영기획실로 자리를 옮겼다. 11년간 경영기획실에서 일하다 2018년 임원 승진과 동시에 한화에너지 일본법인장으로 부임했고, 2021년부터는 한화그룹 커뮤니케이션위원회에서 일하다 지난해 말 한화투자증권 연금본부에 부임했다.
김일수 전무는 “연금사업을 맡으며 가장 고민한 점이 후발주자로서 어떻게 선발주자들을 따라잡을 것인가였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부임 후 1년 동안 획기적인 상품을 내놓고, 참신한 마케팅을 고민하는 등 다양한 방법을 시도했다. 하지만 그는 각종 규제 등으로 실질적인 차별화에는 한계가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시행착오를 통해 그가 연금본부에 제시한 전략은 ‘우공이산(愚公移山)’이다. 김 전무는 “앞을 가로막고 있는 산을 넘어가기 위해선 터널을 뚫거나 도로를 내는 등 혁신적인 방법을 찾아야 하지만, 마땅한 방법이 없는 상황”이라며 “산을 옮기겠다고 결심하고 한걸음 한걸음 실행한 우공처럼 당장 할 수 있는 것부터 차근차근 이뤄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속도에 집중하기보단 천천히 고객층을 늘려간다는 전략이다.
먼저 계열사 협력업체에 대한 영업을 강화하고 있다. 한화그룹 출신인 그가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부분이다. 김 전무는 “뚜렷한 차별점이 없는 가운데 일선 영업 인력들에게 힘을 실어주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했다”며 “일반 기업이나 그룹 계열사와 연결해주는 역할을 직접 맡고 있다”고 말했다.
블루오션 개척도 한 축이다. 이미 대형사들이 선점한 대기업이 아니라, 아직 진출이 많지 않은 특수 업종 기업에 진출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병원, 회계법인, 법무법인, 언론사 등 특성이 뚜렷한 업종들이다. 맞춤형 영업을 통해 상당한 성과를 내고 있다고 전해진다.
디지털 혁신을 통한 고객 기반 확대도 준비중이다. 우선은 내년 초 출시 예정인 뉴 MTS 안에서 연금서비스를 리뉴얼해 가입부터 운용, 수령 단계별로 개인화된 서비스를 제공한다. 김 전무는 “퇴직 시점이 많이 남은 젊은 세대가 공략 대상”이라며 “모바일 투자시스템과 디지털 상담 툴 제공을 통해 젊은 층까지 고객 기반을 확장하는 게 목적”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로보어드바이저(RA)도 결합한다. 로보어드바이저 서비스는 자산을 어디에 얼마나 투자할 지 자산배분 솔루션을 설계하는 서비스다. 로보어드바이저 시스템을 갖추기 위해 9월 말 혁신금융서비스를 신청했다. 이르면 내년 상반기 출시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또 외부업체와 손잡고 MTS에서 AI를 통해 은퇴 설계 및 연금 상담을 제공하는 디지털 연금상담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다. 예를 들면 은퇴 시점에 수익률을 맞추기 위해서는 연금에 얼마를 더 납입해야 하는지 등을 AI가 상담해주는 식이다.
김 전무는 “이미 마이데이터 서비스를 통해 여러 금융사에 흩어져 있는 자산을 한번에 볼 수 있게 기반이 갖춰졌다”며 “마이데이터 서비스로 모은 연금 자산 정보를 토대로 개인별로 맞춤형 연금 상담을 제공해주는 서비스가 핵심”이라고 말했다.
10월 말 시행 예정인 퇴직연금 실물이전 제도가 고객층 확대의 기회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실물이전 서비스는 퇴직연금 계좌 내 상품을 해지하지 않고도 금융회사를 옮길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김 전무는 “상품의 다양성과 자기주도적 투자가 가능한 증권사가 수혜를 받을 것으로 보인다”며 “은행과 보험권 자산을 끌어올 수 있을 것이라 기대중”이라고 말했다.
한화투자증권은 제도 시행 전에 내부적으로 세미나를 개최하며 기회를 잡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김 전무는 “영업 현장에 위기 대응과 기회 활용에 대한 방법을 제시하면서, 다양한 이벤트와 프로모션을 추진하고 있다”며 “과도한 마케팅보다는 고객의 입장에서 불편함이 없도록 하는 데에 중점을 두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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